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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는 왜 화가 났을까'...시인 작가 마야 리 랑그바드의 분노

등록 2022.07.07 1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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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1980년 덴마크로 입양..."퀴어인...난 이중적인 소수성"
2014년 작 '그 여자는 화가 난다' 국내 출간
"'여자(Hun)'의 이야기는 나와 우리의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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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마야 리 랑그바드 작가가 7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기자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난다 제공) 2022.07.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처음 책을 덴마크어로 쓸 때는 덴마크 독자를 염두에 두고 쓴 게 맞지만, 책을 쓰는 과정 내내 한국에서도 읽히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한국계 덴마크 작가 마야 리 랑그바드는 자신의 시집 '그 여자는 화가 난다(Hun er Vred)'의 국내 출간을 맞아 한국을 찾아 "마음 한 켠에만 두고 있던 소망이 8년 만에 이뤄져 기쁘다"며 이렇게 말했다.

마야는 1980년 한국에서 태어나 덴마크로 입양돼 코펜하겐에 거주하며 활동하는 작가이자 번역가다. 2014년 덴마크에서 먼저 출간된 이번 시집은 그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서울에 거주하며 다양한 입양인들과 교류한 경험을 담았다.

7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그는 "처음에는 덴마크의 지원금을 받고 한국에 몇 달간 머물 계획이었다"며 "이곳에서 연구가 아닌 사람을 만나는 유기적인 자리가 많아지면서 입양 시스템과 입양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계속 쌓게 된 것이 이후 3년간 한국에 머물게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입양 문제에 대해 고민한 그는 이후 국가 간 입양에 비판적인 입양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며 작품 집필에 들어갔다.

"책에서 친부모에 대한 묘사는 자전적인 이야기만이 아닌 여러 사람의 공통된, 그리고 개인적인 경험들이 뒤섞여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는 2006년 자신의 한국인 친부모를 처음 만났다는 사실을 밝히며 "친부모를 만나고 5년간 교류의 공백기가 있기도 했다. 친부모를 만날 때마다 통역가를 불러야 하는 등 감정적, 언어적 장벽이 있었다"고 했다. 어린 시절 덴마크로 입양된 그는 한국어를 하지 못한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그는 덴마크어로 시집의 마지막 페이지를 낭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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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시집 '그 여자는 화가 난다' (사진=난다 제공) 2022.07.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여자는 자신이 수입품이었기에 화가 난다./여자는 자신이 수출품이었기에 화가 난다." (본문 중에서)

시집에서는 '여자는(Hun)'이라는 주어가 반복된다. 반복된 표현 속에서 드러나는 감정은 '분노'다.

마야는 책에서 반복되는 '여자'라는 표현에 대해 "'여자'의 경험은 내 경험이기도 하지만 다른 입양아의 경험이기도 하다"며 "화자와 거리를 둘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젠더의 차원에서 '여자'가 의미를 갖기도 한다. 국가 간의 입양은 우리가 여성이었기 때문에 이뤄지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분노'는 그에게 "깊은 슬픔"으로도 해석된다. 작가는 "그 슬픔은 친부모로부터 분리되어야 하는 슬픔이기도 하지만 체계적인 입양에 대한 믿음을 잃은 것에 대한 슬픔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어 "책을 집필하며 분노를 소화하기도 했지만 쓰면 쓸수록 분노하게 되는 새로운 과정이 있어 글을 쓰는 건 화풀이가 되는 동시에 화병이 나기 과정이기도 했다"고 했다.

"국가 간의 입양은 양부모에게도 입양인에게도 좋은 일로만 저희가 인식하지만 이에 따라서 입양인으로서 겪게 되는 어려움도 많다는 것을 책을 쓰며 말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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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마야 리 랑그바드 작가가 7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기자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통역에는 이훤 시인이 함께했다. (사진=난다 제공) 2022.07.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마야는 자신이 레즈비언이라고 책을 통해 밝힌 퀴어 작가이기도 하다.

퀴어인 동시에 입양아인 그는 자신의 상황을 "이중적인 소수성"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자신의 친부모와 마주해 성 정체성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한국에서 쉽지 않았다"고 설명하며 "덴마크에서는 동선혼이 합법화된 지 오래됐기 떄문에 모국에서의 소수자성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고 했다.

"한국의 퀴어들 만나서 제가 할 수 있는 지원을 하고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오늘날 한국의 퀴어들이 어떻게 연대하는지 듣고 싶어요. 10년 전만 해도 오늘날 같이 크지 않았거든요."

입양아, 퀴어 등 수많은 정체성을 갖고 있지만 그는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특히 강조했다.

첫 시집인 '덴마크인 홀게르씨를 찾아라'에 이어 이번 시집에서도 다양한 장르를 모은 실험적인 문학 작품을 선보인 그는 "내 작품을 다양한 입양인의 서사를 가진 이야기인 동시에 시이기도 한 하이브리드 장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이 문학에 드러나 조금 더 실험적이고 다양한 장르가 쓰여진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저는 모국에서 입양을 당한 사람이기 이전에 쓰는 사람이기 때문이에요."


◎공감언론 뉴시스 shin2r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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