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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삼성엔 '숫자 0'을 닮은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등록 2022.08.19 13:3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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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동효정 기자 = "있으면서도 없고 없으면서도 있는 존재죠. 분명히 해야 할 역할은 있는데 대내외적으로 모든 것을 총괄하는 공식적인 담당자나 팀은 없는 상태랄까. 이제 정식으로 출범하고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할 때가 올 텐데 고민이 큽니다."

삼성 내부 고위관계자가 언급한 삼성의 컨트롤타워에 대한 생각이다. 이 말을 듣자 아무것도 없지만 세상에는 존재하는 수. '0'이 떠올랐다. 삼성의 컨트롤타워는 숫자 0처럼 세상에 없는 듯하지만 있는 것도 같은 그런 존재다.

미래전략실은 과거 비서실로 시작해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을 거쳐 미래전략실로 발전한 조직이다. 미래전략실은 단순한 총수 보좌의 역할을 넘어 총수의 경영철학을 계열사가 현실화하도록 그룹이 나아갈 방향과 사업 비전을 제시했다.

'삼성의 심장'으로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미래전략실은 2016년 11월 이른바 '국정농단' 사태 당시 최순실과의 소통을 담당한 창구로 드러나며 정경유착의 연결고리라는 비난을 받았다.

미래전략실이 국정농단 특검팀의 집중 수사 대상이 되고 적폐로 지목되자 삼성은 해체를 결정했고 각 계열사들은 자율경영 체제를 선언했다.

삼성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을 해체한 뒤 사업지원(삼성전자), 금융 경쟁력 제고(삼성생명), 설계·조달·시공(ECP) 경쟁력 강화(삼성물산) 등 3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임시 운영 체제를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결국 각 계열사별 의사 결정을 모으고 지원할 컨트롤타워가 없으면 경영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는 현실화했다.

TF팀으로 컨트롤타워를 운영하자 통솔력이나 추진력이 과거 미래전략실에 비해 부족하다는 잡음이 생기기 시작했고 계열사별로 의사결정을 진행하니 사업 간 시너지 효과가 떨어지거나 일관성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대형 인수·합병(M&A) 결정과 그룹의 중장기 사업전략 수립에도 한계가 생겼다. 2017년 96개 수준이었던 SK 계열사 수가 5년간 90개나 증가하는 동안 삼성은 되려 2개사가 감소했다. 과감한 의사 결정을 진행하지 못하면서 2016년 11월 미국 전장업체 하만 이후 의미 있는 M&A도 사라졌다.

이에 국내 최고 기업집단인 삼성이 경제위기 극복에 앞장서 달라는 기대와 함께 이재용 부회장이 광복절 특별사면·복권을 받자 현안 해결을 위해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컨트롤타워 구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구광모 LG 회장은 '고객가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품질경영'을 내거는 등 이 부회장과 비슷한 입장에 서있는 재계 3세 경영인들이 회장직을 달고 자신만의 경영철학을 내세우고 있다. 각각  ㈜LG와 기획조정실이 중추적 역할을 뒷받침하면서 사업전략을 논의한다.

삼성 역시 그룹의 사업 방향을 진두지휘하는 컨트롤타워가 바로 서야 이 부회장만의 색깔을 담은 경영 방향성을 찾고 해법과 대응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80년 넘게 이어진 무노조 경영 시대가 끝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경제위기에 이어 메모리 반도체의 겨울이 오고 있다.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은 삼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컨트롤타워가 필요하지만 과거 미래전략실의 경험으로 인해 새로운 컨트롤타워 출범에 대해서는 쉽게 결정 내리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컨트롤타워는 미래전략실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와 지배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계열사와 소액주주 등 이해관계자에게 손해를 끼치는 행위는 없을 것이란 철저한 각오를 담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의 현재 컨트롤타워를 닮은 숫자 0은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넘어 빈자리를 메우고 세상의 기준과 중심의 역할까지 지닌다. 0이 올바른 기준을 세워야 숫자는 1로 나아가기 시작해 더 큰 숫자까지 도달할 수 있다.

과거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의 정경 유착이나 밀실 경영의 상징을 답습하지 않고 진정한 '0의 역할'을 하는 삼성의 컨트롤타워를 기대해 본다.


◎공감언론 뉴시스 vivi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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