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심장 이식환자 2개월 생존…이종장기이식 연구 지속 뒷받침
이식 심장에 있던 돼지 바이러스나
인체 면역 거부 반응 사망원인 가능성
2개월 생존한 사실이 실험 지속 뒷받침
[볼티모어=AP/뉴시스] 미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소재 메릴랜드 의료센터의 바틀리 그리피스(왼쪽) 박사가 환자 데이비드 베넷과 셀카를 찍고 있다. 생명을 구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미 의료계 최초로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베넷이 사흘째 회복 중이라고 병원 측이 1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2022.01.11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사상 최초로 심장병 환자에 돼지의 심장을 이식하는데 성공했지만 환자가 2개월 뒤 숨지면서 이종장기이식이 유효한 치료법인지에 대해 회의론이 일부에서 제기돼 왔다. 이와 관련 심장이식을 담당한 미 메릴랜드대학 메디컬 센터 의사들은 이식환자의 사망원인을 분명히 밝혀내지 못했으나 이 분야 연구자들은 이종장기이식 실험 지속을 뒷받침하는 사례라고 말하는 것으로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집수리공이던 데이비드 베네트(57)이 돼지 심장 이식수술을 받은 건 지난 1월이었다. 당시 수술을 집도한 의사들은 최근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기고한 논문에서 이식한 심장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환자가 숨졌다고 밝혔다. 그들은 그러나 7주 만에 돼지 심장이 커지면서 혈액을 펌핑하지 못하게 된 정확한 이유를 밝혀내지 못했다.
논문 저자인 메릴랜드 의과대 외과교수 무함마드 모히우딘은 "아직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이 논문에 밝힌 한가지 가설은 이식한 돼지 심장을 인체의 항체가 공격했을 가능성이다. 일시적으로 면역억제제 치료를 중단한 것이 사망원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환자의 백혈구 수치가 지나치게 떨어짐에 따라 불가피하게 면역억제제 투여를 중단한 것이 심장에 대한 면역 거부반응을 촉발했을 수 있다고 했다.
다른 가설은 이식된 돼지 심장이 수술 뒤 20일이 지나서 검출된 돼지 바이러스로 기능을 잃게 됐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환자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징후는 없었으나 심장에 있던 바이러스가 감염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는 연쇄반응을 촉발했다는 것이다.
돼지의 기관을 개코원숭이에 이식한 다른 실험에서도 환자의 돼지 심장에서 발견된 시토메갈로 바이러스(CMV)에 감염돼 장기간 생존하지 못한 사례가 있다.
이종장기이식(xenotransplantation) 실험을 해온 과학자들은 베네트 환자의 신체가 돼지 심장을 즉각적으로 거부하지 않았으며 그가 수술 뒤 2개월 동안 생존했다는 사실이 임상 실험 지속을 고려할 수 있게 했다고 말한다.
듀크 의과대 외과장 앨런 커크는 "베네트 환자의 사망으로 인한 회의론보다 생존으로 인한 낙관론이 더 강하다"면서 "돼지 심장이 인간의 생명을 지탱할 수 있느냐는 오랜 의문이 풀렸다"고 말했다.
미 식품의약청(FDA)은 이들의 연구결과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종이식연구는 사례별로 평가해 허용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메릴랜드 의과대와 이식 돼지 심장을 제공한 버지니아 블랙버그 소재 리비비코사의 연구자들은 올 여름 FDA 당국자들과 임상 실험을 논의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앨라배마 버밍햄대 연구자들도 FDA가 임상실험을 승인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앨라배마대 허싱크 의과대 종합이식연구소는 연초 돼지 신장 한쌍을 뇌사상태의 환자에 이식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었다.
FDA는 이달말 이종장기이식 공개 청문회를 개최한다. 듀크대 외과장 커크 박사는 화상으로 청문회에 참석해 FDA가 돼지 심장 이식 사례 등 최근 몇년 동안 이뤄진 임상실험 성과를 바탕으로 더 많은 임상실험을 허용하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간이 아닌 영장류를 대상으로 한 실험으로는 답을 구하지 못할 문제들이 있다.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은 인간에 대한 이식을 통해서만 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베네트 환자의 사례는 장기 공여가 부족해 장기간 이식을 기다리는 만성 환자들 사이에 큰 관심을 촉발했다. 미국에서 심장, 신장 등의 이식을 기다리는 사람은 항상 10만명 이상이며 매년 이식을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람이 6000명에 달한다.
이종장기이식 연구는 1980년 개코원숭이 심장을 이식받은 영아가 1개월도 못돼 사망하면서 중단됐다가 최근 유전자 편집기술이 발달하면서 돼지 장기를 사람에 이식할 수 있다는 희망이 커짐에 따라 다시 활발해졌다.
리비비코사는 돼지 심장의 유전자 10개를 바꿔 사람 신체와 잘 호환되도록 만들었으며 CMV 등의 병원균 검출 검사도 했었다. 이식 수술을 한 모히우딘 박사는 당시 검사를 충분히 한 것으로 판단했으나 앞으로는 더 정밀한 검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바이러스가 남아 있는 걸 알았다면 이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기 이식 감염병 및 이종장기이식 권위자인 매사추세츠 제네럴 허스피털의 제이 피시먼박사는 "인간 이식 임상 시도의 안전을 보장하는 자료를 얻기 위해 장기 공여 돼지와 이식 환자에 대한 면밀한 추적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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