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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인영, 팝스타 통역 대명사…"음악 일, 즐겁지 않은 순간이 없었네요"

등록 2022.07.06 10:3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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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30년가량 내한 팝스타 500명 가까이 만나
마이클 잭슨·폴 매카트니, 배울 점 많아
"뉘앙스 전달 중요…AI 발달해도 통역사 사라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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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태인영. 2022.07.06. (사진 = 두나이스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태인영은 내한 팝스타 통역의 대명사다. 팝 전문 MC이기도 한 그녀는 30년가량 500명에 가까운 해외 뮤지션들을 만났다.

동시에 그림자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통역을 할 때 그녀가 보이는 법은 결코 없다. 뮤지션이 말한 내용뿐만 아니라 태도, 뉘앙스만 오롯이 전달하고 본인은 뒤로 쏙 빠진다. 태인영의 통역이 유혹적인 이유는, 감각적이고 화려하게 말을 옮겨서가 아니라 듣는 이들이 듣고 싶어하는 것에 명쾌하게 화답하기 때문이다.

드디어 엔데믹 시대가 왔고, 팝 스타들의 내한 러시도 다시 시작됐다. 팬데믹 기간 그녀의 따듯함과 공감 능력을 그리워한 팝스타나 팝 팬들이 한두명이 아니다. 최근 청담동에서 만난 태인영은 "음악 관련 일을 하면서 즐겁지 않은 순간이 한번도 없었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4월 DJ 배철수·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와 오랜만에 '그래미 어워즈' 생중계 진행을 맡아 팝 팬들이 반가워했습니다.

"배철수 선생님이 올해를 마지막으로 '그래미 어워즈' 진행을 더 맡지 않겠다고 하셨어요.(배철수는 생중계 당시에도 이에 대해 언급했다.) 그래서 원년 멤버로 함께 하고 싶다고 하셨죠. 엠넷이 청담동에 있을 때도 진행을 했었거든요. 이후 상암동으로 옮겨서도 하고. 특히 이번엔 더 의미가 있는 자리에 불러주셨으니, 꼭 와야했어요. 다른 스케줄을 조정했죠."

-배철수 선생님은 구창모 선생님과 38년 만에 뭉쳐 송골매의 마지막 콘서트(9월 11~12일 서울 케이스포돔)를 준비 중이기도 하시죠.

"5, 6년 전부터 공연 얘기가 나온 것으로 아는데, 때를 기다리신 거 같아요. 구창모 선생님도 사석에서 몇번 뵀는데 꾸준히 보컬 트레이닝을 하시고 체력을 기르시더라고요. 공연을 추석 때 하시던데 꼭 가야죠(태인영은 현재 싱가포르에 거주하고 있다). (의리가 대단하다고 하자) 제가 배철수 선생님 덕을 많이 봤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진심 팬입니다. 공연한다고 하시니까 제가 더 떨려요. 제가 사실 '송골매 시대'는 아니거든요. 송골매 시절의 선생님을 보면 그래서 새로워요. 일뿐만 아니라 인생적으로도 선생님에게 배운 것이 많고요."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진행하셨던 코너 '태인영의 뮤직 앤 리릭스(Music & Lyrics)'를 통해 영어 공부를 했다는 청취자도 많았습니다.

"정말 팝을 좋아해 부르는 일은, 효과적인 영어 공부 방법이에요. '내 입에서 내 소리가 나와야' 영어가 늘거든요. 그리고 또 재밌잖아요."

-선생님도 어릴 때 팝을 좋아하셨죠?

"어렸을 때 외국에서 살면서 팝송을 흥얼거렸고, 그걸 잊어버리지 않았어요. 외국에서 살다 한국에 온 뒤 5~6년이 지나면 얘기할 기회가 없어 외국어를 잊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팝송 덕에 계속 기억할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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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태인영. 2022.07.06. (사진 = 두나이스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어떤 팝송을 즐겨 들었나요?

"가장 먼저 들었던 팝송은 초등학교 때, (유로 팝댄스인) 발티모라의 '타잔보이'로 기억해요. 이후에 유행하는 팝음악을 듣고,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생긴 건 한참 뒤였어요. 특히 가사가 좋아 빠진 아티스트가 많았죠. ELO(일렉트릭 라이트 오케스트라)를 그렇게 좋아했고 조지 해리슨, 샤니아 트웨인, 쉐릴 크로, 빌리 조엘… 주로 싱어송라이터를 좋아했어요."

-어떤 점이 그렇게 좋았나요?

"가사가 철학책을 읽는 거 같았거든요. 그런데 노래에 담으니 무겁지 않게 흥얼거리면서 곱씹을 수 있었죠."

-서울대 공예과를 나오셔잖아요? 어떻게 일을 시작하게 되신 건가요?

"대학교 2학년 때, 노래 대회에 나갔다가 DJ 김광한 선생님의 제안을 받고 시작했어요. 당시 한국 시장이 커질 때라 팝 뮤지션의 내한 프로모션이 많았거든요. 통역 일뿐만 아니라 같이 소품도 나르고 한 팀처럼 일했어요. 아티스트랑 밥도 같이 먹고 내내 버스에 같이 있으니, 인간적인 대화도 많이 나눴죠. 처음 통역을 맡았던 건 ('뉴에이지계 베토벤'으로 통하는 그리스 뮤지션으로 1995년 첫 내한했다) 야니였을 거예요. 김광한 선생님이 당신의 프로그램에 야니가 출연해서, 통역이 필요한데 '한번 해볼 수 있겠니'라고 물어봐주셨죠. 통역 내용은 잘 기억이 안나는데,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지 모른다'고 떨지 않았던 기억이 나요. 하하."

-셀 수도 없을 거 같은데 몇분이나 만나셨나요? 인상적이었던 분들도 많았을 거 같아요. 

"5, 6년 전에 440명대까지 카운팅하고 세지 않았어요.(웃음) 제가 기억이 안 나는 신인들도 많았고요. 마이클 잭슨 내한 때는 제가 통역사는 아니었는데 개인적으로 옆에 붙어 있었어요. 남자답고 친절한 분이셨어요. 폴 매카트니 경은 한국말을 하시고 싶어하셔서 한국 말을 알려드리기도 했죠. 퀸의 브라이언 메이도 친절하셨고. 정말 대단한 아티스트 분들을 보면서 느끼 건, 성공한 사람들에게선 배울 게 많다는 거였어요. 성공한 분들은 달라도 뭔가 다르더라고요."

-통역을 하실 때 중도를 지키는 담백함이 좋아요. 경력이 오래돼 내공도 깊으니, 가끔은 본인이 더 설명을 하셔도 괜찮을 거 같은데 말이죠. 아울러 내용뿐만 아니라 뮤지션의 기분과 태도, 뉘앙스도 잘 전달해주십니다. 그 만큼 교감도 잘 하시는 거 같아요.

"(중도를 지키는 건) 제 목표이기도 했어요. 뮤지션분들이 이야기할 시간도 많지 않은데, 제가 뺏는 건 맞지 않고요. 그리고 공감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제가 '호기심 천국'이라 그 뮤지션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아서이기도 해요. 스팅을 만났는데 어떻게 안 궁금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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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태인영. 2022.07.06. (사진 = 두나이스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혹시나 뵙고 싶었는데 뵙지 못한 아티스트도 있나요?
 
"조지 마이클, 휘트니 휴스턴이요. 마이클은 개인적으로 노래를 가장 잘하는 가수라고 생각하는데 내한을 오시지 않았고요, 휴스턴은 내한공연 때 따로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죠. 이제 더 이상 보지 못할 분들이라 아쉬움이 크네요."

-코로나19 기간 해외 뮤지션 내한이 완전 끊겼습니다.

"처음엔 금방 끝날 줄 알았어요. 업계분들이 많이 힘들어하셨죠. 코로나19 직전 영국에 가서 '배철수의 음악캠프' 영국 특집을 함께 했거든요. 끝나고 싱가포르에 돌아오니, 그 다음날 날 국경이 닫혀 6개월 간 꼼짝 못했어요. 상황이 나아지지 않길래, 이 기회를 삼아사 다른 걸 해봐야지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팝 내한 뮤지션 통역뿐만 아니라 국제 스포츠 행사 유치 등에 힘을 싣기도 하셨어요. 광주 유니버시아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도 도운 것으로 아는데요.

"지금도 국제 스포츠 행사 유치를 돕고 있어요. '소통의 기술'이라든지 배울 게 많죠. 의료, 원자력 관련 일을 통역하기도 했어요. 카이스트랑 하는 작업도 있었고, 보잉 본사에도 갔습니다. 비행기가 어떻게 뜨는지를 배웠죠. (새로운 것을 계속 배워서 늙지 않는 거 같다고 하자) 전문가분들을 만나 직접 얘기를 듣는 건 매번 재밌죠."

-좋은 통역사는 어떤 사람일까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전 뉘앙스 전달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인공지능(AI) 통번역 서비스가 발달해도 의도까지 번역하는 건 아직 기계가 못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대화의 맥락과 사람의 표정을 읽어야 하는 거잖아요. AI가 발전하면 통역사가 없어져야 할 직업 중 하나로 지목됐는데, 전 아니라고 생각해요. 봉준호 감독님의 통역을 맡았던 샤론 최 씨도 느낌과 뉘앙스를 영어로 잘 전달했잖아요. 통역이 앞으로 그런 쪽으로 점점 발전할 것 같아요. 전 여행을 다니면서 계속 공부를 하고 있어요. 그렇게 인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면, 더 공감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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