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奈落도 Rock이다"…'청춘·록 해방구' 펜타포트
3년 만에 대면 공연…7일까지 송도달빛축제공원서
[서울=뉴시스]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2022' 현장. 2022.08.05. (사진 = 인천시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5일 오후 인천 송도 달빛축제공원 내 폭 57m·높이 20m의 웅장한 검정 '펜타포트 스테이지' 앞. 이곳에 3년 만에 '깃발 부대'가 등장했다. 10여개의 깃발이 펄럭였고, 그 깃발엔 '소리 없는 아우성'이 매달렸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2회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3년 만에 대면으로 돌아온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귀환을 알리는 신호였다. 다양한 메시지를 내건 깃발 군단은 펜타포트의 상징 중 하나.
시인 유치환은 시(詩) '깃발'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이렇게 아아 누구던가 /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 맨 처음 공중에 달 줄 안 그는"
펜타포트에 등장하는 깃발에도 청춘의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이 걸려 있다. 비틀리고 왜곡된 청춘의 삶들이다. 록 페스티벌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이런 말이 떠돈다. 펜타포트에 등장한 깃발의 문구만 살펴봐도, 그 시대 청춘들이 무엇 때문에 아파하는지를 알 수 있다고. 유독 벼랑 끝에 내몰린 청춘들이 많은 올핸 '나락(奈落)'이란 단어가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나락도 '록(Rock·락) 스피리트'로 승화하는 게 록의 힘이요, 록 페스티벌의 마력이다. 청춘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은 밴드가 대신 외쳐줬다.
[서울=뉴시스]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크라잉넛. 2022.08.05. (사진 = 인천시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금요일 밤을 마치 토요일 밤처럼 느끼게 만든 '내 인생 마지막 토요일'을 시작으로 '룩셈부르크', '서커스 매직 유랑단'으로 이어지는 록 폭주에 청중들도 내달렸다.
크라잉넛 베이시스트이자 홍대 앞 3대 명절 '경록절'의 주인공인 한경록은 "이 좋은 락페스티벌을 그간 어떻게 끊고 살았나 싶다"면서 "먼훗날, 술 한잔 하면서 영화 같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 날이 오늘"이라고 신나했다.
이후 크라잉넛은 대표곡 '말달리자'와 '밤이 깊었네'로 질주했고 록 페스티벌의 밤은 깊어졌다.
그렇게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그간 움츠렸던 록의 기운을 분출하는 통로가 됐다. 이처럼 청춘과 록의 해방구가 돼 주는 곳이 록 페스티벌의 카타르시스다.
이날 헤드라이너인 모던 록밴드 '넬'은 몽환적인 아련함으로 열병을 앓는 밤과 청춘을 위로해줬다. 래퍼 넉살과 잼 밴드 '까데호'의 심야 조합은 그루브 밤의 끝을 잡았다.
[서울=뉴시스]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2022.08.05. (사진 = 인천시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오랜만에 대면 록 페스티벌이 열린 만큼, 상당한 인파가 운집했다. 특히 젊은 음악 팬 뿐만 아니라 유모차 등이 동반된 가족 단위 관객도 많이 눈에 띄었다. 도심에서 열리는 펜타포트의 특징이기도 하다. 이번 펜타포트 첫 번째 무대의 주인공인 '바비핀스'는 오후 12시 갓 넘어 공연을 시작했는데, 펄펄 끓는 더위에도 관객들은 한낮부터 무대 앞을 채웠다.
2020년 말 송도 달빛축제공원역이 개통한 것도 접근성을 높였다. 이 역이 개통된 이후 올해가 처음 열린 대면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다. 주최 측은 정확한 관객 수를 집계한 후 추후 공개한다.
축제장에 진입하기 위해선 살균이 되는 방역 게이트를 통과해야 하는 등 주최 측은 방역에도 신경을 썼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경찰과 의료진 등은 상시 대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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