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is

  •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인터뷰]김윤식, 발레리노서 사진작가로..."만나야 하는 걸 만났다"

등록 2022.08.19 15:19:27수정 2022.08.20 06:55:17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기사내용 요약

국립발레단·체코 국립발레단 등 프로 10년
"무용수별 에너지 가지각색…색다른 매력"
서로 만족도 높아 시너지... 전시 투어 가장 큰 목표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독일 드레스덴 젬퍼오퍼발레단 수석무용수인 발레리나 이상은. (사진=김윤식 사진작가 제공) 2022.08.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무용수가 날아오르는 순간, 그 찰나를 포착해 또 하나의 예술을 만드는 이가 있다. 무대와 가장 먼, 공연장의 맨 끝에서 소리 없이 몸짓에 오롯이 집중하는 사진작가다.

국립발레단과 체코 국립발레단을 거친 발레리노 출신 김윤식은 발레 무용수를 찍는 사진작가다. 국립발레단 시절부터 사진 찍는 발레리노로 유명했던 그는 2010년부터 10년간의 프로 발레단 생활을 접고 사진작가로 본격 전향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스튜디오에서 그를 만났다.

"무용수마다 동작의 방향성이나 속도 등 움직임이 다 달라요. 춤에서 나오는 에너지도 가지각색이죠. 춤추는 느낌을 살짝 보면 이 무용수가 어떤 동작을 할 때 예쁘게 나올지 알죠. 똑같은 동작을 해도 모두 다르기 때문에 찍는 입장에서도 매력적이에요."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지난달 27일과 28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에투알 갈라'에서 공연하는 발레리나 박세은과 폴 마르크. (사진=YOON6PHOTO 제공) 2022.08.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달, 프랑스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에투알(최고무용수) 승급 후 첫 국내 무대에 선 발레리나 박세은의 갈라 공연도 그가 촬영했다. 우아하고 사랑스러운 줄리엣이 된 박세은이 사진을 통해 그의 손에서 다시 살아났다. "이번 공연은 저도 색달랐어요. 파리 오페라 발레 무용수들이 너무 매력적이었죠. 콘서트홀이라 무대 거리가 가깝기도 하고 무용수들에게 더 집중할 수 있었어요. 사진을 찍으며 저도 같이 춤추는 것 같았죠."

공연은 순간의 예술이다. 그 순간이 지나가면 다시 찍을 수 없다. 점프하고 회전하며 쉴 새 없이 춤추는 발레리나와 발레리노의 움직임을 가장 아름답게 포착해야 한다. 누구보다 그 마음을 잘 이해하는 발레리노 경력이 더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무용수들이 어떤 그림을 원하는지 알고 있죠. 제가 발레 레퍼토리들의 음악과 동작을 잘 아는 만큼 예상하고 타이밍을 맞춰서 찍기도 해요."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김윤식 사진작가. (사진=김윤식 사진작가 제공) 2022.08.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음악, 미술, 자연 등 다양한 곳에서 영감을 얻지만, 무용수들이 가장 큰 원천이 된다. 초창기엔 정확한 동작에서 만족감을 느꼈지만, 지금은 무용수들의 감정선이 드러나는 사진이 마음에 더 와닿는다. "사진도 여운이 있잖아요. 공연장에서의 그때 기억이, 감정이 되살아나는 거죠. 감정의 사진은 평생 간다고 생각해요."

무용수들의 등을 찍은 사진도 그의 SNS에서 눈에 띈다. "등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요. 우리가 살면서 자기 등을 볼 일이 거의 없잖아요. 무용수들의 등 라인이 매우 멋있는데, 본인들은 모르더라고요. 근육이 움직일 때마다 파도 같은 느낌이 들어요. 다양한 분위기를 표현할 수 있죠."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발레리노로 활동하던 당시 김윤식. (사진=김윤식 사진작가 제공) 2022.08.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함께 작업했던 한국 무용수 중에선 독일 드레스덴 젬퍼오퍼 발레단의 수석무용수 이상은부터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 네덜란드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최영규 등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이상은 발레리나는 제가 원하는 느낌의 그 이상을 만들어내는 무용수에요. 완벽하게 아름다운 몸으로 작업할 때마다 색다르고 즐거워요. 김기민 발레리노는 말 그대로 엄청난 힘과 에너지가 느껴지고, 최영규 발레리노는 뛰어난 신체 조건으로 발끝과 디테일이 살아있는 표현에 사진 찍을 맛이 났던 기억이 있어요."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수석무용수 프리드만 보겔. (사진=김윤식 사진작가 제공) 2022.08.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은 그의 두 번째 인생을 열어줬다. "제게 새로운 시작을 만들어준 매개체"라며 "사진을 통해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좋은 일도 일어났다. 제겐 행운이다. 꼭 만났어야 하는 걸 만났다"고 환하게 웃었다.

초등학교 시절 형을 따라 발레를 배웠고, 형제가 나란히 국립발레단에서 활동했다.(형은 김경식 발레리노다.) 지금은 동생은 사진으로, 형은 영상으로 각각의 길을 가고 있다. 사실 그가 사진에 입문한 건 우연이었다. 국립발레단 시절, 휴가가 이례적으로 길어지면서 선호현 발레리노와 함께 사진을 배우게 됐다. 길거리 패션 사진을 찍기도 했지만, 바쁜 발레단 생활에 매번 바깥에 나가긴 어려웠다. 그러던 차, 주변에 이미 좋은 모델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

"바로 발레단 무용수들이었어요. 리허설하는 모습을 조금씩 찍기 시작했는데, 말이 잘 통하니까 서로 만족도가 높았죠. 제가 익혀온 발레와 사진을 합해 시너지가 더 발휘됐고, 그때부터 무용수에게 집중하게 됐죠."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체코 국립발레단의 앨리스 쁘띠. (사진=김윤식 사진작가 제공) 2022.08.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은 발레에 영감을 줬고, 발레가 고될 때도 위로를 받았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왔지만, 어느새 점점 더 사진에 대한 마음이 커졌다. 직접적인 계기는 2019년 사진 전시였다.

"발레를 하면서도 언젠간 꼭 사진을 업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은 계속했었어요. 2019년 파리에서 세계 유명 무용수들 사진 전시를 했는데, 단체 전시였지만 저도 의뢰받아 참여했어요. 그때 이 길로 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앞으로 작가로서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이곳저곳 다니며 작품을 더 보여줄 수 있는 전시 투어가 가장 큰 목표예요."

지난 2020년 체코 국립발레단을 떠날 당시 코로나19 여파로 그는 은퇴 무대에 서지 못했다. 주변에선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동할 때에 은퇴가 빠르다며 만류했다. 발레단 단장도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그가 돌아올 거라고 장담하며 언제든 연락을 달라고 했단다. "아직 연락은 하지 않았어요.(웃음) 그리움이나 큰 미련은 없어요. 사진을 하는 지금에 매우 만족한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많이 본 기사

이 시간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