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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부지사 '술잔의혹' 일파만파, 경기도의회 휴업 언제까지

등록 2022.07.29 18:06:48수정 2022.07.29 18: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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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강경대응 예고…화살은 부지사 임명 강행 김동연에게로

78대78 여야동수 경기도의회 원 구성 협상 '악화일로'…파행 장기화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김용진 신임 경기도 경제부지사가 경기도의회 교섭단체 국민의힘 대표의원실을 찾았다가 곽미숙 대표의원을 만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리고 있다. 2022.07.28. iambh@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김용진 신임 경기도 경제부지사가 경기도의회 교섭단체 국민의힘 대표의원실을 찾았다가 곽미숙 대표의원을 만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리고 있다. 2022.07.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김용진 신임 경기도 경제부지사가 경기도의회 여야 대표의원과의 술자리에서 술잔을 던졌다는 의혹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민생경제 회복'을 강조하며 국민의힘 반대에도 김 부지사 임명을 강행한 김동연 경기지사의 책임론이 불거지며 화살은 김 지사를 향하고 있다. 더욱이 국민의힘이 이번 사건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면서 도의회의 '개점휴업' 상황은 더욱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경기도의회, 경기도 등에 따르면 김 부지사는 전날 오전 8시30분 수원 현충탑 참배 뒤 광교청사 도지사 집무실에서 김 지사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민선 8기 첫 경제부지사로서의 일정을 시작했다.

하지만 임명장을 받은 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아 김 부지사가 도의회 양당 대표의원과 가진 술자리에서 술잔을 던졌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임명 하루 전인 27일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용인의 식당에서 김 부지사와 남종섭 민주당 대표, 곽미숙 국민의힘 대표 간 비공식 만찬이 진행됐는데 이 자리에서 김 부지사가 맞은편에 앉은 곽 대표 쪽으로 술잔을 던졌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곽 대표 앞에 있던 접시가 깨지는 등 사고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김 부지사의 파면을 요구한 뒤 특수폭행 등 혐의로 경찰에 곧바로 고소했다. 국민의힘은 물러설 의사가 전혀 없는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대표의원실에 붙은 '폭력부지사 김용진을 즉각 파면하라!' 현수막. 2022.07.29. iambh@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대표의원실에 붙은 '폭력부지사 김용진을 즉각 파면하라!' 현수막. 2022.07.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또 이날 오전 도의회 국민의힘 대표의원실 앞에 '폭력부지사 김용진을 즉각 파면하라'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다음 달 1일에는 국민의힘 소속 전체 의원 78명이 모두 모이는 의원총회를 열고, 김 부지사의 파면을 촉구하는 강경대응을 예고했다. 소식을 접한 국민의힘 소속 의원 다수가 나설 필요성을 느끼고 의원총회를 대표단에 요구했다는 설명이다.

지미연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김 지사가 김 부지사를 파면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은 없을 것"이라며 "협상의 여지도 없는 상황에서 국민의힘 반대 속에 경기도가 무엇을 할 수 있겠나"라고 경고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여야정협의체' 구성 제안으로 지지부진한 협상이 물꼬를 트나 기대감이 높았지만 상황은 오히려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민주당은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풀리지 않는 협상에 김 부지사가 기름을 부어버린 꼴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전날까지 침묵을 지켰던 더불어민주당 남종섭 대표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술잔이 아니라 수저를 바닥에 내리치면서 젓가락이 튕겨져 나가 접시를 맞은 것"이라며 "곽 대표가 맞진 않았고, 곽 대표 향해 던진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울고 싶은 데 뺨 때린 격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민의힘의 파행이 본격화할텐데, 저희는 원 구성을 위해 조급한 마음으로 모인 것인데 잘 안 된 부분이 있다"며 안타까운 심경을 전했다.

그러면서 남 대표는 "그런 행동은 의회 대한 무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다만 국민의힘의 파면 요구에 대해서는 "파면 요구할 정도의 사안은 아니다"라는 애매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술잔을 던졌든 수저를 내리쳤든 신임 부지사가 협치 대상인 대표의원들과의 자리에서 벌인 부적절한 행동인데다 남 대표와 대화 중 일어난 일이라 마냥 집행부의 편을 들기도 쉽지 않은 처지다.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는 남종섭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 (사진=경기도의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는 남종섭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 (사진=경기도의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집행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부지사 취임 당일 도청 홈페이지에 "경기도민과 경기도의회에 사과 말씀을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이 올라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최근 페이스북 등을 통해 도의회 원 구성 및 추경 처리를 촉구해온 김 지사가 국민의힘에 내세울 명분이 사라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78대78 여야 동수로 구성된 경기도의회는 지난 12일 첫 회기인 제361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가 개의 5분 만에 정회한 데 이어 지난 19일 제2차 본회의, 25일 제3차 본회의까지 불발되면서 원 구성 협상에 난항을 겪어왔다.
 
의회 파행은 지난달 제10대 의회 마지막 회기에 도가 평화부지사를 경제부지사로 변경하기 위한 조례안을 제출, 민주당이 강행 처리하면서 시작됐다. 국민의힘 반발에 도는 양당 합의까지 조례 공포를 보류하겠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여야 협상이 난항을 겪자 지난 19일 조례안을 공포한 뒤 김 부지사 임명까지 진행했다.

김 지사가 '민생경제'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드라이브를 걸었을 당시 국민의힘이 경제부지사 및 산하기관장 추천권을 요구하면서 국민의힘 '발목잡기'라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김 부지사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판세는 완전히 뒤바뀐 모양새다.
 
김 지사가 김 부지사의 행동을 알았는지도 논쟁거리로 떠오른다. 김 부지사는 전날 오후 5시께 지사 집무실에서 김 지사와 면담한 뒤 "(술잔 파문에 대해) 지사가 몰랐다는 것이 맞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건 맞다"라고 답했다. "간단하게 보고드렸다"며 "어제나 (오늘) 아침에는 (보고를) 못 했다. 보고드릴 시간이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김 지사가 김 부지사의 일탈 행위를 알고도 임명을 강행한 것이면 인사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고, 몰랐다면 김 부지사가 김 지사를 '패싱', '무시'한 것인데 그 자리에 두면 안 된다"라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 부지사의 파면을 반대하는 민주당에서도 "민주당의 유감 표명에 지사가 답변을 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꼬일대로 꼬인 도의회의 개점휴업은 더 길어질 전망이다.

조례에 따라 지방선거 뒤 최초의 집회일에 실시해야 하는 의장 선출조차 못 하면서 의장 선출과 엮인 상임위원회 배분, 각종 안건 처리도 밀리고 있다.

더욱이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 취약계층을 위한 직접 지원 예산과 코로나19 생활지원비 등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도가 도의회에 긴급안건으로 제출한 1조4387억원 규모의 추경예산안 심의도 기약 없이 지연되고 있다.
 
김동연 지사 측 관계자는 "김 지사가 언급할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전날 언론에 보도됐던 것과 달리 곽미숙 대표의원을 향해 술잔을 던진 것이 아닌 것으로 안다. 물론 사과할 내용은 맞지만 파면시켜야 할 정도의 일인가 명확히 따져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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