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CNN "러군-우크라군 모두 지친 전쟁, 중대 기로 국면"

등록 2022.07.14 10:13:04수정 2022.07.14 10:15:43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루한스크 점령 러군 도네츠크도 점령해

전쟁 목적 달성하려 들지만 탄약 부족할 듯

우크라군 러군 피해 늘리며 남부서 반격하지만

전쟁치르며 서방 군대로 전환해야 하는 문제

전쟁 장기화 가능성…서방 외교 통한 종전 모색할 듯

[하르키우=AP/뉴시스]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인근 최전방 순찰 근무를 마친 우크라이나 군인이 초소에서 휴식하고 있다. 2022.07.13.

[하르키우=AP/뉴시스]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인근 최전방 순찰 근무를 마친 우크라이나 군인이 초소에서 휴식하고 있다. 2022.07.13.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동부 루한스크 지역을 장악한 뒤 우크라이나 전쟁이 결정적인 고비에 놓여 있다고 미국 CNN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루한스크를 점령한 푸틴의 다음 행보는 도네츠크 지역 점령일 것으로 예상된다. 침공의 기본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러시아군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도네츠크를 점령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미 전쟁연구소(ISW)는 지난 10일 러시아군이 작전을 중지하고 "쉬면서 재정비하고 재구성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군의 작전 휴지기는 우크라이나군도 도네츠크 방어태세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다. 또 우크라이나군은 남부 헤르손 등 다른 전선에서 반격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다음 전면전은 우크라이나의 영토 경계선이 사실상 확정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다음 대전투의 결과에 따라 전쟁의 결말이 지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지난 3개월 동안 러시아군은 동부지역에서 전쟁 초기와는 전혀 다른 전술을 보였다. 전선을 무한정 확대하지 않고 루한스크의 주요 지역 공격에 집중했다. 이에 대해 미 전략국제연구소(CSIS) 유럽 책임자 막스 베르그만은 "2차 전쟁 국면은 러시아가 기본으로 돌아갔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베르그만은 "1차 전투는 우크라이나를 무너트리려는 것이었으나 실패했다. 2차 전투는 러시아군의 일방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3개월 동안 이어진 전투로 양국 군대 모두가 지쳤고 루한스크 점령은 전쟁의 전환점이 됐다.

러시아군은 느리지만 착실하게 진격했고 주요 전략도시를 몇 주 동안 공격해 점령했다.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군은 탄약 부족을 노출했다. ISW는 지난 주 "러시아군이 부대를 재건하면서 소규모 전투를 지속할 것으로 보이며 수주 또는 수개월 뒤의 대대적 공세를 준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투가 소강상태에 접어듦에 따라 러시아군은 병력을 보충하고 재편성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은 서방의 지원 무기를 전선에 투입하는데 주력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베르그만은 "일종의 균형상태가 이뤄져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매우 불안정한 상태이며 어떤 식으로 균형이 깨질 지는 알 수 없다. 양측 모두 다음 공격을 준비하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 편이 휴지기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다음 전투에서 우위에 서는 편이 결정될 것이다.

러시아군의 다음 공세는 루한스크에 이어 도네츠크를 점령하는데 집중될 것이다. 도네츠크의 점령은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기본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기에 러시아 정부에게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네츠크 공략은 루한스크 못지 않은 피해를 발생시킬 것이다. 도네츠크에서 러시아군이 집중 공략할 도시는 도네츠크 슬로뱐스크와 크라마토르스크가 될 것이라고 전략문제국제연구소(IISS)의 사미르 푸리 연구원이 전망했다. 두 도시는 이미 상당한 공격을 당한 바 있다. 두 도시를 동쪽과 남쪽에서 에워싸고 있는 러시아군이 점령에 성공하면 러시아의 큰 전과가 될 전망이다.

도네츠크에서 러시아군의 공세는 루한스크의 세베로도네츠크와 리시잔스크 공격과 유사한 방식이 될 것이며 두 도시가 함락되면 도네츠크도 루한스크처럼 사실상 러시아가 장악하게 된다.

우크라이나의 저항도 루한스크에서처럼 거셀 전망이다. 최대로 저항해 러시아군의 진격을 늦추고 퇴각하더라도 최대한 조직적으로 움직일 것이다.

다만 루한스크에서처럼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을 무력화하면서 한발한발 전진할 것이다. 푸리 연구원은 "우크라이나군이 도네츠크에서 러시아군의 진격을 늦추고 피해를 입힐 순 있어도 러시아군을 패퇴시킬 능력은 없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에서 러시아군의 돈바스 진격을 방해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몇 주 새 뱀섬을 탈환했고 헤르손 지역에서 반격에 나서 러시아군을 몰아부치고 있다. 지난 11일 밤 우크라이나군이 전선에서 한참 후방인 러시아군의 탄약고를 타격했다. 러시아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군이 미국이 지원한 고기동다연장로켓(HIMARS)으로 공격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은 서방이 지원한 무기로 헤르손은 물론 돈바스에서도 전선에서 먼 러시아군의 지휘소와 탄약고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남부 지방에서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은 러시아군에 큰 어려움을 안길 수도 있다.

헤르손은 전쟁 초기에 러시아에 점령됐다. 우크라이나군이 이 지역을 탈환한다면 러시아군의 보급선을 위협하고 크름반도와 통로를 차단하는 것은 물론 러시아군의 사기에도 큰 영향을 주게 된다.

6개월째 진행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의 다음 국면은 양측의 화력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루한스크 지역 책임자 세르히 하이다이는 이번 주 우크라이나군이 돈바스에서 서방 지원 장거리 무기 덕분에 러시아군에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군의 병력 우위가 제거될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군은 리시찬스크를 점령하면서 매우 큰 대가를 치렀다. 베르그만은 돈바스에서 "러시아군의 화력 수준을 잘 알 수 있었다. 탄약을 계속 생산하는 방위산업이 있으면 포격 위주 전략을 지속할 수 있지만 엄청난 재고가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이 낡은 재래식 무기를 사용하는 것이 재고가 바닥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본다. 50년 이상된 T-62 소련제 탱크도 동원됐을 정도다.

우크라이나군은 반대로 서방의 첨단무기를 지원받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상태다. 또 여러 나라에서 찔끔찔끔 보내주는 서로 다른 무기체계도 골칫거리다. 사용하는 탄약도 다르고 보급이나 정비도 다르기 때문이다. 전선에 도착한 무기 사용법을 병사들이 익히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우크라이나군이 해외로 나가 훈련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베르그만은 "우크라이나군에게는 보급이 큰 문제다. 전투를 하면서 러시아 및 소련제 무기와 편제로 된 우크라이나군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장비를 사용하는 군대로 전환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이 재정비하기 전에 서방 무기 사용에 숙달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관심은 러시아군의 동부 공략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러시아군의 도네츠크 진격은 루한스크에서의 진격처럼 느리게 이뤄져 전쟁이 가을과 겨울까지 이어질 것이다.

푸틴이 돈바스 전체를 점령하는 것으로 전쟁을 끝낼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베르그만은 "러시아는 돈바스 점령 의지가 분명하지만 일단 점령에 성공하면 추가로 점령하려 들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이 돈바스를 넘어 욕심을 부릴 경우 우크라이나를 남북으로 가르는 드니프로강까지 진출함으로써 우크라이나의 절반을 장악하려 들 수 있다. 서방은 이 경우 전쟁이 길어질 것을 크게 우려한다.

NATO 회원국들은 전쟁이 길어져도 지원을 계속할 것으로 강조하고 있지만 경제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치솟는 물가와 서방국들의 경기 침체로 지원 여력이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제재로 경제가 큰 타격을 받고 있는 러시아도 마찬가지며 전쟁 발발 이후 경제규모가 45%나 오그라든 우크라이나도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많은 서방국들이 휴전협상을 통한 전쟁 종식을 모색할 수 있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최근 몇 주 새 협상을 통한 휴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주요7개국(G7) 지도자들에게 몇 개월 안에 전쟁을 끝내고 싶다고 말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피해가 큰 전투가 지속되는 건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몇 개월 안에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지 여부는 여러 변수에 달려 있으며 이들 변수들 대부분이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수주 또는 수개월내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방의 전투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본다.

베르그만은 "전황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외교적 해법이 마련될 수 있을 지가 결정된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 전쟁이 전개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