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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젖 뜯어버리고파"…우크라, 러군 떠난 뒤 부역자 숙청 시작

등록 2022.05.20 17: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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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 디메르 괴뢰정부 시장, 러군 부역하며 도와

러군 철수 후 검거…현재 반역죄 재판 앞두고 있어

우크라, 반역죄 914건 수사 중…전시 중 무기징역

지역민들 의견 분분…"혐오" vs "부역 증거 없어"

[디메르(우크라이나)=AP/뉴시스] 지난달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북부 디메르 한 다리 인근에 파괴된 차량이 방치돼 있다. 2022.05.20.

[디메르(우크라이나)=AP/뉴시스] 지난달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북부 디메르 한 다리 인근에 파괴된 차량이 방치돼 있다. 2022.05.20.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러시아군이 퇴각한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점령 기간 러시아에 부역한 우크라이나인 숙청을 시작했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북부 키이우주 디메르에선 러시아군 점령 기간 괴뢰정부 시장을 맡았던 인물이 처벌을 앞두고 있다.

러시아군는 지난 2월 말 디메르를 점령한 이후 지역 사업가 올렉산드르 하르첸코(39)를 시장에 앉혔다. 지역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사업가였던 하르첸코는 러시아군을 돕기 위해 시장 자리에 자원했으며, 러시아군 점령을 도왔다.

지난 3월28일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영상에서 하르첸코는 "우크라이나 언론을 믿지 마라. 러시아 군인들은 적대적이지 않다"며 "두려워 말고 지하실에서 나오라"고 주민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북부 작전 종료로 러시아군이 철수하자, 하르첸코는 도시에 남겨져 숙청 위기에 놓였다. 우크라이나군은 하르첸코 차량에 탄약을 뿌려댔으며, 하르첸코는 현재 부역 혐의로 구금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가보안국은 하르첸코가 러시아군에 돈바스 전쟁 참전용사와 국토방위군 명단을 제공하고, 러시아군을 다양한 방법으로 도운 것으로 보고 있다.

하르첸코의 어머니는 아들이 지역 당국자들이 사라진 어려운 시기에 주민들을 도우려 한 것뿐이라며 "처음엔 도와달라고 했던 사람들이 이젠 등을 돌렸다"고 호소했다.
[헤르손=AP/뉴시스]지난 3월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주민들이 러시아의 점령에 반대하며 러시아 군인들을 향해 구호를 외치는 모습. 2022.05.20.

[헤르손=AP/뉴시스]지난 3월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주민들이 러시아의 점령에 반대하며 러시아 군인들을 향해 구호를 외치는 모습. 2022.05.20.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점령 지역에서 저항 세력을 색출하고 괴뢰정부를 설치하기 위해 자신들에게 부역할 현지인들을 찾아왔다.

특히 러시아군이 장악한 남부와 동부에선 전직 시장이나 시의회 의원, 지역 저명 인사들을 부역자로 포섭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 일부는 이전까지 러시아를 지지하지도 않았던 인물이다.

대부분 지역에선 하르첸코와 같이 무명 인물이나 일반 시민을 포섭했다. 남부 도시 베르댠스크에선 한 관리인을 부시장으로 앉혔으며, 반(反)백신 블로거를 헤르손 부주지사로 임명하기도 했다. 디메르에서도 저명 인사에게 부역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검찰청에 따르면 당국은 현재 반역죄 914건과 적군 협력죄 788건을 수사 중이다. 전시 중 반역은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으며, 적군 협력죄도 징역 15년형에 처해진다.
[부차=AP/뉴시스] 지난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 부차에서 자전거를 탄 주민이 파괴된 러시아군 차량 잔해 주변을 지나가고 있다. 2022.05.20.

[부차=AP/뉴시스] 지난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 부차에서 자전거를 탄 주민이 파괴된 러시아군 차량 잔해 주변을 지나가고 있다. 2022.05.20.


다만 부역자 처단에 대한 지역민 의견은 분분하다.

2014년 돈바스 전쟁 참전용사인 남편이 디메르에서 러시아군에 붙잡혔다는 한 여성은 "사람들은 하라첸코를 혐오한다. 그자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게 놀랍다"며 "할 수 있다면 직접 하라첸코 목젖을 잡아 뜯어버리고 싶다"고 분노했다.

주민들은 돈바스 전쟁 참전용사 150명 개인정보가 적힌 군 파일이 러시아군에 넘어갔으며, 해당 파일이 시장실과 같은 건물 사무실에서 보관 중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하라첸코 이웃인 한 예비역은 하르첸코가 참전용사 이름을 넘기지 않았다고 지지했으며, 볼로디미르 피드쿠르한니 디메르 합법정부 시장도 하라첸코가 러시아군에 정보를 제공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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