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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총기규제 반대는 흑인인권운동 반발에서 유래" NYT

등록 2022.05.26 12:36:48수정 2022.05.26 14:2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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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흑인분리금지에 반발한 보수적 백인들이
진보 맞서는 수단 삼으며 정치적 이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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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AP/뉴시스] 25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 오스틴의 주지사 자택 앞에서 총기 반대 단체인 '맘스 디맨드 액션'(Moms Demand Action)이 주최한 시위에 참석하게 된 소년(3)이 손팻말을 덮고 엎드려 있다. 24일 유밸디의 롭 초등학교에서 총격범 살바도르 라모스(18)의 총기 난사로 학생 19명과 교사 2명이 숨졌고 라모스는 사살됐다. 2022.05.26.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텍사스주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을 계기로 미국의 총기규제 반대의 뿌리가 인권운동 시대에 대한 반발에 있다고 분석하는 칼럼을 실었다.

난 어린 자식이 둘 있다. 아이들을 데리러 유치원과 유아원에 갈 때마다 이번 사건을 떠올리며 고통스럽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작은 어두운 방에 숨어서 소리를 내지 않도록 훈련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걸로 애들을 지킬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남편이 학교 선생님이던 몇 년 전 그 학교에서 총성이 들려 건물이 봉쇄됐다는 문자를 받았다. 총에 맞았을까, 학생들은 잘 보호하고 있을까 걱정하면서 떨었던 기억이 있다.

어릴 적 콜럼바인 초등학교 학살이 벌어진 직후 도시 고층건물인 우리 학교에 계단과 주 출입구가 2곳 뿐이어서 총격범이 나타나면 학생 절반이 비상벨을 누르고 문 뒤에 숨어서 범인이 나타나는 걸 기다리게 될 것이라고 친구와 말한 적이 있다. 당시 나와 동생은 서로 다른 출입문을 이용했는데 둘 중 하나만 탈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미국 어린이들은 갇힌 채 살해될 위험이 있는 학교에서 교육받고 있다. 선생님들은 총알이 난사되는 앞에서 경호원처럼 움직여야 한다.

지금 난 외국에 산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큰 딸은 총격 상황 대비 교육을 받지 않으며 둘째 딸이 다니는 주간 보호센터에서는 어두운 방에 숨으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아이들은 더 천진난만하게 지낼 수 있다. 어머니인 나로서도 더 안심이 된다.

미 역대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기에 미국인들이 감수해야 하는 일들이다. 다른 나라들은 우리와 다르다.

1996년 스코틀랜드 던블레인에서 초등학교 교장과 교사 16명이 총격을 받아 숨진 사건이 발생한 뒤 영국정부가 권총 소지를 금지했다. 같은 해 호주 포트아서에서 사건이 발생한 뒤 호주 정부는 자동 및 반자동 총 대부분을 엄격히 금지하고 총기소지와 구매를 제한하는 법을 제정했다. 2011년 노르웨이 우토야 사건 뒤 정부가 사냥협회의 몇년에 걸친 강력한 로비에도 불구하고 반자동 총기를 금지하는 법을 밀어부쳤다. 2019년 뉴질랜드는 크라스트처치 사건 뒤 총기 소지를 엄격히 제한하고 정부가 되사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은 다르다. 몇년 동안 매년 학교 총격 사건이 발생하고 있지만 새로운 총기 규제 법안은 전혀 없다. 이는 미국 정치에의 많은 다른 문제들과 마찬가지로 1960년대 인권운동 확산, 특히 인종격리 금지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됐다.

예일대 헌법학 교수 레바 시겔은 2008년 하바드 법학보에 쓴 글에서 "총기 규제 요구 목소리와 이에 맞선 총기 소유 권리 운동이 브라운(Brown) 그림자 아래 태동했다"고 썼다. 그가 말한 브라운은 1954년 대법원의 브라운대 토페카교육위원회간 소송을 가르킨다. 그는 "인권 갈등이 직간접적으로 수정헌법 2조에 대한 오늘날의 인식을 바꿔 놓았다"고 했다.

인종격리 폐지는 미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백인 유권자들의 반발을 샀다. 대법원과 연방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같은 반발을 보수 정치전략가들이 활용해 여러 정치 운동에 편입시켰다. 백인 여성들에게 페미니즘의 위협으로부터 전통적 가정을 지킬 것이라고 공약해 지지를 끌어냈다. 유력한 변호사들이 법정에서 수정헌법 2조가 "반격의 권리" 보장의 근거라고 주장했다. 인종격리 금지 등 진보진영 어젠다에 맞서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총기 규제는 다른 나라에서와 달리 미국 보수주의자들에게 매우 중대한 문제가 돼 버렸다. 영국, 호주, 노르웨이의 총기규제법은 모두 보수 정부가 제정했다. 사냥꾼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이들 나라에선 미국과 달리 총기문제가 정치적 이슈가 되지 않았다.

미국에선 총기 문제가 너무가 중요하고 당파적인 문제여서 보수 정치인은 유권자들에게 총기 보유를 지지한다는 걸 과시해야만 한다. 총기보유를 적극 지지하는 정치인들을 초등학생들이 가득한 학교 운동장에 보내 견딜 수 있는 지 볼 필요가 있다. 공화당 정치인은 총기규제를 지지할 경우 우파의 공격을 받기 때문에 그런 입장을 가질 수 없다.

정치적으로 이 문제를 넘어설 수 있다고 하더라도 법원의 장벽을 넘어야 하는 문제가 남는다. 보수 변호사들이 수정헌법 2조를 총기 보유의 근거로 삼으면서 UCLA의 헌법학자 애덤 윈클은 "총싸움: 미국에서 총기 휴대 권리를 둘러싼 투쟁"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연방주의자협회가 보수파 판사들 지명을 밀어부치면서 법원이 수정헌법 2조를 개인의 총기보유 권리를 지지하도록 유도해왔다. 대법원이 판결을 "워싱턴D.C. 대 헬러" 판결과 같은 것들을 뒤집지 않는다면 정부가 총기규제 조치를 광범위하게 취하는 것은 쉽지 않다.

텍사스 초등학교 총격사건으로 총기보유 지지에 대한 논란이 커질 것이다. 그러나 그걸 바꾸는데는 수십년이 걸릴 것이다. 정치인들이 열심히 노력해도 대규모 총격사건이 이어질 것이다. 그때까지 미국의 부모와 아이들은 매일같이 텍사스 사건의 고통을 상기하면서 다음 번엔 내가 당할 수도 있음을 걱정해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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