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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힌남노 휴교' 워킹맘들 대혼란…무엇이 문제였나

등록 2022.09.07 08:00:00수정 2022.09.07 08: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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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보며 휴가내고 조부모에게 부탁해"

서울교육청 '아침·오전돌봄 촘촘하게' 지시

학부모 "아침돌봄? 있는지 대부분 모를 것"

교육청 "학교 여건따라 제공 안 될 수도"

전문가 "긴급돌봄 시스템, 기업문화 변화 必"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태풍 힌남노의 피해 우려로 서울 유치원과 초·중학교가 휴업 또는 원격수업으로 대체하기로 한 지난 6일 오전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의 교문이 닫혀 있다. 2022.09.07.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태풍 힌남노의 피해 우려로 서울 유치원과 초·중학교가 휴업 또는 원격수업으로 대체하기로 한 지난 6일 오전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의 교문이 닫혀 있다. 2022.09.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경록 기자 = 지난 6일 태풍 힌남노 북상에 대비해 서울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하루 휴업을 실시한 가운데 워킹맘들 사이에서는 전날 갑작스러운 휴교령에 적잖이 당황했다는 반응이 속출했다.

7일 온·오프라인상의 서울 유·초등 학부모들은 전날 휴교에 앞서 '눈치를 보며' 자녀 돌봐줄 사람을 찾거나 직장에 휴가를 신청했다고 전했다.

은평구 유치원생 학부모 손모씨(41)는 "맞벌이들은 갑자기 휴교를 통보하면 방법이 없다"며 "아이 맡길 수 있는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밝혔다.

맘카페에 자신을 만 2세·3세 자녀를 둔 마포구 학부모라고 소개한 A씨는 "휴교 소식보면 워킹맘들 어쩌나 하는 생각부터 든다"며 "전 급히 친정 엄마 부르고 아이들에게 카드주고 밥 시켜 먹으라고 했다"고 적었다.

이 게시물에는 "초등학교 휴업했다는 소식 듣자마자 눈치보며 휴가 낸 엄마"라며 "이럴 때 눈치 안 보고 휴가 낼 수 있게 하는 사회적 분위기, 수시로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기관이 갖춰지면 좋겠다"는 댓글이 달렸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날 오전 10시 기준 서울 1495개교(69.8%)가 등교를 중단했다. 지난 5일 제11호 태풍 힌남노 위기경보 수준이 '심각'으로 격상되자 서울시교육청이 다음날 모든 유치원·초등학교의 등교를 막은 탓이다.

교육청은 이 같은 학사운영 조정을 결정하며 공문을 통해 "휴업에 따른 돌봄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아침·오전·오후 등 촘촘한 돌봄 운영"을 각 학교에 주문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평상시에도 필요한 학생들은 등교 전부터 아침돌봄 등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6월16일 서울 서초구 언남초등학교를 방문해 돌봄교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서울시교육청 제공) 2022.09.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6월16일 서울 서초구 언남초등학교를 방문해 돌봄교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서울시교육청 제공) 2022.09.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문제는 학부모들이 아침·오전 돌봄정책의 존재를 모를 뿐더러 실효성도 떨어진다는 데 있다.

초2 자녀를 둔 서울 학부모 윤모씨(40)는 "대부분 (아침돌봄을) 잘 모른다"며 "심지어 방과후 돌봄을 신청한 학부모들만 (아침·오전돌봄을) 보낼 수 있는 거로 안다"고 밝혔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서울시교육청의 초등돌봄교실 수용률은 78.6%로 17개 시도 중 가장 낮았다.

이에 대해 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같은 비상시엔 돌봄 전담사분들이 긴급 돌봄을 맡아주지 않으면 학교에서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어떤 학교는 긴급하게 교사들이나 자원봉사자들을 활용해 돌봄 수요에 대응하는 등 학교 여건마다 대처가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비상 상황에 대한 긴급 돌봄 시스템이 미비한 부분이 있다'는 지적에 "그렇다"고 수긍했다.

유아교육 전문가들은 태풍·폭우 등으로 인한 갑작스런 휴교시 맞벌이 부부들이 아이를 마음 편히 맡길 수 있는 긴급돌봄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미래교육팀장은 "전체적인 돌봄 운영은 하고 있지만 홍보도 잘 안 돼 있고 학부모들이 체감도, 실제 활용도 못하는 정책은 있어도 못 쓴다"며 "재난상황에 필요한 긴급돌봄은 매번 일이 벌어질 때마다가 아닌 전반적인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이들 안전을 위해 등교 자체를 막아야 하는 경우엔 출근시간 조정이나 재택근무  등을 기업에서 보다 유연하게 허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현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영유아포럼 부대표는 "긴급돌봄도 필요하지만 아이 가진 부모들이 이런 일이 생겼을 때 눈치를 보며 휴가를 써야 하는 사회 분위기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라며 "이 부분에서 앞서 나가는 기업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들은 정부가 적절한 보상체계를 통해 육아 친화적인 기업 문화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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