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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 300]신수원의 진솔함, 이정은의 세밀함

등록 2022.05.26 05: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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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5월 4주차 개봉작과 최신 개봉작 간단평을 정리했다.

◆진솔한 것은 아름답다…오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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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주'는 연출자인 신수원 감독의 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작품이다. 영화에 대한 사랑, 여성영화인을 향한 존경, 재능을 꽃피우지 못하고 사그라든 선배 여성감독에 대한 애틋함, 그리고 모든 일하는 여성을 향한 동지애까지. 이 영화를 걸작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일부 장면은 오래 기억에 남을 정도로 인상적이다. 그것은 아마도 신 감독의 진솔하고 진실된 태도가 만들어낸 아름다움이다. 그리고 배우 이정은이 있다. 이정은은 '기생충'에서 보여준 강렬하고 극적인 연기 대신 세밀하고 미니멀한 연기로 첫 번째 주연작을 완성했다. 뛰어나다는 말 외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는 연기다.

◆솔직하지 못한 다큐멘터리…그대가 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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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에는 창작자의 시각이 있다. 시각이 있다는 건 주장이 있다는 얘기다. 주장이 있기에 다큐멘터리에도 '영화'라는 말이 붙는다. 그런데 다큐멘터리 영화 '그대가 조국'을 만든 이승준 감독은 이 작품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편을 들거나 '조국 사태'를 판단하는 게 아니다"고 반복해서 주장한다. 어떤 프레임도 없이 이 영화를 만들었다는 얘기다. 제목이 '그대가 조국'인데도 말이다. '그대가 조국'은 조 전 장관 편을 들고 '조국 사태'를 판단하는 작품이다. 조 전 장관을 편들지 않고 '조국 사태'를 판단하려 하지 않았다면,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7종의 허위 스펙을 만들고, 자본시장법 위반, 금융실명법 위반 등 혐의로 처벌받은 이유에 대해 최소한의 언급은 해야 했다. 이 작품은 사실상 조 전 장관 일가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지 않나. 영화를 통해 어떤 주장을 해도 좋다. 어디까지나 영화이니까. 다만 조금은 더 솔직해져야 한다.

◆시원하고 정확한 한 방 펀치…범죄도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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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2'는 마석도 형사의 펀치 같은 영화다. 간결하고 빠르게 그리고 정확하게 한 방 내리꽂는다. 이 한 방이면 충분하다. 이 펀치의 매력을 어떤 관객도 거부하기 힘들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주연 배우이자 제작자인 마동석과 연출을 맡은 이상용 감독은 관객이 이 영화에 기대하는 게 뭔지 잘 알고 있다. 신나게 웃고 떠들고 호쾌하게 뛰어다니며 범인을 잡으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범죄도시'에 이어 '범죄도시2'도 그 기대에 부응한다. 이 시리즈가 마동석의 영화인 건 분명하지만 이번에도 그에 못지 않게 인상적인 악당 캐릭터가 등장한다. 배우 손석구는 자신이 최근 왜 대세 배우가 됐는지 이번 작품으로 또 한 번 증명한다.

◆선동과 선물의 음악…아치의 노래, 정태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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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의 일기(日記)는 사회적 일지(日誌)가 된다. '한국적 저항포크'의 상징인 가수 정태춘의 삶이 그렇다. 그는 노래와 시와 신념이 본래 하나였다는 걸 깨닫게 한다. 그가 지어낸 선율은 사회를 움직인 선동이요, 약자에겐 선물이었다.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 '아치의 노래, 정태춘'이 다소 평평한 구성에도 복합성을 갖는 이유다. 40주년 기념 공연 실황과 정태춘 그리고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코멘터리가 화음을 이룬다.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동안 울려퍼지는 '정동진3.'는 영화의 비기(祕器). 영국 밴드 '퀸'에게 '보헤미안 랩소디'가 있다면, 정태춘에겐 이 곡이 있다. 청춘의 에너지가 펄펄 끓는다. 그의 역사는 오래돼도 노래는 언제나 젊다.

◆1+1=?…파리, 13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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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라는 도시의 낭만을 제거하고 시대의 현실만 남겨놓은 이 러브스토리는 분명 매력적인 구석이 있다. 흑백 화면을 마치 컬러처럼 보이게 하는 화려한 연출과 정곡을 찌르는 대사도 일부분 인상적이다. 다만 셀린 시아마가 쓴 각본으로 자크 오디아르가 연출했다는데 어떻게 이 정도에서 만족할 수 있겠나. 시아마는 그가 연출한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19)이 국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전작을 모두 국내 개봉시킨 열풍의 주인공이고, 오디아르는 2015년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거장이니까. 그런데 이 만남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화학 작용을 전혀 일으키지 못한다. 감각적인 척하지만 감각적이지 않고 예리한 척하지만 예리하지도 않다.

◆이게 다 뭔 소리야…닥터 스트레인지:대혼돈의 멀티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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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디즈니+ 드라마 시리즈 '완다비전'을 보지 않으면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야기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면, 닥터 스트레인지가 선사하는 그 현란한 마법 시퀀스가 인상적이라거나 샘 레이미 감독의 연출로 슈퍼히어로 장르와 호러 장르가 결합한 독특한 영화가 탄생했다는 얘기 같은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디즈니+의 '왓 이프'와 '로키'도 봐야 한다. 진입장벽이 지나치게 높다는 얘기다. 멀티버스라는 세계관을 본격적으로 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추앙합니다…우연과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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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과 상상'을 보고 나면 요즘 말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을 '추앙'하지 않을 수 없다. 각본은 정교하고 연출은 정확하며 연기는 진솔하다. 이 영화에 담긴 세 편의 단편영화는 사실 아무 것도 아닌 이야기일 수 있었지만, 하마구치 류스케를 만나 영화가 된 것처럼 느껴진다. 심플해보이지만, 어떤 경지에 오른 작품이다. '우연과 상상'에서 '드라이브 마이 카'와의 접점이 발견된다는 점도 흥미롭다. 두 영화는 연출 방식이 유사한 것은 물론이고 담고 있는 이야기도 닮은 데가 많다. 다만 '우연과 상상'이 상대적으로 밝고 경쾌하다면, '드라이브 마이 카'는 어둡고 무겁다는 게 다를 뿐이다.

◆영화 속 영화 속 영화…소설가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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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영화일 뿐이라지만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홍 감독과 배우 김민희의 관계에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있을까. 두 사람의 스토리를 알고 있는 한국 관객이라면 그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억지로 두 사람의 관계를 배제한 채 그의 영화를 보는 것이 어쩌면 그의 영화를 더 왜곡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소설가의 영화'는 홍 감독이 홍상수와 김민희를 영화의 소재로 평소보다 더 적극 끌어들여 만든 작품으로 보인다. 이 영화엔 두 사람을 생각하게 하는 캐릭터와 대사와 상황들이 다수 등장한다. 그러나 홍 감독이 자기 실화를 단순한 비유를 통해 들려주기만 할 리는 없지 않은가. 그는 역시 영화다운 영화를 만든다. 홍상수와 김민희가 홍상수와 김민희에 관한 영화를 찍고, 그 영화 속에 홍상수와 김민희에 관한 영화가 있는 이 오묘한 순환 구조 속에 관객은 현실과 영화의 경계에 머물며 또 한 번 감탄하게 된다는 것이다. "날이 밝지만, 날은 곧 저문다. 날이 좋을 때, 실컷 다녀보자." 아무래도 홍 감독은 김민희와 실컷 영화를 찍기로 한 것 같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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