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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군, 남부 헤르손에서 러군 꾸준히 밀어내…점령 마을 늘어

등록 2022.06.30 12:3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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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전 1주일만에 대부분 점령됐으나

러군 동부 공세 집중하며 방어 못해

우크라군 점령 마을 매일 늘어나

[헤르손=AP/뉴시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을 완전히 장악한 러시아가 '위장' 주민투표를 시행해 이 지역을 '헤르손 인민공화국'으로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은 지난 3월 7일 헤르손 주민들이 러시아의 점령에 반대하며 러시아 군인들을 향해 구호를 외치는 모습. 2022.04.28.

[헤르손=AP/뉴시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을 완전히 장악한 러시아가 '위장' 주민투표를 시행해 이 지역을 '헤르손 인민공화국'으로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은 지난 3월 7일 헤르손 주민들이 러시아의 점령에 반대하며 러시아 군인들을 향해 구호를 외치는 모습. 2022.04.28.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지방에서 러시아군이 기지로 사용하던 한 학교에 부서진 장갑차 3대가 서 있다.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받고 망가져 이곳에 버려진 것이다. 지난 주말 동안 이곳 주민 3명이 장갑차 1대를 해체해 부품을 빼갔다. 주변에는 폭탄 잔해가 가득했다. 나머지 2대는 학교 뒷편 라벤더 텃밭에서 시골 풍경을 깨트리는 모습으로 서 있다.

러시아군은 이곳에서 5km 떨어진 곳까지 밀려났다. 그렇지만 장갑차를 해체하는 수리공은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이 날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포격으로 인한 연기가 한번 일었을 뿐이다. 그마저 전선 너머 러시아군 주둔지에서 일어난 일이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방 공략에 집중하는 사이 우크라이나군이 남부에서 꾸준히 진격하고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헤르손 지방의 주요 전략 거점인 마을들을 한군데씩 탈환하고 있는 것이다.

흑해 연안의 비옥한 농업지대인 헤르손 지방은 우크라이나에게 매우 중요한 곳이다. 드녜프르강 서쪽 지역에서 러시아군이 유일하게 점령한 곳이며 흑해연안의 유일한 항구이자 대도시인 오데사를 공격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이 곳에서 서쪽과 북쪽 두 방향에서 러시아군을 압박하고 있다.

호출명이 마흐노라는 현지 정찰부대 지휘관은 "이곳에서 그들을 사냥할 수 있다. 러시아군은 동부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고 했다.

이곳 주민들은 밤마다 지하실로 내려가는 일을 그만뒀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의 포격이 멈추진 않았지만 사람들이 익숙해진 때문이다. 헤르손 지역은 대부분 개전 1주일만에 러시아군에 점령됐다. 러시아군이 크름반도에서 대거 탱크를 몰고 진격해왔다.

그러나 러시아군이 동부 공략에 집중하면서 방어하기가 어려워졌다. 나탈리네 인근 학교 근처의 한 마을은 양측 모두 확실히 점령하지 않은 "회색지대"였으나 1주일전 우크라이나군이 점령했다.

러시아 점령군은 마을에 남은 75명의 주민들 모두로부터 휴대폰을 압수해 아무 소식도 알 수 없게 만들었다. 주민들은 우크라이나군이 포격에 못이긴 러시아군이 밤에 철수하기 전까지 우크라이나군이 이기고 있다는 걸 몰랐다.

우크라이나군이 점령한 뒤로 주민들의 생활이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여전히 전쟁 지역이며 군인들이 거리를 순찰하고 있다. 군복만 우크라이나군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전투 소음이 크고 가깝게 들리는 것도 여전하다.

지난 23일 오후 남편과 어린 딸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우유를 받으러 나선 알료나 하라임은 "우리 남자들을 러시아군보다는 우크라이나군에 보내겠다"고 했다.

이곳의 자갈길을 따라 아이들이 모형 검문소를 설치했다. 12살 소녀가 기자에게 장난으로 "암호를 대라"고 했다. 우크라이나어로 빵이라는 뜻의 "팔리아니챠"라는 단어가 암호였다. 이를 보고 우크라이나군이 아이들이 주기적으로 암호를 바꾸는 걸 배웠다며 껄껄 웃었다. 전에 쓰던 암호는 블라디미르 푸틴에 대한 험한 욕설이었다.

헤르손 지역 북쪽 끝에 있는 노보보론트소우카 마을에선 주민들이 폭격 당한 아파트에서 창문을 비닐로 막은 채 지내고 있었다. 대부분 피신했고 몇 사람만 남아 있었다.

손에 파편을 들고 있던 미콜라 코스티트신(66)은 처음 폭격을 한 포탄 파편이 신기해보여 수집했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온데 널려 있다. 그는 "그런 걸 뭐하러 치우냐. 매일 점점 늘어나는데. 아무리 치워도 끝이 없다"고 했다.

류드밀라 데니센코(59)와 86세 어머니 아나스타샤 빌릭에게 폭격은 일상이 됐다. 폭격으로 벽이 흔들려야 지하실로 대피한다. 어디선가에서 러시아군과 싸우는 그의 아들이 매일 한차례 전화를 건다. 지난 23일 오후 아직 전화가 없었다며 걱정했다. 아들이 집에 대한 폭격이 멈출 수 있도록 헤르손 지역에서 싸우고 있을 지도 모른다고 했다.

"저놈들을 더 멀리 쫓아버렸으며 좋겠다. 이렇게는 못산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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