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is

  •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강아솔, '충무'(통영 옛 지명)에서 띄웁니다 "그리움 안고 사는 모든 이들 위해"

등록 2022.05.26 10:53:55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기사내용 요약

새 EP '충무에서' 입소문
6월 11~12일 홍대 벨로주서 단독 콘서트
대표 포크 싱어송라이터, 올해 데뷔 10주년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강아솔. 2022.05.28. (사진 = 아티스트 측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개인적인 내밀한 기억을 보편적인 공통된 체험으로 끄집어내는 힘. 포크 싱어송라이터 강아솔(35)의 노래가 갖는 마법이다. 노래가 뮤지션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갈 때, 타인의 삶의 문으로 나올 수 있다는 걸 그녀가 최근 발매한 EP '충무에서'가 보여준다.

충무는 경남 통영의 옛 지명. 통영에서 태어난 부모를 뒀고 제주가 고향인 강아솔의 음악은 항상 빛나지만 바다를 이야기할 때 더 반짝이는 순간들이 있다.

제주 바다와는 또 다른 바다에 대한 정경을 어릴 때부터 품고 있었던 그녀가 "이제는 누구도 부르지 않는 이름"이 됐지만 충무를 기억해내는 일은, 청자가 자신의 유년을 기억하는 일과 맞물린다.

2012년 1집 '당신이 놓고 왔던 짧은 기억'을 발매하고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은 강아솔은 그렇게 '시간의 켜'를 음악 안에 품는 경지에 이르렀다. 최근 영등포구청역 인근에서 만난 강아솔은 "음악을 해서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소리소문 없이 EP '충무에서'를 발매하셨어요.

"원래 계획했던 앨범이 아니에요. 갑자기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분주하게 발매한 앨범입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올해 초에 외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가족들이 통영에 다 모였어요. 부모님의 고향이자 할머니가 계신 곳이죠. 예전엔 충무로 불렸던 곳이에요. 제겐 충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해요. '충무 할머니'라고 불렀거든요.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오랜만에 그곳에 갔는데 '더 이상 충무로 불려지지 않는 지명'에 대한 생각이 들었어요. 그럼에도 제가 계속 기억하고 있으니까, 제 안에 머물러 있는 곳이 아닐까라는 생각이요. 할머니도 떠나셨지만 우리 가족에겐 머물러 있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예전에 스케치한 곡들 중 그리움과 사라져지는 것에 대한 곡이 있었거든요. 이 곡들을 함께 묶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할머니를 추모하는 앨범이자, 이모·삼촌에게 드리는 앨범이자, 그리움을 안고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보내는 앨범입니다."

-첫 트랙 바닷마을은 앨범의 서곡 같은 역할을 해요. 앨범 커버는 아버님이 30년 전에 그리신 그림이라고요.

"앨범 만들 때마다 연주곡 하나씩 넣는 것을 좋아해요. 바닷마을은 '충무에서'의 전주처럼 만들었어요. 어촌마을의 풍경을 그리듯이요. 이번 앨범엔 할머니, 엄마, 아빠 이야기가 모두 들어가 있어요. 부모님은 충무(통영)에서 유년 시절을 같이 보내셨어요. 부모님 말로는 13년 연애를 했고,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제주도로 이주를 하셨고 저 역시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살고 있죠. 그런 향수와 그리움이 (세대를 넘어) 통하는 지점이 있죠. 게다가 작은 아빠가 어부셨어요. 배를 타고 섬을 다닌 기억이 있어요. 외가, 친가가 다 충무에 살아요. 여름방학 때와 명절 때마 충무 투어를 했죠. 아버지는 원래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셨어요. 이번 앨범 커버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그림이에요. 제가 유치원에 다니던 1992년에 그리셨는데, 아직도 집 벽에 걸려 있어요. 앨범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부터 머릿속에 앨범 재킷은 이 그림으로 정했죠. 물론 아버지의 허락을 받았습니다. 하하."

-굉장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앨범에 담았는데, 공감이 많이 가요.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강아솔 부친이 그린 그림인 '충무에서' 커버. 2022.05.28. (사진 = 아티스트 측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노래 가사에 엄마 이름이 있고, 어디를 가서 뭘 먹었는지가 나오는 제 유년 시절, 제 유년의 바다 이야기잖아요. 이번 앨범은 '많은 분들이 들어주실까' 같은 고민은 하지 않고 작업했어요. 일순위가 저였습니다. '내 마음을 우리 할머니와 이모 삼촌들과 충무를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빨리 풀어내보자' 그런 마음이 컸어요. 사실 '충무'라는 것은 은유예요. 진짜 사라진 지명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충무 같은 존재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보이지 않는 사람들, 이별한 사람들 그런 것이 다 충무인 거죠. 앨범의 마지막 메시지를 이렇게 썼어요. '모두의 충무에게 충무에서, 강아솔 올림' 누군가에게 충무 같은 공간이 사람일 수 있고, 반려동물일 수 있죠. 그렇게 각자의 충무를 마음에 품고 있는 사람에게 가닿는 음악이면 좋을 거 같아요."

-'한국의 나폴리'라고 불리는 통영은 작곡가 윤이상, 소설가 박경리 등 예술가들과도 인연이 많은 도시입니다.

"나중에 알았어요. 제가 참 축복 받았다는 걸. 제주가 고향이고, 부모님 고향은 통영이고. 많은 분들이 사랑하는 도시에서 유년 시절을 겪었잖아요. 제 유년 시절을 생각하면 아름다웠어요. 제게 통영 바다는 제주 바다와 너무 다른 '또 다른 바다'예요. 파도가 잔잔하고 굴 양식장이 있고. 원래 가사 쓸 때 힘들어하고 오래 걸리는 편인데 이번엔 비교적 수월하게 써졌어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한 게 아니라 제 이야기를 쑥쑥 쓰다 보니 '스토리텔링 앨범'이 됐죠."

-이번 앨범을 완성하시고 그리움이 없어졌나요? 아니면 증폭됐나요?

"'우리 다시 만나는 날에'는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으로 멕시코 특유의 밝은 사후 세계관을 다룬) '코코'를 본 뒤 관련 내용에 달린 어떤 분의 댓글을 보고 만들기 시작했던 곡이에요. 이별에 대한 이야기지만, 우리가 꼭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있죠.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사라지거나 없어진다기 보다 아니라 보이지 않지만 계속 계신 느낌이 들어요. 그걸 믿고요. 정말 다른 공간에 계실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 전 배우 조현철 씨가 '제58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당시 투병 중있던 부친(조중래 명지대 명예교수로 지난 22일 별세)을 위해 했던 말과 맥락이 같네요. '죽음이라는 게 단순히 존재 양식의 변화'라고 조현철 씨가 말씀하셨잖아요.

"평소에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지라 그 말씀을 듣고 깜짝 놀랐어요. '우리 다시 만나는 날에'에 그런 가사가 있어요. '오늘도 넌 보이지 않아 / 하지만 어디에나 너는 있지'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어디에나 있고, 사라졌다고 말하지만 우리 곁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전 믿고 싶고 가끔 실제 믿겨요. 그래야만 견딜 수 있는 것도 있고요."

-멜론의 인디음악 조명 프로젝트인 멜론 스테이션의 '트랙제로' 진행을 맡으셨어요. 조명 받지 못한 좋은 뮤지션·노래를 톺아봐주시고 계십니다. 멜로디를 잘 만들고 가사를 잘 쓰시는 만큼 입담도 좋잖아요?

-전문위원분들이 좋은 노래를 많이 선정해주세요. 저 역시 소개를 받는 기분으로 하고 있어요. 종종 뮤지션분이 오시면, 저 역시 그 분들과 이야기하기 위해 음악 더 듣고, 인터뷰도 찾아 보면서 공부를 하는데 제게 큰 도움이 돼요. 그리고 제가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걸 좋아하기도 해요. 또 가사를 쓰려면 저를 돌아봐야 하고, 사람들을 계속 생각해야 하고, 했던 대화들을 계속 복기해야 하는데 그렇게 사람들과 이어지면서 이야기가 많아지는 것도 있죠."

-'충무에서' 발매 기념 단독공연도 여시죠?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강아솔. 2022.05.28. (사진 = 아티스트 측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6월 11~12일 홍대 벨로주에서 공연해요. 정말 오랜만에 '풀셋'으로 공연합니다. 이후엔 지역을 도는 투어를 열고 싶어요. 3년 전인가 '외출'이라는 타이틀로 여덟 개가량 도시에서 공연을 했는데 정말 좋았거든요. 제가 멀미를 해서 이전엔 KTX나 비행기가 닿지 않는 곳은 투어를 가기 어려웠는데, 이제 운전도 직접 해서 더 많은 곳을 갈 수 있어요. 기회가 되면 책방 투어도 하고 싶어요."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으셨습니다.

"올해 겨울에 정규 4집을 발매할 계획이에요. 그런데 '마지막 정규앨범이라는 생각으로 내야지'라는 각오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음악을 관둔다는 건 아니에요. 정규 앨범에 대한 고민들이 많아요. 싱글을 빨리 내는 게 유행처럼 된 상황에서 3~4년을 주기로 앨범을 낸다는 것에 대해서요. 시간, 돈, 에너지가 많이 드는데 현실적으로 시대를 거스르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고요. 정규 앨범은 장편, 싱글이나 EP는 단편이라고 생각해요. 장편은 한꺼번에 읽는 게 매력적이니 정규 곡들을 쪼개 내는 것보다 마지막으로 용기를 내서 한번에 낼까 생각 중이에요. 더 이상 작업을 미룰 수는 없어요. 주제가 다 잡혀 있고, 이야기도 만들어져 있어요. 곡을 더 발전시키는 일만 남았죠. 완전히 새로운 장르를 하는 게 아닌데 저 역시 기대가 커요. 곡을 제가 전부 쓰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곡을 받아보고 싶어요. 곡을 제가 쓰되 작사는 다른 분이 해주는 형태도 생각하고 있어요. 시인님에게 부탁한 것도 있어요. 다른 분들과 컬래버레이션하는 거죠."

-아솔 씨 곡만으로도, 앨범은 충분히 채우실 수 있잖아요.

"제가 너무 좋아하는 곡을 만드시고, 글을 쓰시는 분들이 있으니까요. 그분들의 곡과 글을 받아보고 싶고요. 또 그분들을 너무 좋아하니까 그걸 핑계로 자주 만나고 싶기도 하고요."

-인디 신(scene)에서 10년을 활동한다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런 상황에서 음악 동료들과 여전히 함께 한다는 게 큰 힘이 될 거 같아요. 

"직업이 같으면 어떤 일을 함께 겪게 되잖아요. 그것이 위로가 되고, 힘도 되고, 든든하고, 자극도 됩니다. 특히 '나도 좋은 음악을 만들어야지' '좋은 공연을 해야지' 같은 마음이 들면서 배우는 점이 너무 많으니까요. 이들과 함께 더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어 이아립 언니는 이제 음악 동료를 넘어 친척 같아요. 그런 분들에 제 주변엔 많아 '인복을 내림 받은' 느낌이 듭니다. 하하."

-음악이 아솔 씨 삶을 확장시키고 있네요.

"음악을 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제가 음악을 하지 않았으면, 어디에서 잘 살고 있을 수 있겠지만 많은 것에 등을 돌리면서 살았을 거 같아요. 물론 음악을 하면서 마주봐야 할 이야기가 많아졌고 그런 지점 중에 괴롭거나 불편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그래서 다행인 것이 있어요. 음악을 하지 않았으면 많은 것에 등을 돌리면서, 외면하면서 살았을 거 같아요. 음악은 저를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배우게 되고, 용기를 갖게 되고 또 주변을 돌아보게 하고. 그래서 뭔가 더 사랑하게 돼요. 음악을 해서 '좋아요' '행복해요' 같은 말도 하지만 '다행'이라는 말을 전 진짜 많이 해요. 음악을 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를 생각해요. 어떤 것에 외면하고 또 어떤 것에 무지해 살았을 걸 생각하면 아찔하죠. 지금도 음악을 하면서 몰랐던 걸 깨치면서 살고 있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많이 본 기사

이 시간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