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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연배의 이야기와 함께하는 와인] 와인 투자가 주식보다 낫다?

등록 2022.08.06 06:00:00수정 2022.08.08 09: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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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와인. (사진=유토이미지 제공) 2022.08.22. photo@newsisl.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네덜란드' 하면 으레 튤립이 떠오른다. 튤립의 원산지는 중앙아시아의 파미르 고원으로, 오스만 제국을 거쳐 1593년 네덜란드로 전해졌다. 튤립 씨앗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까지 3~7년이 걸려, 당시 사람들은 그 해에 바로 꽃을 피울 수 있는 구근을 선호했다. 1610년대에 튤립 구근은 가장 인기 있는 원예식물이었다.

하지만 공급이 달렸다. 1500년대 말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은 이미 유럽의 금융 중심지였다. 1602년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이자 다국적 기업인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가, 1609년 세계 최초의 증권거래소가 설립돼 유럽 각지의 자본이 몰려 들었다.

자본이 넘쳐나자 사람들은 튤립에 주목했다. 튤립은 처음부터 고가로 거래됐다. 처음에는 현물로 겨울에만 거래가 이루어졌으나 곧 선물 거래가 등장했다. 값이 계속 상승하자 일반 서민들도 막대한 차익을 노리고 너 나 할 것 없이 구근을 사들였다. 술집에서도 거래가 이루어졌을 정도다. 환금성이 있는 것은 모두 대금으로 통용됐다. 심지어 가축이나 가구도 허용됐다.

특히 꽃잎에 줄이 있는 돌연변이 품종은 천정부지로 값이 치솟았다. 1636년 ‘영원한 황제’로 불린 변이종은 한 뿌리에 오늘날 가치로 77만 파운드(약 1억3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 금액은 그 당시 숙련된 목수의 20년치 연봉에 해당한다. 그 5년 후에 팔린 렘브란트의 명화 ‘야간 순찰’의 가격보다 3배나 높은 액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튤립 구근 한 뿌리의 소매가는 500~600원 정도다.

튤립 가격은 1637년 1월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달인 2월3일 거품이 꺼지면서 급전직하로 폭락한다. 3개월 후인 5월에는 그 가격의 99%가 허공으로 날아갔다. 자본주의 최초의 버블이자 역사상 가장 유명한 투기로 불리는 ‘튤립 파동’이다.

투기의 역사는 꽤 오래됐다. 기원전 2세기경 로마에서는 사유재산 이동·대여금에 대한 이자 지급·외화 환전 등이 자유로웠고, 제국 내에서는 은행이 발행한 어음이 통용되는 등 금융 시스템이 오늘날과 큰 차이가 없었다.

로마는 뉴욕과 같은 금융 중심지였다. 그 당시 정부와 계약해 세금을 징수하고 건물·군수품 등을 관리하는 ‘퍼블리카니(Publicani)’가 있었다.  퍼블리카니는 파트너 혹은 지분 참여의 형태로 운영됐는데, 참여자들은 전쟁 등 상황에 따라 지분의 가치 변동이 심해 손해를 볼 수도 있었다. 이를 투기의 시초로 보기도 한다. 그리고 이를 감독하는 재무관을 ‘스페큘레이터(Speculator)’라고 불렀다. 투기를 뜻하는 ‘Speculation’은 여기서 왔다.

와인에도 투기가 등장한다. 와인을 마시기 위해서 구매를 하면 가격이 어떻게 변하든 큰 상관이 없다. 하지만 가격의 상승을 기대하고 와인을 구매해 되판다면 투기가 될 수도 있다. 수확 연도의 기후나 기상 상황 등을 예측해 선물 거래를 하기도 한다. 쌀 때 사서 비쌀 때 팔수도 있지만, 예측이 틀릴 때는 큰 손해를 본다.

와인도 가격의 등락 폭이 크다. 같은 보르도 와인이라도 사정이 다르다. 지난 13년 동안 보르도의 ‘샤토 그류오 라로즈 1982년산’의 가격은 2배 정도 오른 반면, ‘라피트 로칠드 1982년산’은 약 15배 정도 올랐다. 이 기간 보르도 와인 가격은 평균 3배가 올랐다.

값비싼 와인은 그림처럼 개인이 1000원 단위의 조각으로 나눠 투자를 할 수도 있다. 사모 펀드와 같은 와인 펀드에 간접 투자하기도 한다. 또 와인 생산 및 유통업체에 간접 투자하는 ETF(상장지수펀드)도 있다. 와인 투자 대행업자들은 보통 수수료로 투자금의 2.5~3% 정도를 받는다.

 최근 실적을 보면, 와인은 투자 대상으로 괜찮은 편에 속한다.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S&P 500 지수는 8.3% 하락한 반면, 리벡스(Liv-ex)100 지수는 22.2% 상승했다. 리벡스100 지수는 영국 런던 와인 국제거래소(Liv-ex)가 고급 와인 100종의 가격을 추적해 지수화한 것이다. 고급 와인에 대한 투자가 주식 투자보다 수익률이 높다는 뜻이다. ETF도 평균 10% 정도의 수익률을 보였다.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 상황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와인에 투자할 때는 좋아하는 와인과 투자 가치가 있는 와인을 구분하는 것이 좋다.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역별 추세를 보면 지난 몇 년간 부르고뉴 와인의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아직도 강세이다. 작년에는 상파뉴 와인이 크게 부상했다.

한 가지 거래를 놓고도 어떤 사람은 투기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투자라고 한다. 도박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도박과 투기와 투자의 차이는 무엇일까? 한 마디로 기대 수익과 수익 달성에 대한 확률 차이이다. 여기에는 정보의 대칭성 여부도 작용한다. 투자 대상과 투자자가 서로 잘 알수록 투자에 가깝고, 수익 확률이 낮을수록 도박에 가깝다. 그 중간쯤이 투기이다. 기대수익은 높은데 리스크(위험요인)이 없다고 장담하면 보통 사기일 가능성이 크다.

사랑에 비유한다면 투기는 일방적인 짝사랑이다. 이에 비해 같이 좋아해서 시작한 사랑은 투자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종종 한 쪽이 배신하기도 한다. 일방적으로 짝사랑해 놓고 왜 당신은 나를 사랑하지 않느냐고 따지는 것은 도박이다.

▲와인 칼럼니스트·경영학 박사·딜리버리N 대표 ybbyu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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