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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보다 싼 전기료…만성적자 고리 못 끊어내[벼랑 끝 한전②]

등록 2022.05.28 14:00:00수정 2022.05.30 11:2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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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산업계 지원·서민 경제 고려해 인상 쉽지 않아
주요국은 두 자릿수 인상에 정부 지원책 상당
한전 적자 메꾸고자 민간까지 동원되는 상황
"기존 수익 패턴 벗어나…자구책만으로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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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10일 오전 서울시내에서 시민들이 전력량계 앞을 지나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전망하는 한전의 올해 적자 규모는 17조 4723억원이다. 2022.05.10. jhope@newsis.com



[세종=뉴시스] 고은결 기자 = #1. 프랑스는 지난 2월 전기요금을 무려 24.3% 올렸다. 프랑스 에너지규제위원회(CRE)가 제안한 46%의 인상률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이다. 프랑스 정부는 직접적인 요금 규제보다 원전 의무 공급량을 증가시키고, 공급가격은 도매시장 가격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결정해 전기료 인상을 억제했다. 소비자가 최종적으로 부담하는 인상률은 정부가 세금 인하 등 조치를 적용해 4% 수준이었다.

#2. 일본의 대규모 전력회사들은 국제 연료 가격 상승에 재무 사정이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 이들 회사는 현행 '연료비 조정제도'에 따라 기준 연료 가격과 평균 연료 가격의 차액을 전기요금에 전가할 수 있다. 그러나 평균 연료 가격이 기준 연료 가격의 1.5배 수준을 넘어서면 그 차액은 각사가 부담해야 한다. 이에 호쿠리쿠, 간사이, 주고쿠 등 대규모 전력회사들은 6월 전기요금을 충분히 올릴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연료비 조정제도 개정을 검토 중이다.

전 세계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며 관련 기업들도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다. 정부의 요금 통제로 한국전력(한전)은 연료비 상승분을 전기요금에 즉각 반영하지 못해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7조786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낮은 편이다. 산업계 지원을 위해 기업들에는 저렴하게 공급하고, 가정용 역시 서민 경제와 밀접하다는 점을 고려해 쉽게 인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에 佛·英 등 요금 대폭 인상

28일 한전에 따르면 OECD 국가 전체의 평균을 100이라고 할 때 한국의 주택용 전기요금은 61, 산업용 전기요금은 88 정도에 불과하다.

한국의 전기요금은 수년간 인상 요인이 누적됐는데도 인위적으로 억눌려왔다. 우리나라에서 전기요금은 정부의 주요한 물가 규제 타깃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 소비자가 당장 피부로 느끼는 가정용 전력요금 인상은 "'위에서'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게 전력 시장 안팎의 인식이다.

그러나 국제 연료비가 폭등하며 한전의 재무 상황은 창사 이래 최악으로 치달았다. 한 직원은 "2008년 처음 영업적자가 났을 때 회사 전체가 충격에 빠졌었는데, 지금은 그때와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며 "매일 회사채를 찍어내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이는 전기요금을 대폭 올리고, 정부의 보조를 받고 있는 일부 해외 기업과는 크게 대비된다. 주요국의 요금 인상 동향을 보면 올해 들어서만 이탈리아는 55%, 프랑스는 24.3%, 영국은 22.4% 등 급격한 요금 인상을 실시했다.

해당 국가 정부에서는 에너지 가격 상승과 요금 인상에 대해 소비자 직접 지원, 전력사 비용 보조 등으로 대응했다.

프랑스는 지난 4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가 전기 소비세 감면을 실시했다. 스웨덴은 에너지 비용이 높은 가구들의 부담 완화를 위해 직접적인 자금 지원을 한시적으로 실시했다.

초과이익 환수와 전력사에 대한 비용 보조 정책 사례를 보면 영국은 초과이익을 낸 석유·가스 기업에 부과하는 세금 또는 부과금인 '횡재세' 추징을 검토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국영전력회사 EDF가 소매요금 인상이 억제돼 손실이 커지자 2년간 현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노르웨이 정부는 전력회사에 동계기간에 시장 가격의 초과분인 80%를 지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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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 한국전력 나주 본사 전경. (사진=한국전력 제공)



◆과거에도 공적 자금으로 손실 메워…결국 혈세 투입 우려

물론 일부 사례처럼 급격한 요금 인상은 소비자와 기업의 부담을 높여 꼭 바람직하다고 볼 수만은 없다. 오히려 당장의 물가 관리와 국민 생활 부담 축소에는 공공요금 동결이 효과적이다.

그러나 전기 공급자에 막대한 부채가 누적되면 결국 세금으로 메울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전기 사용량과 무관하게 그 부담을 분담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벌어진다.

실제로 지난 2008년 한전이 고유가 여파에 영업적자를 내자, 6680억원의 공적 자금이 투입된 적이 있다.

이 같은 '조삼모사'의 상황을 피하고 건전한 전력산업 발전을 위해 도입된 '연료비 연동제'도 결국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상당하다. 지난해 2·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는 상승 요인이 있었지만, 고물가 상황 등을 우려해 인상이 유보됐다.

이에 국내 전기요금은 2013년 이후 약 8년 만인 지난해 9월에서야 킬로와트시(㎾h)당 3원 올랐다. 이마저도 작년 1분기 요금이 저유가 영향으로 ㎾h당 3원 내려갔던 점을 고려하면, 연간 기준으로 상승 폭이 제로(0)다.

◆자산 매각, 알짜 사업 정리하고 민간에까지 적자 떠넘겨

이런 가운데 한전은 자산 매각, 알짜 해외 사업 정리에 신규 채용은 정년퇴직하는 인원만큼만 하는 등 '마른수건 쥐어짜기'를 하고 있다.

여기에 한전이 민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에 지급하는 대금의 산정 방식에서 환경기여도를 삭제해 지급 규모를 줄이고,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가 추진되며 민간까지 한전의 적자 메꾸기에 동원될 전망이다.

그러나 한전의 심각한 적자에는 경영상 비효율도 상당 부분 문제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원가 부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점에 이견이 많지 않다.

특히 최근 SMP 상한제 등으로 민간 발전사가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며, 한전 내부는 물론 민간에서도 전기요금 정상화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민간에까지 한전의 적자를 떠넘길 게 아니라 근본적인 전기요금 현실화가 해답"이라고 강조했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1개 분기에 7조8000억원이라는 영업적자는 어마어마한 규모"라며 "한전은 현재 기존의 이익·적자 구조가 기존의 패턴을 완전히 벗어났다. (자구책 격인) 효율 개선, 긴축만으로는 위기 극복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e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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