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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즈상' 허준이 교수가 세계적 수학자가 된 비결 세가지

등록 2022.07.07 05:50:00수정 2022.07.07 06: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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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이 교수, 안정감의 중요성 반복해서 강조…안정적인 연구 환경 역설하기도

자퇴 허락한 부모님…자유방임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자유로운 양육 환경

협력으로 성과낸 연구 경험 강조…"함께 해야 더 멀리 깊이 갈 수 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최재경 고등과학원장이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열린 허준이 교수 2022 필즈상 수상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07.06.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최재경 고등과학원장이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열린 허준이 교수 2022 필즈상 수상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07.0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진영 기자 = 노벨상보다 더 받기 어렵다는 필즈상을 지난 5일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39)가 받았다.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수학자로 성장한 것은 천부적 재능과 여러 동인이 있겠지만 본인과 주변 지인들이 꼽은 중요한 비결은 심리적 안정감, 자유를 중시한 부모님, 사람들과의 협동심 등이 거론된다.

허 교수는 심리적 안정감의 중요성을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입시 위주의 경쟁적이고 압박감을 조장하는 한국 교육 환경에서는 좀처럼 찾기 힘든 덕목이다.

그는 여러 인터뷰에서 "부모님이 예측 가능한 일상을 만들어 주셨기에 심리적 안정감을 가졌고 그 덕에  수학처럼 추상적인 기초 학문에 관심 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젊은 수학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연구환경에 대해서도 안정감과 여유를 들었다.

그는 제2의 허준이가 나오기 위해 한국 교육에 어떤 점이 보완 및 바뀌어야 할 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젊은 과학자들이 단기적인 목표를 추구하지 않고 마음 편하게 자유롭게 즐거움을 쫓으면서 장기적인 큰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을 만한 여유롭고 안정감 있는 연구 환경이 제공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자유방임에 가까울 정도로 자유를 중시하는 부모의 교육 방식도 관심을 받고 있다.

최재경 한국 고등과학원 원장은 "허 교수가 고등학교 때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자퇴하겠다고 얘기를 하니까 부모님이 허락했다"면서 "이러한 부모님의 자유 방임주의라고까지 할 수 있는 자유를 중시하는 교육 방식이 결국 허 교수를 성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의 자유로운 사고, 행동이 연구할 때 아주 많은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 교수는 또 시인을 꿈꾸며 고등학교를 자퇴했는데 이런 시에 대한 흥미가 수학 연구와 상승 작용을 일으켰을 것이라고 풀이하기도 했다.

최 원장은 독일의 저명한 수학자 카를 바이어슈트라스가 "시인이 아닌 수학자는 진정한 수학자가 아니다'라고 한 말을 인용하며 "시는 간결한 언어를 통해 아름다움을, 수학은 논리를 엮어서 아름다움을 만든다"며 "수학자와 시인 사이를 왔다갔다한 인물이 허 교수다"라고 평했다.

최 원장은 또 빠른 시간 내에 많은 문제를 푸는 능력을 측정하는 한국의 수학 시험 방식이 변해야 한다는 점도 환기했다. 이제는 여유 있게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줄 수 있도록 시험 제도를 보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헬싱키=AP/뉴시스] 허준이(June Huh) 교수가 5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의 알토대학교에서 열린 국제수학연맹(IMU)이 시상하는 필즈상 시상식에 참석해 필즈상 수상 후 기뻐하고 있다.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 교수는 이날 한국인 최초로 상을 받았다. 1936년 제정된 필즈상은 4년마다 수학계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40세 미만의 수학자에게 주어지는 수학 분야 최고의 상으로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2022.07.05.

[헬싱키=AP/뉴시스] 허준이(June Huh) 교수가 5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의 알토대학교에서 열린 국제수학연맹(IMU)이 시상하는 필즈상 시상식에 참석해 필즈상 수상 후 기뻐하고 있다.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 교수는 이날 한국인 최초로 상을 받았다. 1936년 제정된 필즈상은 4년마다 수학계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40세 미만의 수학자에게 주어지는 수학 분야 최고의 상으로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2022.07.05.


아울러 허 교수는 공동 연구 즉 다른 사람과 함께 협동하는 능력도 자신의 연구 성과의 주요 배경으로 짚었다. 통상 수학자라고 하면 골방에서 혼자 머리를 싸매고 연구하는 모습을 떠올리기 쉬우나 그는 여러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협력을 해왔던 것이다.

허 교수는 "현대 수학에 있어서 공동 연구가 굉장히 활발해졌다"면서 "그 이유는 무엇보다 혼자 하는 것보다도 다른 동료들과 함께 생각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라고 역설했다. 이와 함께 "멀리 갈 수 있고 깊이 들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효용성 측면뿐만 아니라 그러한 과정을 거치는 경험이 수학 연구자에게 큰 즐거움을 준다"고 알렸다.

이 밖에 그는 "제가 살아오면서 굉장히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게 어떤 수학 문제를 풀면서 어려움에 맞닥뜨리거나 더 크게는 삶을 살아오면서 어려움을 만났을 때 딱 필요한 때에 정말 필요한 것들을 가르쳐줄 수 있는 선생님과 친구들을 반복해서 잘 만났다"라고 떠올렸다.

필즈상을 받은 어떤 수학자들보다 방황의 시기가 길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지만 사람들과의 적극적 교류를 통해 난관을 헤쳐나갔기에 이런 말을 할 수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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