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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테로 사리넨 "'회오리', 8년만에 핀란드 첫 무대…꿈 이뤄"

등록 2022.06.23 12: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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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2014년 초연…국립무용단 해외 안무가 첫 협업
9월 헬싱키 댄스 하우스 첫 해외 초청작 무대
"한국무용 아름다워…전통춤, 큰 문화적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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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무용단 '회오리' 안무가 테로 사리넨가 20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연습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핀란드 출신 천재 안무가 테로 사리넨는 국립무용단 역사상 처음으로 해외 안무가를 초빙해 만든 '회오리' 안무가이다. 우리 춤의 소용돌이 '회오리(VORTEX)'를 오는 24일부터 26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2022.06.23.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지난 20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내 국립무용단 연습실. 한바탕 소용돌이 같은 춤이 끝난 후 거친 숨을 몰아쉬는 무용수들에게 핀란드 안무가인 연출 테로 사리넨은 미소와 함께 힘찬 박수를 보냈다. 오는 24일 개막하는 '회오리' 공연을 앞두고 입국한 그는 이날 첫 대면 연습에 참석했다.

새의 날갯짓처럼 두 팔은 하늘을 향해 뻗어나간다. 손가락 마디마디부터 바람을 끌어당기고 때로는 몰아내듯 굴절하며 움직인다. 일렬로 나란히 선 무용수들은 회오리를 일으키듯 거센 파도처럼 강렬하고 역동적인 몸짓을 만들어낸다. 중앙 무대에 선 두 명의 남녀 커플과 매개자 샤먼이 이 세계의 흐름을 이끌어간다.

땅을 누르며 쓸어내리고 하늘로 뻗는 손짓, 눈빛 하나에도 집중하며 보던 그는 어느새 연습실을 누비며 무용수들 곁에서 직접 코치에 나섰다. 시선을 "저 멀리", 동작을 "힘을 빼고 부드럽게" 강조하던 그는 이날 기자에게 "굉장히 높은 수준의 연습을 했다"며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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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무용단 '회오리' 안무가 테로 사리넨가 20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연습실 공연 연습을 지도하고 있다. 핀란드 출신 천재 안무가 테로 사리넨는 국립무용단 역사상 처음으로 해외 안무가를 초빙해 만든 '회오리' 안무가이다. 우리 춤의 소용돌이 '회오리(VORTEX)'를 오는 24일부터 26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2022.06.23. pak7130@newsis.com

국립무용단의 '회오리(VORTEX)'가 3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2014년 초연한 이 작품은 창단 이후 52년 만에 해외 안무가와 처음 시도한 협업 작품이다. 한국 전통춤의 원형에서 파생된 이국적이면서 깊이 있는 움직임으로 호평받은 이 작품은 세 차례의 국내 공연과 2015년 프랑스 칸 댄스 페스티벌, 2019년 일본 가나가와예술극장에 초청공연돼 주목받았다.

오는 9월엔 핀란드로 날아간다. 지난 2월 개관한 헬싱키 댄스 하우스의 첫 해외 초청작으로 핀란드 관객들을 만난다. 70년 숙원으로 세워진 핀란드 최초의 전문 무용 공연장이다. 초연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고국 무대에 '회오리'를 선보이는 사리넨은 "꿈이 이뤄졌다"며 설레했다.

그는 "8년 전부터 원했던 일이 현실이 돼 너무 기쁘다. 굉장히 자랑스럽고 영광"이라며 "이는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두 나라의 문화적 교류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기뻐했다. 코로나19로 그동안 주춤했던 국립무용단의 해외 공연 재개를 알리는 시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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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무용단 무용수들이 '회오리(VORTEX)' 공연을 앞두고 20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연습실에서 공연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 춤의 소용돌이 '회오리'는 국립무용단 역사상 처음으로 해외 안무가 테로 사리넨를 초빙해 만든 공연이다. 2022.06.23. pak7130@newsis.com

체조로 출발한 사리넨은 1985년 핀란드 국립오페라발레단에 입단했다. 이후 발레는 물론 동유럽을 누비며 현대무용을 섭렵했고, 아시아로 눈을 돌려 일본 전통 무용과 부토를 연구했다. 프랑스 현대무용 대모로 꼽히는 카롤린 칼송에게 극찬받았고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 이스라엘 바체바 무용단 등 최정상급 무용단과 활동해왔다. 2005년엔 핀란드 최고 영예인 프로-핀란디아 메달을 받았다.

'회오리'는 옛것으로부터 새로운 것을 융합해 만들어냈다. 한국무용의 우아함과 현대적 안무의 역동성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움직임의 바탕엔 '자연'이 있다. 오랫동안 자연주의 춤 철학을 구축해온 그는 한국 전통춤, 전통음악에 이질감 없이 스며들었다.

그는 "자연과 자연적인 움직임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며 "다양한 움직임을 시도해보고, 여행하듯 탐험해보고 싶었다. 한국 전통춤과의 만남 자체에서 문화적 교감은 이미 이뤄졌다"고 밝혔다.

"전통 무용이나 음악에 관심이 많아요. 전통을 지키는 게 중요하죠. 특히 한국무용은 너무 아름다워요. 전통춤이 전해 내려오는 건 큰 문화적 유산을 가진 부자와 같죠. 가야금, 해금 등 국악기의 소리를 들었을 때 그 울림에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악기뿐만 아니라 음악인들에게도요. 음악이 제게 무언가 이야기하는 것 같았죠. 새로운 걸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은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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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국립무용단 '회오리' 공연사진. (사진=국립무용단 제공) 2022.06.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작품은 끊임없이 밀려드는 파도처럼 반복적인 인생의 흐름을 표현하는 1장 '조류(Tide)', 과거 지식의 전수를 통해 인간의 근원과 내면을 탐구하는 2장 '전파(Transmission)', 자연과 근원의 이해를 통한 외부로의 확장을 표현한 3장 '회오리(Vortices)'로 이뤄져 있다. 소리에 가야금, 피리, 해금 등이 어우러진 음악은 현재 이날치 밴드를 이끄는 장영규 음악감독 손에서 탄생했다.

파도, 바람처럼 에너지를 분출하는 움직임은 몸이 새로워지는 과정이다. "바람의 통과나 단순한 몸의 움직임이 아닌 정서적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것처럼 표현하고 싶었다"며 "안무에서 손을 쓰는 걸 좋아한다. 사람은 나무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가지들이 뻗어 나오고 손끝에서 꽃이 피어나오는 것처럼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새로운 공연들이 계속 나오지만, 레퍼토리로 자리 잡은 '회오리'를 관객들이 꾸준히 찾아줬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관객들이 잊지 않고 공연을 찾아주는 게 중요해요. 계속 보고 싶은 클래식한 무대가 됐으면 하죠. '회오리'를 통해 저도 한국 전통춤, 한국 무용수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었어요. 앞으로 더 많은 실력 있는 한국 무용수, 한국 디자이너와 다양한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국립무용단과의 협업도 당연히 또 하고 싶고요.(웃음)"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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