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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 세대 섞인 새로운 앙상블"…연극 '햄릿' 뜨거운 연습 현장

등록 2022.06.28 20:3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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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한달간 연습…"남은 보름, 이제부터 꽃피울 것"
박정자·유인촌→강필석·박지연까지 세대 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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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햄릿' 출연 배우 박정자(배우1 역)가 28일 서울 강북구 성신여대 운정그린 캠퍼스에서 연습실 공개 행사를 갖고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2022.06.28.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장면1.

뎅, 뎅, 뎅, 뎅… 멀리서 종이 울린다. 머리가 희끗한 배우 네 명이 뒤편에서 무대 앞으로 천천히 걸어 나온다. 극 중 배우 1, 2, 3, 4 역의 박정자, 길해연, 윤석화, 손봉숙이다.

"어, 춥다! 뼈가 시리게 추워!" 올해 80세인 원로 배우 박정자가 에너지 넘치는 힘찬 목소리로 무대의 막을 열어젖혔다.

"이제 산 자는 잠에 들고", "죽은 자 눈을 뜨는 때", "깊은 물로부터, 타는 불로부터", "젖은 대지로부터, 탁한 대기 속에서" 네 명의 배우가 입을 떼는 순간, 연습실은 곧바로 공연장으로 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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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햄릿' 출연 배우 박정자, 손숙, 윤석화, 손봉숙이 28일 서울 강북구 성신여대 운정그린 캠퍼스에서 연습실 공개 행사를 갖고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손진책 연출을 비롯한 배우 권성덕, 전무송, 박정자, 손숙, 정동환, 김성녀, 유인촌, 윤석화, 손봉숙, 길해연, 강필석, 박지연, 박건형, 김수현, 김명기, 이호철 등이 참석했다. 2022.06.28. pak7130@newsis.com

무대 중앙에 있던 햄릿의 비정한 숙부 클로디어스 역의 유인촌도 존재감을 뽐냈다. "사랑하는 우리 형님, 햄릿 선왕께서 이제 영원한 잠에 드시니 이 슬픔을 어찌 말로 다 하겠습니까?" 선왕의 죽음으로 왕위와 형수 거투르드(김성녀)를 차지한 그의 얼굴엔 숨길 수 없는 비릿한 미소가 흘렀다.

앞쪽엔 햄릿 역의 강필석이 비통하고 그늘진 얼굴로 바닥에 주저앉아 분노한다. "더럽고, 더럽고, 더럽구나, 육신이여, 차라리 녹아내려 이슬이 되어라! 약한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

#장면2.

의자에 앉아 두 손을 천천히 꺼내들며 괴로운 듯 몸부림치는 클로디어스. 저주받은 두 손으로 피를 나눈 형을 자신이 죽였다며 죄를 고백한다. 음침하게 낮게 깔리는 목소리는 낄낄대며 돌변하고 눈은 번뜩인다. 죄의 대가는 오직 죽음뿐이지만 살고 싶다며, 강렬하게 대사를 한자 한자 꾹꾹 눌러 담듯 뱉어낸다.

긴장감 있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기도하며 무릎 꿇은 클로디어스 뒤로 햄릿이 등장한다. 클로디어스를 보고 멈춰선 햄릿은 원수인 숙부를 노려보며 그의 머리에 총을 겨눈다. 하지만 이내 그의 주변을 맴돌며 고뇌의 말을 토해낸다. "이건 복수가 아니야. 은혜를 베푸는 셈이지. 어떠한 기도도, 어떠한 자비도 그 악취를 씻어내지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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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28일 서울 강북구 성신여대 운정그린 캠퍼스에서 연습실 공개 행사를 진행한 연극 '햄릿'. (사진=신시컴퍼니 제공) 2022.06.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28일 오후 서울 강북구 성신여대 운정그린캠퍼스. 오는 7월13일 개막까지 보름을 앞두고 있는 연극 '햄릿'의 연습실 현장이 공개됐다. 시연이 끝나고 서로 잘했다며 엄지를 척 들어주는 배우들. 권성덕, 전무송, 박정자, 손숙, 정동환, 김성녀, 유인촌, 윤석화, 손봉숙, 길해연부터 강필석, 박지연, 박건형, 김수현, 김명기, 이호철까지 연극계 거목들과 젊은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세대를 뛰어넘은 축제를 만들고 있었다.

연습은 지난달 23일부터 시작해 한 달여간 진행됐다. 손진책 연출은 장면 시연 전 "아직 익지는 않았다. 보름 정도 남았는데 지금부터 연극이 꽃 피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6년 이해랑 탄생 100주년 기념 공연으로 이해랑 연극상을 받은 원로 배우들이 뭉쳐 화제가 됐던 '햄릿'은 이번엔 50년 간극을 넘어선 세대의 장을 만들며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원로 배우들은 주연 자리를 젊은 배우들에게 넘겨주고 더 빛나는 조연, 단역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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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햄릿' 출연 배우 유인촌(클로디어스 역)과 김성녀(거투르드 역)가 28일 서울 강북구 성신여대 운정그린 캠퍼스에서 연습실 공개 행사를 갖고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손진책 연출을 비롯한 배우 권성덕, 전무송, 박정자, 손숙, 정동환, 김성녀, 유인촌, 윤석화, 손봉숙, 길해연, 강필석, 박지연, 박건형, 김수현, 김명기, 이호철 등이 참석했다. 2022.06.28. pak7130@newsis.com


손 연출은 "한국 연극을 지켜온 분들과 함께하는 게 너무나 든든하다. 그 믿음이 관객들까지 연결돼 연극에 대한 믿음으로 자리잡길 바란다"며 "6년 전엔 아홉 배우에 대한 오마주 같은 느낌이었다면 이번엔 신구 세대가 섞여 새로운 앙상블을 시도한다. 몇십년간 해온 선배 배우들은 무대에 서있는 자체로 만족스럽다. 젊은 배우들은 그 힘을 이어받아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한편으로 책임감이 막중하다"고 밝혔다.

햄릿의 연인 오필리어의 아버지 폴로니우스 등을 연기하는 정동환은 "보다 깊은 사명감으로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권성덕, 전무송, 박정자, 손숙 선생님 등 한분한분이 모두 문화재급이다. 귀한 분들과 젊은 배우들까지 함께해 역사적으로 기록돼야 할 작품이다. 최선을 다해 최고의 작품을 보여드리겠다"고 전했다.

'배우2' 역을 맡은 손숙은 "극 중 대사가 일곱마디다.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모른다. (대사를) 더 달라고 사정사정했는데 연출이 안 주더라. 오히려 일곱마디로 관객을 울리라고 했다"고 웃었다. 이에 손 연출은 "(박정자·손숙 등이 극중 맡은) '배우'는 연극을 열고 닫는데, 아주 중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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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28일 서울 강북구 성신여대 운정그린 캠퍼스에서 연습실 공개 행사를 진행한 연극 '햄릿'. (사진=신시컴퍼니 제공) 2022.06.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주인공 햄릿을 맡아 무게감이 큰 강필석은 선배들로부터 격려받고 있다고 했다."박정자 선생님이 손수 맛집에 들러 육회를 사다주시고, 윤석화 선생님은 삼계탕을 사주셨다. 제가 몸둘바 모를 정도로 챙겨주신다"며 "유인촌 선생님은 끊임없이 저를 (연기적으로) 당겨준다. 선배님들 덕분에 수월하게 연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6년 전 햄릿이었던 유인촌은 그의 대척점에 있는 클로디어스를 연기한다. 악역이 새로운 도전이라던 그는 "남은 2주 동안 가슴속에 불을 지피겠다. 아직 그분이 안 오셨다. 개막 전까지 좀더 나쁜 놈을 만들어보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같은 역이라도 배우에 따라 달라진다. 강필석씨의 햄릿은 이전과 전혀 또다른 햄릿이라 기대해도 좋다. 오히려 우리가 배우는 게 많다. 우리가 올드해보일까봐 걱정이다. 서로 잘 맞추며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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