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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들 지금도 학원 뺑뺑이...만 5세 입학 땐 사교육 더 극심"

등록 2022.08.05 14:54:25수정 2022.08.05 15: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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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2~3세 영아 때부터 인지교육...영어키즈카페, 원어민 전화영어까지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시민단체, 영유아 시기 과도한 학습실태 지적

실태조사 6년 전이 마지막...전문가 "조기인지교육, 정신건강에 부정적"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회원들이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박순애 교육부 장관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8.05.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회원들이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박순애 교육부 장관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8.0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임하은 기자 = #1. 주모(35)씨는 여름휴가 이후 보낼 4살 딸의 일주일 학원 스케줄을 구상 중이다. 기존에 하던 방문수업에 더해 영어키즈카페는 기본으로 등록하고 발레와 미술 같은 예체능 학원도 알아보고 있다. 주씨는 "아이가 뭐든 스펀지처럼 잘 흡수하니 좋은 학원 찾기에 혈안이 되고 마음이 조급해진다"고 말했다.

#2. 15개월 딸을 양육 중인 전모(38)씨는 최근 친구의 만 2세 아들이 원어민 전화영어와 영어 오디오 학습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전씨는 이제까지 아이에게 가볍게 영어책을 읽어주거나 영어 동요를 틀어줬는데, 아이가 조금씩 말을 하기 시작하니 영어에 노출시키는 시간을 늘려야 할 것 같다는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교육부의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검토 발표 이후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영유아 사교육 부담이 증대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영유아 사교육이 하나의 양육방식으로 자리잡은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만 3세 안팎의 유아들의 경우에도 어린이집과 유치원 이외에 태권도 학원, 미술학원, 영어 유치원 등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 기간 동안 서울의 반일제 이상 유아 대상 영어학원은 전년도보다 6곳 들어난 294개(2020년 기준)였으며, 강남과 서초, 강동, 송파 등에 46.2%가 집중돼있었다. 이들의 월평균 학원비는 약 109만6000원이다.

주씨와 전씨가 겪은 사례들처럼 3세 미만 영아들에 대한 사교육도 큰 비중을 차지 한다는 주장이 높다.

하지만 영유아 사교육 실태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에서의 공식적인 조사 결과도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 국정감사 이슈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최근까지 정부의 사교육비 실태조사에 영유아 사교육은 포함돼있지 않아 실태 파악부터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는 사교육비 경감 대책 등을 위한 기초자료로 매년 초중고사교육비 조사를 실시, 결과를 공표해왔는데, 꾸준히 문제가 제기돼온 영유아 사교육비 실태는 조사에서 빠졌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산하 연구기관인 육아정책연구소에서 지난 2015년 '영유아 사교육 실태와 개선 방안' 프로젝트 연구를 시행한 이후 2016년을 마지막으로 실태조사는 6년째 멈춰있다.
 
2016년도 기준 2세 아이의 사교육 이용 비율은 35.5%로 그 중 학습 관련 사교육이 42.5%, 예체능 관련이 25.8%, 둘 다가 31.7%였다. 5세 아이의 사교육 이용 비율은 84%로 학습과 예체능 모두를 이용하는 경우가 과반인 53%였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학부모들이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회의실에서 만5세 초등학교 취학 학제개편안에 대한 영유아 학부모 긴급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2.08.05.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학부모들이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회의실에서 만5세 초등학교 취학 학제개편안에 대한 영유아 학부모 긴급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2.08.05. [email protected]

결국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은 아이를 어린 나이부터 학습 경쟁에 내몰아 발달 단계에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이 높다. 이미 현실에서 상당수 영아들은 과다한 교육열에 시달리고 있는데, 입학 연령을 당기면 이 같은 기조가 더욱 심화될 것이란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조기인지교육이 영유아의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입을 모은다.

배승민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모든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긴 어렵지만 아이들마다 그 시기에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량이 한계가 있다. 언어적 자극을 많이 주는 대신 정서적, 신체적 자극 등 다른 부분에서 그만큼 결핍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언어자극에 취약한 아이들이 모국어 발달자극을 충분히 받아들이지도 못했는데 다른 언어자극, 즉 선행교육을 시킬 경우 언어지연, 감정조절의 어려움, 사회성 발달이 방해받는 등 다양한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도 "영유아 시기에 맞지 않는 교육은 정서적 교감, 사회성, 신체성 등 다른 것들을 발달시킬 시간을 뺏어 불균형을 야기할 수 있다"며 "이런 아이들이 커서 병원을 찾으면 외우는 건 잘하는데 사고력이 많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요즘 부모들은 예전보다 자녀 양육에서 도태되면 안 된다는 불안도가 높은 것도 하나의 특징이다. 양극화와 경쟁이 심한 사회이다보니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유아기부터 안 보내는 학원이 없다. 그렇게 큰 아이들은 지쳐서 멍을 때리며 병원으로 온다"고 말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국제사회에서는 유아의 인지학습은 인권침해수준으로 인식하고 있다. 영유아의 발달권, 놀권리을 보장하려면 제대로 된 실태조사부터 시작해서 제도적 정책적 모색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부분 반일제 이상 유아 대상 학원에 보내게 되는 상황이니 정부 차원에서 사교육 시간을 2시간 이하로 규제하는 등의 첫 발걸음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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