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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사기획-대한민국 리셋]北 비핵화시 담대한 계획…대북정책 대변화

등록 2022.10.06 05:00:00수정 2022.10.06 08: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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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8.15에 대북 로드맵 '담대한 구상' 꺼내

대통령실 "필요하다면 대북제재 일부 면제도 협의"

경협 방안 외에 정치·군사 부문 협력 로드맵 포함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2022.08.15.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2022.08.1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단계에 맞춰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새 정부의 대북 로드맵을 꺼내 들었다. 이른바 '담대한 구상'이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일 경우 경제적 지원에 돌입하며, 이후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이행하면 단계별로 막대한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정치·군사적 안전보장 방안을 제시한다는 게 골자다.

윤석열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선 6가지 경제 지원 방안만 발표됐는데, 대통령실은 대북제재 부분 면제를 위한 협의 가능성까지 열어두며 적극적인 대북 메시지를 던졌다.

경제 지원과 관련해서는 ▲대규모 식량 공급 프로그램 ▲발전과 송·배전 인프라 지원 ▲국제 교역을 위한 항만과 공항의 현대화 ▲농업 생산성 제고를 위한 기술 지원 프로그램 ▲병원과 의료 인프라의 현대화 ▲국제투자·금융을 예로 들었다.

언뜻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인 '비핵·개방·3000'을 연상시켰지만 정부는 경협 방안 외에 정치·군사 부문의 협력 로드맵도 포괄하는 종합적 계획임을 강조했다.

앞서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 외교·국방·통일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담대한 구상'은 "북한이 핵 개발의 구실로 삼고 있는 안보 우려도 논의하는 점이 과거 대북 정책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고 언급했다.

권 장관은 "이전 구상들은 대개 비핵화와 경제적인 지원을 서로 맞바꾸는 형태였다"며 "'담대한 구상'은 경제적인 지원 외에 북한이 우려하는 안보분야도 감안해 군사·정치적인 분야까지 논의하자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핵무력법안을 얘기하면서 북한의 핵정책 변화는 정치·군사적인 상황의 변화에서만 가능하다고 했다"며 "'담대한 구상'은 이러한 정치군사적인 상황의 변화까지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짚었다.

권 장관은 또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과 비교해서도 "이전에는 경제적인 지원조치도 비핵화와 1대1로 비례적으로 교환하는 구조였는데 '담대한 구상'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확실하다면 초기에 선제적으로 민생과 인도적 조치를 과감하게 한다는 것에 차이가 있다"고 구분했다.

통일부는 하반기 중으로 정치·군사적 조치 등을 포함한 담대한 구상뿐 아니라 통일·대북정책을 총망라한 종합적인 자료를 발표할 방침이다.
[서울=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2022.09.12

[서울=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2022.09.12




◇'핵억제·단념·대화' 3D 기조…"북한 변화 견인" 중시

담대한 구상을 실행하기 위한 기본 요소로는 핵 억제(Deterrence), 핵 단념(Dissuasion), 대화(Dialogue)를 포함하는 3D 기조를 내세웠다.

미국 확장 억제(핵우산)의 실행력을 높이는 동시에 한국 자체의 3축 체계(킬체인, 한국형 미사일 방어, 대량 응징 보복)를 강화해 북한의 핵 공격 시도를 '억제'하고, 안보리 제재의 철저한 이행을 통해 북한의 핵을 '단념'시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가운데 담대한 구상을 통해 '대화'의 문을 열어둔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북한은 윤 대통령 취임 100일째인 지난 17일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한 데 이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남측 제안에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김여정은 담화에서 "(담대한 구상이) 새로운 것이 아니라 10여 년 전 리명박 역도가 내들었다가 동족 대결의 산물로 버림받은 비핵·개방·3000의 복사판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렸다.

'북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의 길을 택하면 국제사회와 함께 5대 분야에 걸친 포괄적 지원을 통해 10년 내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을 3000달러가 되도록 돕는다'는 개념만 보면 담대한 구상과 닮은 게 사실이다.

한반도(북한) 비핵화를 목표로 화해·협력, 신뢰 구축, 평화체제 구축, 경협, 인도적 지원 등을 추진하는 것은 사실 보수 정권이든, 진보 정권이든 공통으로 제시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다만 윤석열 정부는 종국적으로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스스로 비핵화의 길로 나아가도록 하는 북한의 변화 견인을 더욱 중시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대화로의 복귀 결정을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보다는 북한의 위협과 도발에 대해서는 강하고 단호하게 억제하면서 제재와 압박 통해서 북한이 핵개발을 단념하도록 만들고 대화와 외교 통해 북한을 견인한다는 입체적 접근을 견고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오히려 지금의 한반도 상황을 감안해볼 때 대통령이 제안한 담대한 구상의 유효성은 더 켜졌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 도발에 대응 하기 위해 4일 한미 연합 공격편대군 비행 및 정밀폭격 훈련이 진행됐다. 사진은 한미 공군이 비행하는 모습. (사진=합동참모본부 제공) 2022.10.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 도발에 대응 하기 위해 4일 한미 연합 공격편대군 비행 및 정밀폭격 훈련이 진행됐다. 사진은 한미 공군이 비행하는 모습. (사진=합동참모본부 제공) 2022.10.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北도발에 응징 타격…"평화문제 본질은 '적대관계' 해소"

정부가 3D 기조로 북핵 문제를 다각도로 접근하고 있지만 북한과의 갈등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는 교착국면을 이어가고 있으며, 북한은 각종 미사일 발사와 핵 물질 생산을 증대시킴으로써 핵 능력을 고도화하고 있다.

북한은 올해 3월 김정은 위원장 참관하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7형을 발사하고 이를 대내외에 공개함으로써 자발적 모라토리엄을 공식 파기했다. 또 지난 5월께 풍계리 핵실험장 복구 등 핵실험을 단행할 수 있는 준비를 마쳐 북한의 7차 핵실험은 이제 선택이 아닌 시간의 문제가 된 것으로 판단된다.

한미는 북한의 도발 수위에 비례에 대응 수위를 높이며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일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도발에 한미, 한·미·일 연합해상훈련을 마치고 복귀했던 미 로널드 레이건 항모강습단은 동해를 향해 다시 닻을 올렸다. 북한 IRBM의 '도발 원점'을 염두에 둔 지대지미사일 무력시위도 함께 펼치며 동맹 차원의 맞대응도 지속했다.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전략 변화로 북한이 어떤 종류의 핵을 사용하더라도 강력한 대응에 직면하게 됨을 의지와 능력 차원에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강경한 대응과 함께 현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북한과의 신뢰를 형성하는 일로 이를 위해서는 남북 간 또는 우회 채널을 통한 접촉면들을 전방위적으로 넓혀가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핵위협을 포함한 전반의 위협을 실질적으로 감소시키고 평화체제의 제반 조건을 만들어가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북한의 선 비핵화를 전제로 하는 한·미 협상 추진 방식을 유연하게 바꿔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보고서를 통해 "한반도 평화문제의 본질은 '적대관계'의 해소"라며 "핵무기는 적대관계의 결과, 적대관계의 실존적 부산물로 핵무기를 제거한다고 적대관계가 해소되고 평화가 온다고 장담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중심에 놓고 이것이 선행되어야만 한다는 접근보다는 점진적으로 핵 위협을 포함한 전반의 군사적 위협을 실질적으로 감소시키는 접근이 현실적일 수 있다"며 "남·북·미가 비핵화를 하나의 목표로 삼되 그 과정이 점진적이거나 부분적인 핵위협 감소를 상당기간 경유하는 긴 호흡과 시간을 요하며 재래식무기의 위협, 평화의 제도화와 단계적으로 병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단계적 상호안전보장, 위협 감소를 통해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라도 비핵화의 효과를 만들어내는 현실적인 평화프로세스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며 "핵심은 남북 및 주변 강대국들이 상호안전을 보장해 가며 가능한 것부터 위협을 감소시키는 종합적인 '협력적 전환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합의하는 것이다"고 부연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향후 한미일은 북한에 대해 정치적 압박, 외교적 고립, 경제적 제재, 군사적 억제에 집중할 것"이라며 "경험적 사례에 비춰보면 도발과 제재의 악순환으로 북한의 핵능력은 더욱 고도화되고 한반도의 긴장은 더욱 고조됐다"고 우려했다.

이어 "한반도 긴장 상황은 남·북·미 모두에게 고비용 구조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으며, 특히 북한의 도발과 남한의 원점타격 대응원칙이 충돌할 경우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전개될 우려가 있다"며 "윤석열 정부는 지피지기가 아니라 역지사지의 자세로, 대화에 해법이 있고 대결에 해악이 있다는 동서고금의 교훈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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