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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패니즈 브렉퍼스트' 미셸 자우너, 무대로 연주한 生

등록 2022.08.07 01:30:25수정 2022.08.07 13: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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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6일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서 공연
"신중현 노래, 형용할 수 없이 극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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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시스] '재패니즈 브렉퍼스트' 미셸 자우너. 2022.08.06. (사진 =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사무국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뉴시스]이재훈 기자 = 무대로 생(生)을 연주하다.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2022' 둘째 날인 6일 오후 인천 송도 달빛축제공원. 재패니즈 브렉퍼스트(Japanese Breakfast) 무대를 보고 든 감격이다.

이름만 보면 일본과 연관이 있을 듯하지만, 한국계 미국 싱어송라이터 미셸 '정미' 자우너(33)가 이끄는 밴드. 미국인 아버지·한국인 어머니를 뒀다. 서울에서 태어나 한 살 때 미국으로 이민갔다. 트위터 프로필에도 'PSA: I'm Korean'(공지: 전 한국인입니다)이라고 적었다. 그녀의 미들네임 '정미'는 모친의 이름이다. 

복잡하고 오묘한 정체성이 연대표처럼 오선지에 찍혀 있다. 그녀가 어릴 때부터 즐겨 들은 미국 인디 밴드부터 엄마와 이모들이 노래방에서 즐겨 부른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이 작곡한 펄시스터즈·김정미 노래들까지, 보석 같은 이 노래들이 알게 모르게 섞여 들어가 있다.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한 그녀 글에서도 혼합된 정체성의 뿌리를 확인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이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추천한 에세이 'H마트에서 울다'(문학동네가 번역해 국내 출간)가 그렇다. 엄마가 암 투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 한인 마트에서 식재료를 사 요리해 먹다 엄마와 추억을 되찾는 이야기. 엄마를 둔 이들, 그러니까 책을 읽은 이들 모두가 그녀와 공명했다.

공연 초반 징 소리와 함께 물대포가 하늘로 솟구친 이번 펜타포트 무대에도 이런 서사가 있었다. 멜로디와 노랫말 사이를 오가며 삶을 보여줬다. 그러니까, 자우너는 무대에서 생을 연주하는 퍼포머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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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시스] '재패니즈 브렉퍼스트' 미셸 자우너. 2022.08.06. (사진 =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사무국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당신이 없다면 이곳이 무슨 의미가 있죠?(What's this place if you're not here?)"라며 엄마를 그리워하는 '더 바디 이스 어 블레이드(The Body Is a Blade)'를 부를 때 자우너는 울었다. 이 노래를 부르면서 눈물을 흘린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밴드 '새소년'의 프론트 퍼슨 겸 솔로 뮤지션 황소윤(So!YoON!)과 함께 한 싱글 '비 스위트(Be Sweet)'의 한국어 버전을 우리말로 또박또박 부를 땐, 한국인 청자는 묘한 감동에 휩싸였다. 젊은 여성 음악가들의 뭉클한 연대도 확인했다.

또 다른 절정은 막판에 '다이빙 우먼(Diving Woman)'을 부를 때였다. 자우너가 제주 해녀에게 헌사한 곡. 이날 자우너는 우리말로 "해녀"라고 말했다. 눈을 감은 채 밴드의 기타리스트이자 자신의 남편인 피터 브래들리와 이마를 맞대며 감정을 교류했다. 자우너가 그냥 어감이 좋아 지었던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라는 이름의 1인 밴드는 이렇게 더 이상 혼자만의 밴드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홀로 남은 게 아니라 친구, 가족과 함께 부르는 회복의 노래. 이날 자우너가 들려준 위로다.

미국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일본 '후지 록 페스티벌' 등 세계 유명 음악 페스티벌의 초청을 받고 있는 자우너는 이번 펜타포트를 통해 처음으로 국내 대규모 음악 축제 무대에 섰다. 친척을 보기 위해, 소규모 공연을 위해 이미 수십차례 한국을 찾았지만 감회가 남달랐던 이유다. '코리안 브렉퍼스트'로 홍대 앞 유명 백반집 '발바XX'에서 김치찌개를 먹었다는 자우너는 이날 공연이 끝나고 국내 언론과 만났다. 다음은 그녀와 나눈 일문일답. 영어로 답을 했지만 한글을 다 읽을 수 있다는 그녀는 마냥 한국어를 낯설어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페스티벌에 출연하신 건 처음인데 기분이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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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시스] '재패니즈 브렉퍼스트' 미셸 자우너. 2022.08.06. (사진 =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사무국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공연이 이렇게 클 줄은 몰랐어요. 재밌었고, 감정적으로도 엄청 크게 다가왔습니다. 특히 '더 바디 이스 어 블레이드'를 부를 때 감정이 요동쳤어요. 관객들 반응도 커서 울음이 나왔죠. 이 노래를 부르면서 운 건 처음이에요. 스크린에 엄마 사진이 나오는 데다가 '엄마가 없다면 세상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노랫말이 크게 와 닿았어요. 특히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엄마와 맞닿아 있는 공간이라 울음이 터진 거죠."

-한국 공연은 다른 나라 공연과 느낌이 많이 다릅니까?

"아무래도 아직 한국에선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를 많은 분들이 알지 못하니까요. 게다가 아시아 공연 관객이 미국 관객보다는 반응이 크지 않다는 얘기를 들어왔죠. 그런데 미국 팬들과 마찬가지로 신나게 즐기는 것이 이번에 느껴졌어요."

-황소윤 씨와는 어떻게 작업을 하게 된 건가요? (황소윤이 함께 부른 '비 스위트'는 재패니즈 브렉퍼스트가 작년 발매한 정규 3집 '주빌리(Jubilee)'에 수록된 곡 '비 스위트' 가사를 한국어로 부른 싱글. 한국어 가사로 번역하는 작업에는 미국 뉴욕에 기반을 둔 한국계 미국 DJ 겸 일렉트로닉 프로듀서 예지(Yaeji)가 함께 했다.)

"2018년 말에 한국에 6주가량 머물렀어요. 예지 씨 콘서트에서 소윤 씨를 만났는데, 기타 연주가 인상적이었죠. 그때를 계기로 연락을 주고받았고, 같이 작업을 하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왔죠. '비 스위트' 한국어 버전을 만들면서 제가 소윤 씨에게 부탁을 했어요. 한국어 음원을 정식으로 발매한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일단 한글을 읽을 줄 알아서 발음을 낼 때 도움이 됐어요. 그래도 아직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아서 계속 한국어 발음을 들으며 따라 불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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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AP/뉴시스] 미셸 자우너

-'비 스위트'의 베이스 라인은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 사단인) 바니걸스의 노래 '부메랑'에서 영향을 받았다고요.(몇 년 전에 자우너는 서울 공연 뒤 들른 (홍대 앞 음악 바) '곱창전골'에서 이 노래를 듣고 반했다고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신중현 선생님은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프로모션을 진행해온) 김밥레코즈 김영혁 대표님을 통해 알았어요. 김 대표님 덕에 한국 옛날 가수분들을 많이 알게 됐죠. (신중현이 작곡한 펄시스터즈의) '커피 한잔'은 제가 어릴 때 엄마랑 이모가 노래방에서 부르던 노래라 익숙하게 들렸죠. 그래서 신중현 선생님에 대해 더 찾아보고 그 분의 노래 기본 라인들이 너무 좋아 프로듀서와 공유를 했죠.(자우너는 전날 MBC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출연해 신중현이 작곡한 또 다른 곡인 김정미의 '햇님'도 좋아하는 곡으로 꼽았다.) 처음에 한국 노래하면, 제가 주로 들어온 K팝 같은 노래를 생각했죠. 저는 K팝 스타일의 곡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낯설었어요. 그런데 신중현 선생님의 노래를 들었을 때, 정확히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형용할 수 없이 극적이면서 다양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년에 발매하신 재패니즈 브렉퍼스트 정규 3집 '주빌리(Jubilee)'는 이전 앨범들과 다르게 분위기가 좀 밝았습니다.(재패니즈 브렉퍼스트는 '주빌리'로 올해 4월 그래미 4대 본상에 속하는 신인상 '베스트 뉴 아티스트'와 장르 분야 중 하나인 '베스트 얼터너티브 뮤직 앨범' 두 부문에 후보로 지명됐었다.)

"앨범고 그렇고 책도 그렇고 엄마가 떠난 슬픔에 대해 많이 쓰다 보니, 그 감정은 해소가 됐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많이 한 거죠. 이제 그 이상의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티스트로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기쁨과 행복을 바라보는 거예요. 예술적인 성장과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그런 방향성을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을 했죠. 그런 변화의 첫 번째가 앨범 '주빌리'였죠."

-한국과 미국 양쪽의 유산을 모두 갖고 있는데, 이런 부분이 정체성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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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시스] '재패니즈 브렉퍼스트' 미셸 자우너. 2022.08.06. (사진 =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사무국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관성적인 생각일 수 있지만 미국에서도 아웃사이더이고 한국에서도 섞이지 못한다는 생각을 해왔어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거였죠. 그래서 저만의 공간(space)을 만들어냈고, 저 스스로 그 공간을 만들어냈다는 걸 중요하게 여겼죠. 그걸 좋은 영향으로 풀어내고자 했습니다. 제 음악을 듣는 분들 중에 혼혈이거나, 어디에 섞이지 못한 분들이 많아요. 제 책에서 제 음악에서 위로를 받았다는 피드백을 받으면 저 역시 위로를 받게 되죠."

-10대 초반에 밴드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떤 뮤지션들로부터 영향을 받았나요?

"책('H마트에서 울다')에도 나와 있지만, 미국 인디 록 밴드 '예 예 예스(Yeah Yeah Yeahs)'의 보컬 캐런 오(Karen O)(한국인 어머니와 폴란드인 아버지를 뒀다)에게 큰 영향을 받았어요. 제가 살던 지역(북태평양과 가까운 미국 오리건주) 인디 밴드들에게 영향을 받았죠. 너무 많아서 딱 누구라고 특정하기는 힘들어요."(자우너는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엘리엇 스미스, 빌트 투 스필, 비요크, 플리트우드 맥을 좋아했다고 말했다.)

-'H마트에서 울다'에서 모친이 하신 말씀이 인상적이었요. "먹는 것이 당신이다." 이번 여름에 한국에서 가장 드시고 싶은 음식은 무엇입니까? 당신에게 음악, 글만큼 음식이 중요한 거 같은데 음식은 당신에게 무엇인가요?

"일단 간장게장이 가장 먹고 싶어요. 미국엔 없거든요.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도 간장게장을 먹고 싶다며 '밥도둑'이라는 별명도 안다고 했다.) 그리고 '먹는 것이 당신이다'라는 말은 미국에서 자주 써요. 어머니의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음식을 차려주시고 끼니를 챙겨주시는 것이니 그것에 익숙하죠. 한국 음식을 많이 먹다보니, 이제 한국 음식을 꼭 먹어야 하는 사람이 됐어요. 다른 사람들도 저 사람은 '저 음식'(한국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기억하고요."

-이후 계획은 어떻게 됩니까?

"1년 동안 한국에 머무를 계획을 갖고 있어요. 그날 그날 있었던 일들을 기록하고 그걸 모아 두 번째 책으로 낼 생각입니다. 엄마가 그런 말씀을 한 적이 있어요. '한국에서 1년만 살면, 네가 훨씬 더 할 수 있는 게 많아질 텐데'라고요. 모든 물건이 있는 편의점처럼, 다채로운 면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요. 특히 한국어를 배워서 큰 이모(성우 이나미)와 대화를 자유롭게 하고 싶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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