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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쇼핑몰 생존자 "악마 아니면 쇼핑몰 공격 안할 것"

등록 2022.06.29 06:23:43수정 2022.06.29 06:4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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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피에 젖은 중부 크레멘추크 시내..18명 죽고 36명 실종
중환자 9명 머리 다치고 사지 절단..가망 없어
공습경보에 대피 늦은 사람 대부분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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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멘추크=AP/뉴시스]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크레멘추크에서 시민들이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연기가 솟구치는 쇼핑몰을 지켜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번 공격으로 최소 18명이 숨지고 36명이 실종,  58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2022.06.28.

[크레멘추크( 우크라이나)= AP/뉴시스] 차미례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쇼핑센터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18명으로 늘었다.  우크라이나 재난당국은 28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중부 크레멘추크시의 쇼핑센터를 공습해 18명이 숨지고 36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도심의 쇼핑몰은 평범한 대형 매장이었지만 피난을 가지 않은 시민들에게는 일상의 피난처였고 전쟁의 공포를 잊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다.  그런 쇼핑몰이 러시아의 공습으로 폭발했다.

러시아군은 전날 Tu-22M3 장거리 폭격기 편대를 동원해 약 330㎞ 떨어진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상공에서 쇼핑몰과 스포츠 경기장을 겨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당시 쇼핑몰에는 1000여명이 몰려있었다.

쇼핑몰은 27일 오후 삽시간에 생지옥으로 변했다.  생사는 공습경보에 당장 대피한 사람과 한 차례 더 울리면 대피하려고 지체한 사람들 사이에서 갈렸다.  머물러있던 사람들 가운데 18명이 죽고 36명이 실종되었으며 수십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시내에서 가장 큰 장난감 매장이 있는 크레멘추크 쇼핑 몰은 이제는 러시아의 민간인 학살과 전쟁범죄의 새로운 지명으로 떠올랐다.

러시아정부는 전에 우크라이나 다른 도시들에서 극장,  기차역, 병원 등 민간 시설을 공격했을 때처럼  이번에도 "쇼핑몰은 타깃이 아니며 우크라이나 무기 저장고를 폭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루가 지난 28일에도 참사현장은 아직도 새카맣게 탄 폐허에 탄약 냄새와 분진이 공기에 가득했다.  너무 비명을 질러 목이 쉰 사람들은 피부가 따갑고 목이 아픈데도 현장을 다시 찾아 아직도 연기가 나고 있는 이 곳에 빨간 카네이션 꽃들을 가져다 놓았다.

생존자들과 시민들은 폭격 당시를 찍은 동영상의 참상을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유했다. 

거기에는 폭격 당시 도망치려다가 숨진 한 여성의 불에 탄 시신에 하얀 운동화만이 말짱하게 신겨져 있는 장면,  폭격 순간 숨지면서 한 남성이 어머니를 부르는 목소리 등도 담겨 있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민간인을 의도적으로 노린 공격"이라고 규탄했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유럽 역사상 가장 끔찍한 테러 공격"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쇼핑센터가 아닌 서방이 제공한 무기 저장고를 공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올렉산드르란 이름만 밝힌 쇼핑몰직원은 건물 바깥에서 한 동료와 잠깐 담배를 피우러 나갔을 때 공습경보가 계속되다가 끊겼고 그 순간 폭발이 일어났다고 AP기자에게 말했다.

"1-2분 동안 갑자기 눈 앞이 캄캄하게 변했다.  연기와 불이 가득한 캄캄한 터널 같았다.  나는 땅바닥을 기기 시작했다.  하늘 위에는 분명 해가 떠 있었고,  내 머리속에는 내가 나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 밖에는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사방이 불길에 싸여 있었고 그는 폭발의 힘으로 날아가 한 승용차 밑에 들어가 있었다.  귀도 들리지 않았다.  폭탄 파편들이 한쪽 다리에 무수히 박혀있었다.

"그 정도만 해도 운이 좋았다. 하느님께 감사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쇼핑 몰이 비어있었다는 러시아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최소 1000명 이상의 쇼핑객이 있었을 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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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멘추크=AP/뉴시스]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크레멘추크에서 소방대원들이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된 쇼핑몰 잔해를 정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27일 발생한 이번 공격으로 지금까지 최소 18명의 민간인이 숨지고 약 6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2022.06.28.

퇴근길에 걸어서 집으로 가다가 쇼핑몰 앞에 도착했던 카테리나 로마시니야는 갑자기 폭발로 몸이 날아가 땅에 떨어지면서 주변의 모든 유리창들이 깨어지는 것을 보았다.  한 10~15분쯤 지났을 때 또 한 차례 폭발이 일어났다.

그녀는 "나는 이 대로 있으면 안되겠다, 달아나야 한다고 깨닫고 죽을 힘을 다해 도망쳤다.  정말 무서웠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쇼핑몰을 공격한다는 건 정말 괴물이고 악마가 아니면 못할 짓이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그는 말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쇼핑몰이 직격탄을 맞을 때 공장 한 곳도 공격 당했지만,  그 곳은 무기 저장소가 아니라며 러시아측 주장을 반박했다.
 
크레멘추크 병원에서 부상자들의 집도를 맡은 외과의 코스티얀틴 마나옌코우박사는 중환자실에 실려온  중상자 9명의 상태가 "매우 위독한 상태"라고 말했다.  대부분 머리와 뇌를 다친데다 사지 절단 수술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현장을 찾은 데니스 모나스티르스키  내무장관은 일부 시신들은 너무 심하게 불에 타서 신원을 알수 없고,  이를 파악하는 데 며칠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쇼핑몰 안의 사람들이 공습경보가 울린 즉시 움직였다면 7분에서 10분 이내에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공호가 바로 길 건너편에 있었기 때문이다. 

모나스티르스키  내무장관은 벌써 4개월째 사이렌 소리와 함께 살고 있는 국민들이 이제는 공습의 위험을 깨닫고 신속하게 행동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리나 베네딕토바 검찰총장도 모든 우크라이나 국민은 이번과 비슷한 공습이 "매순간 가능하다"고 인식하고 항상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28일 해질녘이 되자 일부 주민들은 참사 현장에 나와서 불에 탄 쇼핑몰의 폐허를 지켜 보며 울부짖었다.

"뭐라고 말 좀 하세요! 하느님께 우릴 구해달라고 기도라도 해요!"라고 이들은 외쳤다.


◎공감언론 뉴시스 cm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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