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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 협력' 명시..원달러 환율 안정 되나

등록 2022.05.23 14:36:49수정 2022.05.23 16:3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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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설 통화스와프 준하는 통화동맹 체결 유력

전문가들 "체결 자체만으로도 외환시장 안정"

"달러 자금 부족해 위기로 갈 가능성 낮아져"

"통화스와프는 위기시에만 효과…큰 의미 없어"

"기준금리 인상 통해 환율 방어해야"

[평택=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경기 평택 오산 미 공군기지 항공우주작전본부를 방문해 인사하고 있다. 2022.05.22. yesphoto@newsis.com

[평택=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경기 평택 오산 미 공군기지 항공우주작전본부를 방문해 인사하고 있다. 2022.05.2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류난영 박은비 기자 = 한·미 양국이 정상회담 직후 발표한 공동선언문에서 이례적으로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긴밀히 협의한다'는 내용을 명시하면서 외환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반면 현재 우리나라가 금융위기 상황도 아닌데다, 미국이 고강도 긴축을 예고하고 있어 상설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더라도 원화 약세를 막아주는 효과는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미 양국은 21일 공동선언문에서 "질서 있고 잘 작동하는 외환시장을 포함해 지속 가능한 성장과 금융 안정성을 증진하기 위해 양 정상은 외환시장 동향에 관해 긴밀히 협의해 나갈 필요성을 인식했다"며 "양 정상은 공정하고 시장에 기반한 경쟁이라는 공동의 가치와 핵심적 이익을 공유하며 시장 왜곡 관행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동선언문 발표 직후 기자회견에서 "금융시장 같은 경우 외환 시장에 충격 오든가 할 때 양국에서 도울 수 있는 문제를 상호 협의해 나가는 등 협력 기조를 만들기로 했다"며 "이제 말 뿐인 어떤 협력이 아니고 양국의 국민들, 기업들이 실제 체감할 수 있는 행동하는 동맹으로서 발전시켜나가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금융시장 안팎에서는 이와 관련 양국 정상 간 처음으로 외환시장 관련 협력 의지를 확인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미국과 여타국과의 정상회담을 포함해 외환시장에 대한 행정부 간 협력을 천명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된 공동선언문에는 외환 시장 안정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무엇 인지에 대해서는 명시하지 않았지만, 정상회담 이후 한·미 상설 통화스와프 등 통화동맹 체결을 포함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과 한국은행 등 양국 중앙은행 간 물밑 협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12일 1288.6원에 마감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이었던 2009년 7월 14일(1293.0원) 수준에 근접하는 등 12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발표한 공동선언문에서 '외환시장 협력'을 명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상회담 후 첫 날인 23일 열린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268.1원)보다 3.4원 상승한 1271.5원에 개장하는 등 원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향후 한·미 양국이 상설 통화스와프에 준하는 통화동맹을 체결할 경우 외환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통화스와프는 협상을 맺은 국가간 비상시 각자의 통화를 빌려주는 계약으로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 개념이다. 유사시 자국 화폐를 맡기고 미리 정해진 환율로 상대국 통화를 빌려올 수 있다. 원화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축통화가 아닌 만큼, 위기 국면에서 외화자금 조달이 급할 때 외화 유동성 위기를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실제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20년 코로나19 등 위기 때마다 통화스와프 체결로 원화 급락세를 막아주는 역할을 해왔다. 2020년 3월 19일 미국과 600억 규모의 통화 스와프 협정을 체결을 발표한 직후 달러화 자금 조달에 대한 불안감이 완화되면서 다음날 코스피가 7.4% 상승하고 원·달러 환율은 3.1% 하락하는 등 국내 금융·외환시장이 즉시 반응했다.
 
한은 국제담당 부총재보를 지냈던 강태수 카이스트 경영대학 초빙교수는 "공동선언문에 외환시장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금융 안정을 위해 긴밀히 협의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어떻게 보면 통화스와프보다 넓은 의미의 협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정상 간 이야기하면서 환율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이 이번이 처음인데, 어떻게 보면 통화동맹을 선언하는 것이라 볼수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환율 시장이 크게 움직일 경우 그동안은 미국이 우리만 보는 게 아니라 우리의 금융불안이 자국에도 영향을 주냐, 아니냐를 따져야 하니 그동안은 크게 호응하는 게 없었는데 이번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며 "과거에는 우리 뿐 아니라 호주, 브라질 등 9개국과 묶어서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왔는데 이젠 차별화된 대우를 받게 됐다는 점에서 국내 외환시장 안정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공동선언문에 외환시장 안정 관련해 협력한다는 내용이 있는 만큼 환율 안정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문구 자체가 상설 통화스와프도 고려할 수 있다는 게 되는 건데 상설 통화스와프 체결국들이 외환시장 개입할 때 혼자하는 것 보다 협조 개입하는 게 효과적이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 실장은 "한국 같은 신흥국의 경우 글로벌 시장이 불안할 때 외환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위험회피 성향이 커질 수 있다"며 "그런데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면 달러 자금이 부족해 위기 상황으로까지 갈 가능성은 훨씬 줄어들게 되니 그런 측면에서 외환시장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미국이 향후 2~3차례 빅스텝을 예고한 등 긴축 속도를 높이고 있어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질 경우 원화 약세를 막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연 1.5%)와 미국(연 0.75~1.00%)의 기준금리 차이는 상단 기준으로 0.5%포인트다. 오는 26일과 7월 13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더라도, 미 연준이 올해 5차례 남은 FOMC 정례회의(6월, 7월, 9월, 11월)에서 매 회의마다 금리를 0.25~0.5%포인트 올릴 경우 한미 금리는 역전될 수 있다.
 
또 통화스와프가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20년 코로나19 등 위기때마다 원화 급락을 막아주는 역할을 해 왔지만 상설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5개국들도 달러 강세 대비 자국 통화 약세가 크거나 비슷해 환율 안정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실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19일(현지시간) 종가 (102.918) 기준으로 지난해 연말 대비 7.66% 뛰었다. 같은 기간 일본 엔화가 11.10%로 가장 큰 폭 하락했고, 영국 파운드 8.58%, 유로화 7.48%, 스위스 프랑 6.58%,  캐나다 달러 1.46% 절하 됐다. 캐나다의 경우는 4월 0.5%포인트 빅스텝을 단행했고, 6월에도 빅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여타 통화대비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통화스와프는 대통령이 아니라 양국 중앙은행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가능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통화스와프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어 시장도 크게 반응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통화스와프는 유동성 위기국이나 외환위기에 빠진다면 효과가 있을 수 있는데 지금 우리나라는 외환 위기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큰 의미를 가지지 않을 수 있다"며 "일시적으로 환율을 안정시키는 데는 효과가 있겠지만 그 외엔 큰 효과 없고 환율을 안정시키려면 기준금리를 빨리 올려서 원화를 환수하는 방법 말고는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상설 통화스와프 체결 자체가 금융시장 불안을 해소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강태수 교수는 "상설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5개국도 자국 통화가 약세라 문제라고 생각하면 단순한 생각"이라며 "상설 통화스와프를 해 놓은 것 자체가 안정장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들 국가들은 환율이 불안해도 우리나라 같은 외환위기가 생가지 않을 것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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