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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는 압박, 中은 눈치…韓 반도체 불안한 양다리 전략

등록 2022.05.21 06:26:00수정 2022.05.23 16:2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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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반도체 산업, '고래 사이에 낀 새우' 처지

공급망 재편 가속화…'중립 노선' 유지 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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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미·중 사이에 낀 한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그동안 생산과 수출은 중국에 의존하고, 장비와 기술은 미국에 의지하면서 성장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미중 갈등으로 한국 반도체 산업은 '고래 사이에 낀 새우' 같은 처지가 됐다. 사실상 공급망 재편이 끝나고 나면 지금과 같은 애매모호한 태도는 양쪽 모두에 용인되지 않을 수 있어 전략에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반도체 산업은 그동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왔다.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액은 2020년 기준 954억6000만 달러로, 제1 수출국은 중국이다. 전체의 43.2%를 차지한다. 2위 홍콩(18.3%)을 합치면 61.5%로 절반을 넘는다.

현지에서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들이 메모리 반도체 생산시설 보유하고 있다. 포장 등 후공정의 일부를 중국에서 수행한다. 삼성전자의 시안 낸드 플래시 공장은 전세계 생산량의 약 10%를 차지한다. SK하이닉스도 우시 공장에서 D램을 생산한다. SK하이닉스는 전 세계 D램 시장의 점유율 2위 기업이다. 지난해는 인텔 낸드사업부을 인수해 낸드도 현지에서 생산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이 현지 생산시설의 규모를 확대한 결과, 중국은 2020년 기준 한국을 제치고 메모리반도체 수출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양국 간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밀접성은 점점 더 높아지는 상황이다.

반면 기술 동맹을 요구하는 미국의 압박이 커지고 있어, 한국 반도체 업체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중국을 반도체 공급 질서에서 배제하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포위하는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협의체)에 이어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통해 동맹국을 모으고 있다. 러시아 제재에도 유럽연합(EU), 나토, 주요 7개국(G7)을 소집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방문도 동맹 관계를 더 굳건히 하고자 하는 의도로 읽힌다.

미국의 '칩(chip) 4 동맹'이 구체화 되면 반도체 산업은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대만 등 4개국이 전 세계의 90%를 차지하는 새로운 공급 질서가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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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미국은 반도체 관련 소프트웨어와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미국 없이는 반도체 개발과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말까지도 나온다.

최근 몇 년간 미국의 고강도 제재를 받은 중국 화웨이의 경우 반도체 부품 수급에 차질을 빚으며 스마트폰 시장에서 완전히 밀려났다. 한 때 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호령하던 일본이 몰락한 배경도 D램을 둘러싼 보조금 지급을 둘러싼 미일 정부간 갈등이 단초가 됐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미국은 반도체 핵심 장비의 중국 반입을 막는 등 패권 경쟁을 노골화하고 있다. 현지 한국 기업의 생산 공장도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반면 일각에서는 미국의 편을 들다가 현지에 구축한 핵심 공급망이 일종의 볼모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또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원재료의 수출을 금지하는 등 무역 보복이 뒤따를 수도 있다. 특히 반도체 산업이 최근 인수합병을 통한 산업 재편이 활발한 가운데 중국 경쟁 당국의 심사 지연 등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이에 미중 사이에서 전전긍긍하다 때를 놓치지 않도록 결단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은 오는 2025년께 격변기를 맞이할 전망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까지는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메모리반도체를 대체 생산할 수 있는 국가가 없어 양국 사이에서 중립을 유지하면서 반도체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 가능했지만, 반도체 공급망이 재편된 이후에는 애매모호한 중립 유지는 어려워질 것"이라면서 "미국의 반도체 동맹에 참여하지 않은 국가는 최악의 경우 반도체 생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미국이 추진하는 반도체 동맹에 대한 참여는 긍정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위원은 이어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체계를 강화하고 선제적이고 과감한 반도체 제조기반 조성이 필요하다"면서 "'2021년 K-반도체 전략'에서 제시한 국내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통해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해야 하며, 여기에는 기업의 과감한 혁신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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