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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벌]부부싸움 때마다 극단선택 시도하던 남편…방치한 아내 처벌은

등록 2022.05.29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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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극단적 선택 시도한 남편 구조하지 않아
이전에도 자살 시도한 전력 수차례 있어
法 "거짓 시늉인지 명확히 알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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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재현 기자 = 부부싸움 때마다 반복적으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려는 남편을 방치했다가 실제 사망을 막지 못한 혐의로 기소된 아내는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 법원은 남편의 과거 행동, 사건 전후 사정을 고려하면 아내가 남편의 사망을 막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단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A씨는 남편 B씨와 태국에서 처음 만나 2010년 결혼식을 올렸다. 이후 태국에 정착해 가정을 꾸렸지만 결혼 생활이 순탄하지 않았다. B씨는 A씨와 다투고 난 이후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극단적 선택을 하겠다'며 여러 차례 집을 나서고는 했다.

B씨는 2020년 9월29일 저녁에도 아내와 술을 마시고 말다툼을 하게 되자 "내가 없어져 주겠다"며 집 밖 마당으로 나가 A씨 눈앞에서 목을 매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B씨가 바닥에 누워있자 A씨는 남편의 상태를 확인한 뒤 B씨를 집에 데려가려고 노력했지만 B씨는 이를 거칠게 뿌리쳤다고 한다.

B씨는 다음날 오전 1시13분께에도 두 발이 바닥에 닿을 정도로 높지 않은 곳에서 같은 행동을 되풀이했다. 뒤에서 이를 지켜보던 A씨는 집에서 휴대폰을 갖고 나와 B씨를 촬영한 뒤 시어머니에게 사진을 보내기도 했다.

B씨는 나흘 전에도 부부싸움 중간에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고, 이에 A씨는 남편에게 "다시 이러면 시어머니에게 알리겠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B씨의 행동이 또 반복되자 시어머니에게 이를 알린 것이다.

A씨는 10여분이 지난 뒤 남편 옆으로 다가와 "일어나"라고 말하며 머리와 등을 수차례 때렸지만 B씨는 미동이 없었다. 시어머니의 연락을 받은 B씨의 친구들이 집으로 찾아와 경찰에 신고하고 B씨에게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그는 깨어나지 못했다.

결국 A씨는 남편 B씨의 사망을 막을 의무가 있었지만 18분 동안 별다른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유기치사)로 재판에 넘겨졌다.

29일 법원에 따르면 대구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진성철)는 지난달 21일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마찬가지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B씨의 자살시도 전력을 언급하며 "A씨로서는 B씨가 진정으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건지 자신에 대한 원망을 표현한다거나 동정심을 유발해 문제를 일시적으로 해결할 목적으로 거짓 시늉을 하는 것인지 명확히 알기 어려웠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A씨가 B씨를 바라보지 않고 바닥을 응시하고 있고 뒤에서만 피해자 상태를 관찰하고 있는데 폐쇄회로(CC)TV 영상에 의하면 B씨의 두 발은 바닥에 닿아 있었다"며 "밤에 캄캄하고 어두워 B씨의 호흡을 살피지 않는 한 그가 죽어간다는 점을 알기 어려웠을 걸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A씨가 사건 발생 전 주량을 넘어서는 술을 마셔 이성적인 판단이 어려웠던 점, B씨의 시도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도 극단적 선택을 막는 방법이라고 판단한 점, B씨 사망으로 A씨가 얻을 이익이 없는 점 등도 고려됐다.

결국 재판부는 "B씨가 부부싸움 도중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보여주기식으로 자살하는 척을 하는 줄 알았다"는 A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A씨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공감언론 뉴시스 ag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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