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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대만 위협 군사훈련 득보다 실이 더 크다" NYT

등록 2022.08.12 11:03:16수정 2022.08.12 11: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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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경각심 높이고 국제적 관심도 커져

군사력 강화·경제의존 완화 노력 한층 강화

외교·정치·경제·군사적 대응력 더 커질 것

[대만 인근 해역=AP/뉴시스]지난 5일 대만 인근 해역에서 군사훈련을 벌이고 있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한 병사가 훈련 해역 후방에 나타난 대만 호위함 란양함을 망원경으로 지켜보고 있다. 대만 인근 해역에서 중국군의 군사 훈련으로 수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중국은 10일 대만 자치정부 통제를 위해 군사력을 사용하겠다는 위협을 재확인했다. 2022.8.10

[대만 인근 해역=AP/뉴시스]지난 5일 대만 인근 해역에서 군사훈련을 벌이고 있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한 병사가 훈련 해역 후방에 나타난 대만 호위함 란양함을 망원경으로 지켜보고 있다. 대만 인근 해역에서 중국군의 군사 훈련으로 수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중국은 10일 대만 자치정부 통제를 위해 군사력을 사용하겠다는 위협을 재확인했다. 2022.8.10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중국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무력을 과시했으나 대만이 직접적 충돌을 회피하면서도 군사훈련을 강화하는 동시에 국제 지지를 확보하는 양면전술로 대응해 중국의 의도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만을 포위해 봉쇄하는 것을 상정한 중국의 군사 훈련은 오히려 미중 강대국 사이에서 외교, 경제, 군사적으로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대만인들의 생각을 강화시켰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 정부는 조용히 미국을 설득해 더 많은 무기 판매와 민주주의에 대한 더 강력한 지지를 이끌어냈다. 대만 정부는 그러면서도 중국 정부를 자극하지 않도록 이같은 성과를 내세우지 않고 있다.

중국이 대만 인접 군사훈련을 일상화하려는 시도는 세계에서 가장 전쟁 발생 위험이 큰 지역에서 벌이는 벼랑끝 전술이다.

중국 전투기가 양안 중간선을 침범했을 때 대만 군당국은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을 것이며 비교적 온건하게 대응할 것으로 밝혔다. 중국 외교관과 국영 매체들이 미친 듯이 경고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대만은 중국의 훈련을 비난하는 주요7개국(G7) 정상들의 서한을 환영한다고 차분하게 대응했다.

국립대만사범대학교 정치학 교수 판시핑은 중국의 훈련 장면이 어느 면에서는 자기 발등을 찍었다고 평가했다. "세계가 이번에 중국의 행동을 봤다. 대만이 전세계의 주목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중국은 훈련을 함으로써 일부 이익이 훼손됐다.

중국은 대만내 반중정서를 강화하고 국방력 강화 및 대중국 경제 의존 탈피해야 한다는 인식을 키웠다. 중국이 지지하는 대만 야당 국민당 내부에서도 여론 악화에 따른 대중 관계 정책 변화 필요성이 제기됐다. 대만의 입장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해가 커졌고 중국 행동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판교수는 "중국의 훈련이 이미 국제사회에서 큰 비난을 받았다. 군사훈련 때문에 대만이 앞으로 외교관계를 축소하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 대만은 국제사회에 대한 참여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펠로시 의장과 같은 고위 정치인들의 방문이 더 늘어날 수 있다. 대만은 이른바 "의회 외교"를 통해 주요국들의 고위 정치인들을 대거 방문토록 유치해왔다.

대만은 수교를 전제로 한 외국의 대통령이나 총리 방문으로 중국을 자극하는 대신 이런 전략으로 국제적 왕래를 늘려왔다. 지난달 유럽의회 니콜라 베르 부의장이 대만을 방문했지만 펠로시 의장 방문과 같은 소란은 없었다.

판 교수는 "미 중간선거 뒤 새로 취임하는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해 방문을 정례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펠로시 의장이 차이 총통을 초청해 미 의회에서 연설하도록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대만의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 시급성도 커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이미 미 정가에서는 대만이 침공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고 대만의 군대가 규모는 작더라도 무기만 제대로 갖추면 중국군을 물리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강해지고 있다.

대만 당국자들은 미국의 무기 판매가 지연되는 것에 불만을 표시해왔다. 또 미국은 첨단 해군 헬리콥터와 같은 무기는 기동성과 정확도에 의존하는 중국과의 비대칭 전투에 필요하지 않다며 판매하지 않고 있다.

예기치 않은 분쟁이 발생할 경우 무기 공급 지연과 전략 입장 차이 때문에 대만이 곤경에 빠질 수 있다. 미 당국자들은 중국이 대만을 군사적으로 봉쇄할 경우 무기 지원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해 대만에 무기를 비축할 것을 검토해왔다.

대만 더블싱크 랩의 군사 및 사이버 전문가 키치 랴오는 "대만은 미국에 우리가 왜 무기가 필요한 지를 납득시켜야만 무기를 살 수 있다"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직접 목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설득 수단이 된다. 중국의 훈련이 앞으로 대만의 무기 판매 요청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펠로시 의장 방문을 보장하기 위해 이뤄진 미국과 대만 간 군사당국간 조율도 양국간 군사협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중국이 앞으로 대만해협에서 지속할 것이라고 밝혀온 군사훈련은 미국과 대만이 정찰 정보를 교환하는 귀중한 기회가 된다.

대만 국방정책재단의 안보전문가 수추윤은 중국군의 훈련이 중국 군의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드문 기회였다면서 아직은 "대만을 전면 침공할 수 있을 만큼" 발전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했다.

훈련은 사고와 사기 저하로 점철된 대만군 내부의 경각심도 자극했다. 대만 군은 많은 면에서 무장과 병력이 크게 부족한 상태다. 차이 총통은 군이 새 전략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수 연구원은 중국군의 훈련으로 경각심이 커지면서 대만 국방예산이 증가 요구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군사력 강화가 "군인들만이 아니라 정부 당국자가 풀어야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대만은 주변국과의 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됐다. 중국이 발사한 미사일 5기가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떨어지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훈련을 비난했다. 덕분에 대만이 일본에 요구해온 안보대화가 시작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대만 민진당 위원 출신 연구단체 집행위원회 이사인 라이이충은 "대만-일본, 대만-미국 사이의 양자 논의를 넘어 대만-미-일 3자간 대화와 소통 및 접촉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이 우크라이나에서 배워 중국이 대만의 영토와 자치권을 약화시키는 새로운 상황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이 총통의 대응이 지나치게 "신중하다"면서 대만인들이 보다 강력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어 차이 총통이 정치적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고도 했다. "차이 총통이 너무 조심스러워 대만 정체성이 강한 일부 젊은 대만인들이 불만"이라는 것이다.

차이 총통으로선 대만 농산물에 대한 중국의 수입 금지로 입을 피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중국은 여전히 대만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며 중국은 펠로시 의장 방문 이후 대만 식품 수입을 추가로 금지했다.

중국의 금수조치는 대만이 중국의 경제적 예속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대만 기업들은 이미 강력한 코로나 봉쇄로 인해 침체에 빠진 중국 경제를 재평가하기 시작했다.

중국 기업들이 대만의 전자제품에 의지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는 이들 제품을 제재 대상에서 제외해왔다. 그러나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 대만 기업들이 최근 몇 년 새 생산지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는 유럽과 미국도 마찬가지다. 이들 국가들은 반도체와 같은 핵심 기술 제품 기업을 자국에 유치하려 노력하고 있다.

미국은 수십억달러 규모의 반도체산업지원법을 제정함으로써 TSMC와 같은 대만 기업의 미국내 생산 확대를 쉽게 만들었다. 다른 기업들도 인도와 동유럽 등지로 공장을 이전하고 있다.

중화경제연구소의 류멩춘소장은 "미국과 유럽에서 중국에 의존하는 대신 자국내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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