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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핵위협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WSJ

등록 2022.10.04 10:14:10수정 2022.10.04 10:3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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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와 서방이 세계 지배' 푸틴의 주장은 새롭지 않아

파시스트·공산주의·이슬람·식민지 출신국 동조할 내용

핵강국 소련의 초강대국 영향력 회복하겠다는 야심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가운데)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점령지 병합 기념행사에 참석해 데니스 푸실린(왼쪽)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수반, 블라디미르 살도 헤르손 지역 수반이 웃으며 바라보는 가운데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2022.10.01.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가운데)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점령지 병합 기념행사에 참석해 데니스 푸실린(왼쪽)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수반, 블라디미르 살도 헤르손 지역 수반이 웃으며 바라보는 가운데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2022.10.01.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러시아군이 계속 패퇴하고 있음에도 우크라이나 전쟁의 확전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 위협을 하는 것을 미국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허드슨 연구소 석좌연구원 겸 WSJ 칼럼니스트 월터 러셀 미드는 푸틴이 러시아군의 패전에 대응해 전투가 벌어지는 우크라이나 영토를 합병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의 생존 전쟁이라고 규정해 핵공격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고 지적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은 핵무기 사용이 러시아군에 재앙적 결과를 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정부는 푸틴의 눈으로 세상을 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당국자들이 핵위협을 심각하게 받아 들여 적절한 대응책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지금껏 푸틴을 잘 모르고 대응해왔지만 사실 푸틴의 주장은 새롭지 않다. 그는 영화에 등장하는 대악당처럼 포로로 잡은 초영웅들에게 세계 지배 전략을 털어 놓듯이 자신의 목적을 감추지 않아 왔다. 지난 30일 우크라이나 영토 합병 연설에서 그는 자신의 야심을 공개한 것을 미 당국자들이 유심히 봐야 한다.

푸틴은 오늘날의 세계 정세를 탐욕스러운 서방과 이에 저항하는 나머지 세력 사이의 대결로 묘사했다. 서방의 "자유주의적 가치"가 사기라는 것이다. 서방은 "사악한 앵글로 색슨"이 유럽과 일본을 지배하는 불평등 동맹이라고 규정한 푸틴은 미국이 영국에 이어 세계를 지배하고 있으며 앵글로 색슨과 영어사용 세력이 대서양 노예화, 유럽 제국주의, 2차세계대전의 핵무기 사용 등에 책임있는 사악한 세력이라고 강조했다.

앵글로 색슨을 향한 이같은 공격은 푸틴만 했던 것이 아니다. 그는 미국과 영국 자유주의, 자본주의의 적들과 수백년 동안 여러 지역 강국들이 주장해왔던 내용을 되풀이하고 있다. 나폴레옹도 했을 법한 연설이다. 빌헬름 2세 황제, 아돌프 히틀러, 요시프 스탈린, 도조 히데키, 아야톨라 호메이니, 오사마 빈 라덴이 푸틴과 같은 주장을 했었다. 이같은 주장들은 식민지에서 벗어난 전세계 많은 국가의 지식인과 문화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푸틴은 자유주의 서방에 대한 적개심을 표출함으로써 러시아의 여론에 호소하면서 통상적인 이데올로기 범주를 넘어서고 있다. 소련시대에 향수를 가진 러시아인들은 차르의 귀환을 기대하며 기꺼이 협력한다. 정통 기독교 전통주의자들도 반서방 이슬람과 힘을 합칠 수 있다. 파시스트와 공산주의자들은 물론 서방의 부와 힘이 유지되는데 불만인 서방내 제5열과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에서도 동조할 만한 주장이다. 서방, 특히 미국에 맞서는 전세계적 전선을 구축하는 것이 러시아와 중국 대외정책의 핵심이다.

푸틴의 반미적 세계관은 러시아가 핵심 역할을 해야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그는 "러시아인들의 용기와 힘으로 세계 지배 야욕이 여러 차례 무산됐음을 상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서방의 공격과 지배를 막는 세계의 방패막이라는 것이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점령이 러시아가 제국주의 서방의 야심을 차단하는 역사적 책무를 수행하는데 필수적이라고 했다.

푸틴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 주도 세계질서에 대한 전쟁임을 미 정부가 인식해야 한다. 지금 NATO는 한층 강화되고 팬데믹 충격이 가라앉고 있지만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져 있으며 유럽은 두 자릿수 물가상승과 유가 상승으로 주요 산업이 유지되기 힘든 상태다. 식량, 유가, 비료값 상승은 중동과 남미, 아프리카의 사회적 불안정과 정치적 혼련을 촉발하고 있다. 푸틴이 이런 문제들에 기대 서방의 응집력이 약화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무리도 아니다.

푸틴의 핵위협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것만이 아니라 미국 주도 세계질서에 대한 공격이다. 그는 핵무기가 불리한 전황을 뒤집고 핵위협에 직면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유럽국들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휴전을 해야한다고 분열할 것으로 예상한다.

푸틴은 집권 이후 러시아의 막강한 핵무력이 정치적 영향력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에 불만을 가져왔다. 소련은 핵무기 덕에 초강대국이 됐다. 푸틴은 그같은 위상을 되찾고 싶어한다. 핵위협을 통해 서방이 크게 양보하도록 만들면 소련의 초강대국 위상을 회복하려는 그의 목적이 상당부분 달성되는 셈이다.

미 정부가 핵위협에 굴복하면 미국의 대외적 신뢰와 영향력이 약해질 것이다. 반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에 대한 맞대응 강도를 높이면 미국이 직접 전쟁에 끌려들어갈 위험이 커진다.

푸틴의 군대는 이미 우크라이나 많은 지역에서 패퇴하기 시작했다. 국내의 지지도 약해지는 조짐이 보인다. 푸틴의 미국의 이익에 대한 위협을 과소평가해선 안된다. 그의 핵위협은 실제적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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