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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 300]또 하나의 걸작

등록 2022.06.30 05: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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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6월 5주차 개봉 영화와 최신 개봉 영화 간단평을 정리했다.

◆품위와 위엄, 전복과 붕괴의 걸작…'헤어질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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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이 박찬욱 감독의 최고작인가. 그건 모르겠다. 다만 걸작인 건 분명하다. 이 작품엔 어떤 영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품위가 있다. 단 하나의 숏(shot)에서도 위엄을 잃지 않으려는 이 작품은, 더이상 새로운 사랑영화는 없다는 사람들에게 로맨스영화가 다다를 수 있는 또 다른 장소를 내보인다. 품위와 위엄을 내세우며 도달한 이 경지는 단정(斷定)하지 않는 태도에 기반하는 것 같다. '헤어질 결심'은 스릴러를, 멜로를 단정하지 않는다. 소통과 관계를 단정하지 않는다. 가해와 피해도 단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사랑을 단정하지 않는다. 대신 골똘히 들여다본다. 138분을 그렇게 응시한 뒤에 관객에게 묻는다. '이 정도라면 판단할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이 영화는 필름 누아르를 전복하고 로맨스 영화의 도식을 뒤틀면서 타자화 된 여성을 구원하려 한다. '헤어질 결심'은 짙게 깔린 안개의 영화이고, 몰아치는 파도의 영화이고, 높이 솟은 산의 영화이고, 떴다 진 태양에 관한 영화이다. 그리고 박 감독 영화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엔딩이 있다. 그 여운은 길고 또 길게 남는다.

◆전설이 된 영화 신화가 된 배우…탑건:매버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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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이 아직 6개월이나 남아 있지만, 아마 올해 '탑건:매버릭'보다 관객을 더 미치게 하는 영화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말하자면 이런 식이다. '탑건:매버릭'은 속도로, 규모로, 힘으로 미치게 한다. 짜릿해서 쿨해서 낭만적이어서 미친다. 그들의 사랑도, 우정도, 열정도 미친 것 같다. 물론 '탑건:매버릭'을 완전무결한 영화라고 할 수는 없다. 그래도 '탑건:매버릭'은 영화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만큼은 완전무결하게 해낸다. 관객을 스크린 깊숙이 빠트려 그 가상의 세계를 진짜라고 믿게 하는 것. '탑건:매버릭'은 36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그 임무를 완수하며 전설이 된다. 이 전설의 시작과 함께 떠오른 24살의 할리우드 신성 톰 크루즈는 이제는 환갑의 슈퍼스타가 돼 이 전설을 마무리하며 신화가 된다.

◆아무리 액션이 현란해도…마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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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배우 신시아는 새로운 발견이다. 순수함과 서늘함을 오가는 그의 얼굴은 앞으로 행보를 기대하게 한다. 김다미에 이어 신시아를 선택한 박훈정 감독의 눈은 이번에도 틀리지 않았다. 일부 액션 장면도 분명 인상적이다. '마녀2'는 한국영화에서 슈퍼히어로식(式) 액션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남을 것이다. 다만 좋은 점 못지 않게 안 좋은 점도 많다. 그 중 가장 큰 단점은 137분에 달하는 러닝 타임이다. 이 작품은 이 긴 상영 시간이 왜 필요한지 설득하지 못한다. 다시 말해 이 영화의 이야기가 러닝 타임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빈약하다는 것이다. 이른바 '마녀 프로젝트'라는 세계관에 관객을 몰입시킬 수 없다면, 앞으로 또 한 번 후속작이 나와도 첫 번째 영화인 '마녀'만큼의 호응은 얻지 못 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픽사는 픽사…버즈 라이트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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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즈 라이트이어'를 픽사의 전작인 '소울'(2020)만큼 창의적인 작품이라고 할 순 없을 것이다. 픽사의 최고작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래도 픽사는 픽사다. 트집을 잡을 수는 있어도 싫어할 수 없는 영화라는 건 분명하다. 공기·질감·분위기까지 표현하는 경지에 이른 기술력에 관해 말하는 건 새삼스럽다. 누구 하나 정이 안 가는 인물이 없을 정도로 사려깊은 캐릭터 조형술은 어떤가. 나이 어린 관객에겐 꿈을 심어주고 나이 많은 관객에겐 삶을 되돌아 볼 기회를 주는 이야기도 있다. SF우주어드벤처라는 장르에 부응하는 액션 역시 인상적이다. 그리고 따뜻하고 유머러스하다. 게다가 우리가 사랑했던 캐릭터 '버즈'가 주인공이다. 그리고 한 가지, '버즈 라이트이어'의 숨겨진 매력은 고양이 로봇 캐릭터 '삭스'다. 이 영화를 본 관객은 누구나 삭스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래도 고레에다 히로카즈…브로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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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오래 지켜봐온 관객이라면 '브로커'에 실망할 공산이 크다. 정교하고 절제돼 있던 고레에다 감독의 기존 화법이 무너진 듯한 장면이 여럿 있기 때문이다. 작위적이고 구태의연한 부분도 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로커'는 챙겨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아무리 고레에다 감독의 평작이라고 해도 특유의 예리한 통찰과 어쩔 도리 없이 가슴이 따뜻해지는 순간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은 아무 영화로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고레에다 감독 영화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연기가 있다. 송강호는 물론이고 강동원·이지은(아이유) 등 배우들의 연기가 각각 뛰어난데다가 호흡도 좋다.

◆공룡 보러 오세요…쥬라기 월드:도미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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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부터 2001년까지 나온 '쥬라기 공원' 3부작과 2015년부터 현재까지 나온 '쥬라기 월드' 3부작의 마지막 영화로 쥬라기 시리즈를 결산하는 작품이다. 이른바 '쥬라기 단일화' '쥬라기 대통합'을 위해 이 시리즈가 그간 보여준 모든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집어넣었다. '쥬라기 월드' 시리즈의 주연 배우인 크리스 프랫과 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는 물론이고 '쥬라기 공원'의 샘 닐과 로라 던도 나온다. 온갖 공룡이 총집결하고, '쥬라기 공원' 1편을 오마주한 장면이 넘쳐난다. 글쎄, 이런 영화도 있는 법이다. 큰 기대 없이 147분 간 공룡 구경한다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다. 다만 '쥬라기 공원'이라는 위대한 전설을 만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이 영화를 본다면 가슴 한 쪽 구석이 아플 수도 있다.

◆시원하고 정확한 한 방 펀치…범죄도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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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2'는 마석도 형사의 펀치 같은 영화다. 간결하고 빠르게 그리고 정확하게 한 방 내리꽂는다. 이 한 방이면 충분하다. 이 펀치의 매력을 어떤 관객도 거부하기 힘들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주연 배우이자 제작자인 마동석과 이상용 감독은 관객이 이 영화에 기대하는 게 뭔지 잘 알고 있다. 신나게 웃고 떠들고 호쾌하게 뛰어다니며 범인을 잡으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범죄도시'에 이어 '범죄도시2'도 그 기대에 부응한다. 이 시리즈가 마동석의 영화인 건 분명하지만 이번에도 그에 못지 않게 인상적인 악당 캐릭터가 등장한다. 배우 손석구는 자신이 최근 왜 대세 배우가 됐는지 이번 작품으로 또 한 번 증명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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