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장내 미생물 균형 깨져도 기혈 막혀 살찐다"[비만돋보기]

등록 2022.08.31 14:08:32수정 2022.08.31 16:55:51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잘못된 식습관에 장내 미생물 균형 무너지면

기혈순환 장애로 지방대사 잘 안돼 비만 초래

장내 미생물의 구성따라 비만 정도도 달라져

채식 즐겨 '프리보텔라' 우세하면 비만도 낮아

항생제 많이 먹어도 유익균 줄어 비만 가능성

비만유전자 있다면 식단·운동 등 더 신경써야

호르몬 균형 깨져도 내장지방 늘어 비만 위험

[서울=뉴시스]이재동 경희대 한의과대학 학장(비만센터 교수). (사진= 경희대병원 제공) 2022.08.31

[서울=뉴시스]이재동 경희대 한의과대학 학장(비만센터 교수). (사진= 경희대병원 제공) 2022.08.31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생태계)도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다른 사람보다 적게 먹는데도 살이 찌고 아무리 다이어트를 해도 살이 빠지지 않는다면 장내 미생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 몸 속 소장, 대장 등에는 100조 개의 미생물들이 살고 있다. 장내 세균은 몸에 이로운 유익균과 해로운 유해균으로 나뉘어 균형을 이룬다. 하지만 고기나 지방이 많은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유익균이 줄어들고 유해균이 증가하면서 비만이 초래될 수 있다.

30년 이상 비만 관련 치료경험과 노하우를 쌓아온 이재동 경희대 한의과대학 학장(비만센터 교수)은 "장내 미생물의 균형이 무너지면 기혈 순환에 장애가 생기고 지방 대사가 잘 되지 않아 비만에 이를 수 있다"면서 "마이크로바이옴의 구성에 따라 비만도에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가령 똑같은 칼로리의 음식을 먹어도 채식 위주의 식사를 즐기는 '프리보텔라'가 우세한 그룹은 고기, 가공식품, 정제된 탄수화물 등 서구화된 식단을 즐기는 '박테로이데스'가 우세한 그룹보다 비만도가 낮다는 것이다.

'비만 잡고 질병 극복 프로젝트' 11편은 대표적으로 비만에 영향을 미치는 인자인 장내 미생물과 유전자와 호르몬과 비만과의 관계를 소개한다.

-장내 미생물에 문제가 생기면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요?

"속이 더부룩해지고 머리가 멍해지는데요. 장내 미생물의 균형이 깨져 장이 제 기능을 못하면 생체 에너지인 기혈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게 되어 뇌세포에 영양공급이 충분히 되지 않기 때문이죠. 또 기혈순환에 문제가 생기면 면역세포의 기능이 약화되어 면역계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 항생제를 많이 먹으면 비만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나요?

"청소년, 어른이 되었을 때 비만 뿐 아니라 천식, 아토피, 자페 스펙트럼 같은 질환에 쉽게 걸릴 수 있습니다. 생후 48개월 동안 9번 이상 항생제 치료를 받으면 비만이 될 확률이 2.4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죠. 이는 항생제로 인해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 망가지면서 비만이 될 확률이 높아진 겁니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과 비만과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신다면요.

"항생제를 먹으면 장내 유익균, 즉 미생물층이 무너져 기혈순환에 장애가 생겨 대사가 잘 되지 않고 비만이 됩니다. 장내 대장균의 비중이 높으면 아세트산을 분비해 신경계를 자극하고 이는 인슐린의 분비를 촉진해 포도당을 체내에 저장하는 능력이 높고, 배고픔을 느끼게 하는 그렐린 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비만을 유발하게 됩니다. 항생제는 장내 미생물총을 망가뜨리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과거 돼지를 살찌우기 위해 항생제를 사료에 조금씩 섞어 먹이는 경우가 있었는데 항생제를 먹은 돼지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15% 정도 살이 더 쪘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서울=뉴시스]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생태계)도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다른 사람보다 적게 먹는데도 살이 찌고 아무리 다이어트를 해도 살이 빠지지 않는다면 장내 미생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진= 뉴시스DB) 2022.08.31

[서울=뉴시스]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생태계)도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다른 사람보다 적게 먹는데도 살이 찌고 아무리 다이어트를 해도 살이 빠지지 않는다면 장내 미생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진= 뉴시스DB) 2022.08.31

-장내 미생물은 먹는 음식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요?

"장내 활성화된 미생물의 종류에 따라 우세종이 되는 균주가 달라지는데요. 장내 미생물의 구성에 따라 비만도에 차이가 납니다. 가령 같은 음식을 먹어도 프리보텔라가 풍부한 P형이 박테로이데스가 우세한 B형보다 비만도가 낮습니다."

-P형과 B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신다면요.

"P형은 식이섬유, 통곡물, 생선 등 지중해식 식단으로 형성되고요. B형은 정제된 탄수화물, 육식 위주, 가공식단 등 서구화된 식단의 영향을 받습니다. P형이 B형보다 비만도가 낮기 때문에 평소 단백질과 채소·야채 등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 위주로 먹는 것이 좋겠죠. 이밖에도 O형으로 항생제를 많이 먹거나 건강이 좋지 않아 장내 미생물 생태계가 망가진 형태도 있습니다."

-장내 미생물과 관련해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는 어떻게 다른가요?

"프로바이오틱스는 장에 유익한 박테리아균이고, 프리바이오틱스는 장내 유익한 미생물의 생장을 촉진하고 활성화시키는 식품으로 먹이입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섭취시 소화를 돕고 미네랄 흡수를 촉진시키며 면역력을 강화시키죠. 적당량을 복용하면 유익균을 증식시키고 배변을 원활하게 돕습니다. 프리바이오틱스는 식이섬유로 소장에서 소화되지 않고 대장으로 내려가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데요. 고구마, 우엉, 미역, 사과, 보리, 버섯, 당근 등에 많이 들어있죠."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 중 어떤 것을 먹어야 할지 고민이 된다면요.

"고구마, 우엉, 미역, 사과 등 채소와 섬유질 위주로 먹고 있으면 프리바이오틱스를 굳이 찾아 먹을 필요가 없죠. 프리바이오틱스를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오히려 배에 가스가 차고 구토감, 설사 등을 유발할 수 있거든요. 부득이하게 항생제를 복용했다면 프로바이오틱스를 먹고 장내 유익한 유산균총을 만들어 주는 것도 좋습니다. 항생제는 장내 세균총을 망가 떨어뜨리거든요."
[서울=뉴시스]이재동 경희대 한의과대학 학장(비만센터 교수). (사진= 경희대병원 제공) 2022.08.31

[서울=뉴시스]이재동 경희대 한의과대학 학장(비만센터 교수). (사진= 경희대병원 제공) 2022.08.31


-한약으로 장내 미생물 환경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고요?

"체질량 지수(BMI)가 25㎏/㎡인 40~65세 여성을 대상으로 2g의 마황 추출물을 하루에 2번씩 총 8주동안 복용하도록 한 결과 장내 미생물의 변화가 관찰됐고 체중 감소와 체지방 조절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비만은 유전적 요인도 많이 작용하는데요. 대표적인 비만 관련 유전자로는 어떤 것이 있나요?

"비만 관련 유전자는 1000개 정도 되는데요. 가장 많이 발현되고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비만 유전자는 지방저장유전자(FTO), 식탐유전자(MC4R), 스트레스·우울 유전자(BDNF)가 있습니다."

-지방저장유전자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신다면요.

"지방저장유전자는 탄수화물을 지방으로 바꾸는 유전자인데요. 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에 비해 운동량이 부족하게 되면 비만이 될 가능성이 3배로 높아집니다. 따라서 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평소 더욱 각별히 저지방 식단을 유지하고 적절한 운동을 하는 것이 좋겠죠.“

-식탐유전자와 스트레스·우울 유전자는요?

"식탐유전자는 식욕 억제를 통한 에너지 섭취를 조절하는 유전자로 뇌하수체에 식탐유전자 중추가 있어 식욕을 촉진하는 그렐린 호르몬과 식욕을 억제하는 렙틴 호르몬의 분비에 영향을 줍니다. 이 유전자가 발현되면 식탐이 많아지고, 간식을 자주 섭취해 비만 위험이 높아지는데요. 특히 야식의 욕구를 느끼게 하는 그렐린 호르몬 분비량이 늘어나는 밤 11시 전에 잠자리에 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스트레스·우울 유전자를 보유한 경우에는 장기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티솔 호르몬이 분비돼 식욕이 늘고 복부지방이 늘어나기 때문에 특히 심호흡, 명상, 충분한 휴식, 가벼운 운동 등을 통해 평소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호르몬도 비만에 영향을 미친다던데요.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노화나 만성 스트레스, 수면 부족 등으로 호르몬의 균형이 깨지면 대사능력이 저하되고 내장지방이 증가해 비만해지기 쉬운데요. 특히 식욕조절 호르몬인 그렐린·렙틴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루 3끼 적정량의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고요. 또 많이 웃고 즐겁게 생활하면 행복호르몬인 세로토닌 분비가 촉진돼 과식을 막고 전신의 기혈순환을 돕는데 도움이 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