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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선수촌이니까 괜찮겠지' 방심이 부른 음주 운전

등록 2022.08.17 10:5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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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권혁진 기자 = "내가 첫 메달을 딸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며 활짝 웃던 스피드스케이팅 스타 김민석(성남시청)은 불과 6개월 만에 "평생 반성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한국 선수단의 첫 메달로 국민들의 갈증을 시원하게 날려준 김민석의 추락은 채 반년이 걸리지 않았다.

김민석은 진천선수촌 합숙 훈련 중이던 지난달 22일 정재웅(성남시청), 정재원(의정부시청), 정선교(스포츠토토)와 선수촌 인근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며 술을 마셨다.

음주 상태였던 정재웅이 몬 자신의 차를 타고 선수촌으로 돌아온 김민석은 숙소에 머물다가 쇼트트랙 대표팀 박지윤(의정부시청)의 생일 파티 참석차 운전해 선수촌 웰컴 센터로 이동했다. 다시 숙소로 복귀하던 김민석은 음주 운전으로 촌내 보도블록 경계석 충돌 사고를 일으켰고, 내부자들간 비밀로 남을 줄 알았던 그날의 사태는 만천하에 드러났다.

선수촌은 엘리트 체육의 '성지'로 통한다. 아마추어 선수라면 누구나 가고 싶어하지만,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이 바로 선수촌이다.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철저한 통제 아래 땀을 흘리는 곳에서의 음주 운전 사고는 바깥 세상보다 단속이 허술하다는 점을 역이용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1~2명도 아닌 4명이나 되는 선수들이 근처 식당에서 음주 후 자연스레 차량을 타고 촌내로 이동했다는 것은 그동안 비슷한 일이 제법 많았다는 추측까지 가능케 한다.

예전에 비해 빈도가 줄긴 했지만 스포츠 스타들의 음주 사고는 잊힐 만하면 심심찮게 등장하는 뉴스다. 잘 나가던 메이저리그(MLB) 유격수를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게 만든 것 역시 음주 운전이었다.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생을 망친 이들이 숱하게 나왔음에도 아무렇지 않게 운전대를 잡은 김민석의 선택은 실망감을 넘어 피로감까지 주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중장거리 선수로 그동안 아시아인에 한 번도 시상대를 허락하지 않은 올림픽 1500m에서 두 번이나 동메달을 목에 건 김민석은 이번 사고로 명예를 제발로 걷어찼다.

민낯을 드러낸 것은 김민석과 일부 선수들 뿐만이 아니다. 사회적 분위기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빙상계와 김성철 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장의 인식은 더 심각하다.

대한빙상경기연맹 스포츠공정위원회는 김민석에게 1년6개월 자격정지 징계를 의결했다. 김 위원장은 1년6개월이라는 기간을 두고 "선수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타 종목과 비교해 경징계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18개월 동안 공식 대회 출전이 불가하다는 점은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복합적인 상황을 감안하면 수긍할 수도 있는 발언이다. 게다가 김민석은 경찰 조사 결과에 따라 별도의 사회적 처벌을 받을 여지가 남아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김 위원장은 징계 수위가 낮다는 지적에 "그간의 포상 실적도 있어 이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김민석이 올림픽 메달을 딸 정도로 유능한 실력을 갖춘 선수이니 더 큰 징계를 주지 않았다는 말로 들린다.

경기력을 징계 수위 경감 요소로 반영한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심지어 김민석의 일탈은 선처가 용인되지 않은 음주 운전이다.

이번 사건을 지켜보면서 빙상계에는 여전히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선수와 아직도 '운동만 잘하면 된다'는 구시대적 사고가 남아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부정적인 이슈가 터질 때마다 자정 능력을 기울이겠다는 빙상계이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어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hjk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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