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존슨 사임 연설 뜯어 보니…사과 없고 소속 당 '무리 본능' 탓
집단적 움직임에 원치 않는 사임 토로
성과·위기 상기…"정부 교체 비상식적"
"설득 실패 유감…·고통·슬퍼·휴식일 뿐"
과도 정부 총리 자임 두고도 비판 거세
'부적절 인사·거짓말 논란' 사과는 없어
[런던=AP/뉴시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 앞에서 사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2022.07.07.
외신들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이날 낮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수당 대표 사임을 공식 발표했다. 성 비위 인사에 대한 부적절한 인사와 이와 관련한 거짓말 논란으로 36시간 만에 고위 장관 5명 등 내각 60여 명이 줄사퇴한 데 따른 것이다.
존슨 총리는 "이제 당의 새로운 지도자, 즉 새로운 총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보수당의 의지임이 분명하다"며 "새 지도자를 선출하는 절차는 지금 시작돼야 하며 다음 주 일정이 발표될 것"이라고 회견을 시작했다.
이어 지난 2019년 총선에서 보수당이 대승한 것을 상기하며 지난 며칠 간 사퇴 압박에도 불구하고 버틴 것은 당시 약속을 지키는 것이 자신의 일이자 의무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당시 보수당은 "1987년 이후 가장 많은 표를 얻었고, 1979년 이후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또 브렉시트와 코로나19 팬데믹 백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서방의 대응, 이 외에 인프라, 기술 등 대규모 투자 등 성과와 업적을 자화자찬하면서 방대한 권한과 보궐선거 패배, 국내외적인 경제 위기 등 상황에서 정부를 바꾸는 것은 비상식적(eccentric)인 일이라고 설득했지만 실패했다고 했다.
그는 "나는 그러한 논쟁에서 성공하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그렇게 많은 아이디어와 프로젝트를 직접 볼 수 없다는 것이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직업을 포기하는 것이 얼마나 슬픈지 알아줬으면 좋겠다"면서 "그건 휴식일 뿐"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웨스트민스터(영국 정부·의회)에서 봤듯 무리 본능은 무리가 움직일 때 강력하고, 그것은 움직인다"며 당 의원들의 집단적인 요구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사임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런던=AP/뉴시스] 7일(현지시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영국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 앞에서 사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것을 그의 부인 캐리 존슨 여사(가운데)가 딸 로미를 안고 지켜보고 있다. 2022.07.07.
반면 정치적 위기를 자초했던 이른바 '파티 게이트'와 이번 사퇴의 결정타가 된 크리스 핀처 보수당 원내부총무 임명 및 거짓말 논란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파티 게이트는 코로나19 봉쇄 기간 중 총리 관저에서 파티를 열어 방역 수칙을 위반했던 사건으로 벌금형이 선고됐다. 핀처 하원의원은 지난달 29일 클럽에서 만취 상태로 남성 2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다음 날 사임한 인물이다. 그는 2019년 등 과거에도 성 비위 의혹이 있었는데 존슨 총리는 이를 알고도 묵인한 채 지난 2월 그를 원내부총무로 임명했고, 논란이 일자 말을 바꿔 가며 해명해 거짓말 논란이 일었다.
가디언은 존슨 총리의 사퇴 회견에서 "봉쇄 규정을 어긴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고, 일련의 중요한 보궐선거에서 패배했으며, 성 비위 혐의를 받은 인사를 임명하고 거짓말한 논란이 있었다"며 "그러나 이에 대해 사과하는 기미조차 없었다"고 지적했다.
연설 뒤 보수당에선 비판이 잇따랐다.
보수당 의원들은 "혐오스럽게 겸손은 없었다. 의회를 향한 비난은 우리가 옳았음을 보여준다", "어처구니가 없다. 자기 반성이 전혀 없다", "보수당에 대한 애정과 충성심이 없다"는 등의 비판을 내놨다.
존슨 총리가 당 대표를 내려 놓으면서도 새 총리가 정해질 때까지 과도 정부 임시 총리를 맡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제1야당 노동당, 자유민주당 등은 존슨 총리에게 총리직에서도 즉각 사퇴하라면서 거부할 경우 내각 불신임 투표를 추진하겠다고 경고했다. 보수당에서도 총리직을 함께 내려놔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게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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