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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 횡령 개미만 '피눈물'…공시규정 강화되나

등록 2022.05.22 11:00:00수정 2022.05.22 15: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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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 횡령액 공시 의무 기준 미달

거래소 "횡령 공시 이미 엄격히 적용"

"형량 재논의 필요·내부통제 보완해야"

[서울=뉴시스] 아모레퍼시픽 용산 사옥

[서울=뉴시스] 아모레퍼시픽 용산 사옥

[서울=뉴시스] 강수윤 기자 = 최근 아모레퍼시픽 직원들의 회삿돈 횡령사고가 터지면서 상장사 횡령 공시규정을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2일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최근 내부 감사를 통해 자사 임직원 3명의 횡령 등 비위 사실을 적발하고 해당자를 징계 조치했다. 횡령 금액 30억여원을 대부분 회수해 재무적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입장이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내부 감사로 조치가 완료된 사안이라며 횡령금액이 자기 자본의 5% 이상이 안 돼 의무공시사항이 아닌만큼 따로 공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 공시 규정에 따르면 코스피·코스닥 상장 법인 직원이 자기 자본금 대비 5% 이상의 횡령·배임시 공시 의무가 있다. 아모레퍼시픽과 같은 대기업은 자기자본 대비 2.5% 이상으로 더 엄격하다. 임원의 횡령·배임시에는 금액에 상관 없이 공시의무가 발생한다. 이는 해당 상장법인의 주식거래를 계속 유지할지, 정지 할지 상장적격성에 대한 실질심사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아모레퍼시픽 횡령 금액은 30억여원으로 올해 1분기 기준 아모레퍼시픽의 자기자본(4조8000억원)의 1%에도 못미쳐 의무 공시기준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주식 거래정지나 상장적격성 실질검사 대상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그러나 아모레퍼시픽이 불미스러운 횡령 문제를 공시하지 않고 내부적으로 '쉬쉬'하며 조용히 처리하려 했다는 점이 오히려 주주들의 불신을 키웠다.

올 들어 증권가에선 오스템임플란트와 계양전기, LG유플러스, 클리오 등 상장기업들의 수입억~수백억원대 횡령사고가 잇따르면서 주식투자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상장사들의 잇단 횡령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피해는 고스란히 소액 주주들에게 돌아간다.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횡령소식이 알려진 지난 17일 3.09%나 하락했다. 장중 한때 5.56% 내린 15만3000원까지 밀리면서 투자자들은 손실을 입었다. 아모레퍼시픽의 소액주주는 올 1분기 기준 16만7006명으로 전체 지분의 41%를 차지한다. 앞서 횡령 피해액(2215억원)이 자기 자본금의 90%를 옷둘아 올 1월3일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가 재개된 오스템임플란트의 2만여명의 소액주주들은 석 달간 냉가슴을 앓아야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 사이에서 금융당국이 느슨한 상장사 횡령 공시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2000억대 횡령 사건으로 주식 거래가 중지된 오스템임플란트의 거래재계 여부가 결정될 예정인 17일 오후 서울 강서구 오스템임플란트 본사에서 직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2.05.22.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2000억대 횡령 사건으로 주식 거래가 중지된 오스템임플란트의 거래재계 여부가 결정될 예정인 17일 오후 서울 강서구 오스템임플란트 본사에서 직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2.05.22. [email protected]

횡령사고를 관리·감독하는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공시 규정을 당장 보완하거나 바꿀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횡령 공시 규정을 다른 공시 규정 보다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횡령 사고가 발생한 기업들은 관심을 갖고 더욱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횡령 액수가 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공시 의무 비율 미만에 해당하는 경우 규정상 강제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단일판매 공급계약, 타법인주식 및 출자증권 취득·처분 공시 보다 횡령 공시 의무 기준이 더 높다"면서 "직원의 횡령 액수가 회사 경영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의 횡령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공시를 하게 되면 투자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더 중요한 공시들이 묻힐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공시기준 변경으로 횡령을 막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궁극적으로 횡령 직원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상장사 내부통제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자본연)은 연구위원은 "공시 투자자들에게 포괄적으로 세세한 부분까지 알린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횡령을 막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횡령 직원에 대한 처벌과 기업의 내부 통제 기능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호 자본연 연구위원은 "오스템임플란트 사건을 계기로 경각심이 높아지고 내외부 감사와 내부통제 시스템이 정상화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내부회계관리제도의 내실을 확충하고, 경영진의 의지를 바탕으로 기업 내부에서부터 독립적인 감독과 이를 위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짚었다.

이 연구위원은 "상장회사에서 횡령 사고가 터지면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한다"면서 "때문에 횡령·배임죄의 권고 형량 기준이 2009년 시행안에 머물러있는 만큼 합리적인 형량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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