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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가 더 급했다…연속 금리 인상 배경은

등록 2022.05.26 09:5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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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물가 3.1%→4.5%·성장률 3.0→2.7%

1~4월 누적 소비자물가 4.1%

기대인플레 3.3%…9년 7개월래 최고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05.2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05.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한국은행이 26일 기준금리를 연 1.5%에서 연 1.75%로 0.25%포인트 인상한 것은 물가에 대한 우려가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커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근 10년 만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넘어가면서 기준금리를 올려 물가 상승을 막을 필요가 큰 상황이다. 이달 초만 해도 지난달 기준금리를 인상한 만큼 이번 달에는 '숨고르기' 차원에서 동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연속인상은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좀 처럼 하지 않는다. 실제 그동안 기준금리를 연속 인상한 경우도 지난해 11월과 1월 한 차례 밖에 없는 등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만큼 천정부지로 치솟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막는 게 성장보다 더 급한 불이라는 인식 때문으로 분석된다.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선언한 새 정부와의 정책 공조도 고려됐을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이날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종전 3.1%에서 4.5%로 1.4%포인트나 높인 반면 성장률은 3.0%에서 2.7%로 0.3%포인트 낮추는 데 그쳤다. 성장 둔화 우려 보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크다는 얘기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누적 물가 상승률은 4.1%로 이미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치(2.0%)를 훌쩍 뛰어 넘었다. 특히 4월 물가가 전월(4.1%) 수준을 상당폭 상회한 4.8%까지 오르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향후 1년간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보는 이번 달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전월(3.1%)대비 0.2%포인트 높아진 3.3%로 2012년 10월(3.3%) 이후 9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지난 1년간의 소비자물가에 대한 체감상승률을 뜻하는 '물가인식'도 3.4%로 전월(3.2%) 보다 0.2%포인트 올라 2013년 1월(3.4%) 이후 가장 높았다.

물가 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향후 물가에 대한 인식인 기대인플레이션까지 크게 오르면서 물가안정을 목표로 삼고 있는 한은으로서는 이를 그대로 두고 방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물가 급등에 우려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지난달 취임 이후 첫 간담회에서 "물가 상승과 성장 둔화 모두 우려되지만 최근 데이터를 봤을 때 전반적으로 물가가 더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지난달 열린 금통위에서도 금통위원 전원이 물가 급등 등을 이유로 추가 기준금리 필요성을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한 금통위원은 "과거에 비해 근원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소비자물가 확산지수도 높은 수준을 보이는 등 2차 효과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어 인플레이션의 지속성에 대한 우려도 큰 상황"이라며 추가 인상 필요성을 언급했다.
 
또 다른 금통위원도 "경제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을 경우에는 인플레이션 기대가 안착된 경우에 비해 가격의 전가가 더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다"며 "우리나라도 포스트 팬데믹 국면에 들어서면서 펜트업 수요가 나타나면 물가상승 압력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금통위 직무대행을 맡은 주상영 위원도 지난달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공급 측에서 발생한 물가 상승 압력이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면 추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에 근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속도가 빨라져 한·미 금리가 역전될 것이란 점도 기준금리 인상에 영향을 미쳤다.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원화가 약세를 보이고, 외국인 자본이 대거 유출될 수 있다.

아직까지는 한은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5월을 포함해 다섯차례 기준금리를 올려 미국과의 금리 차이를 벌려 놓은 상황이다. 이날 0.25%포인트 인상으로 일단 미 연준 기준금리(0.75∼1.0%)와 격차는 상단이 0.75%포인트로 커졌다. 하지만 미 연준이 이미 6,7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것임을 예고한 상황이다. 한은이 다음번 금통위인 7월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미국이 남은 다섯차례의 회의 기간(6월, 7월, 9월, 11월, 12월) 중 6, 7월 빅스텝을 단행하면 이르면 한·미 기준금리가 7월부터 역전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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