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인터뷰]'리멤버' 이성민 "또 친일파 이야기? 우려했지만…"

등록 2022.10.18 08:51:56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80대 노인이 포르쉐 타고 친일파 처단

특수분장 하는데 총 150시간

"목디스크…없던 주름도 생겨"

이성민

이성민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배우 이성민(54)이 영화 '리멤버'(감독 이일형)에서 또 분장 연기를 선보인다고 했을 때 의심한 사람은 없었을 터다. 이미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2020)에서 박정희(1917~1979) 대통령으로 분해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여줬다. 이번엔 80대 노인으로 변신해 걸음걸이, 말투, 제스처 하나하나 신경 썼다. 평소에도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숙이고 다녀 목디스크에 걸릴 정도였다. 특수부장 하는 데만 총 150시간이 들었는데 "없던 주름도 생겼다"고 했다.

이 영화는 알츠하이머 환자 '필주'(이성민)가 가족을 죽게 만든 친일파를 찾아 60년간 계획한 복수를 감행하는 이야기다. 20대 절친 '인규'(남주혁)는 의도치 않게 그의 복수에 휘말렸다. '80대 노인이 포르쉐를 타고 친일파를 처단한다'는 설정 자체는 흥미로웠다. "필주가 복수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상징"이라며 "기억이 사라지니 빨리 서둘러야 한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이성민은 '검사외전'(2016)에 이어 이 감독과 두 번째 호흡이다. '영화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그 나이대 배우를 써야 하는 것 아닌가'를 두고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며 "박근형 등 그 연세 선배들이 나왔을 때 이질감이 들지 않도록 테스트를 많이 했다. 기존에 노인 분장한 젊은 배우들이 있었지만, 그것보다 '나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다"고 털어놨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분장 시간을 줄여갔다"며 "처음에는 4시간씩 걸렸고, 점점 줄여 2시간 정도 걸렸다"고 했다.

"사실 그렇게 치밀하게 계산해서 연기하지는 않았다. 본능적으로 행동을 느리게 했다. 촬영 전부터 무의식 중에 잠재 돼 평소에도 이상한 자세로 다닌 것 같다. 중반쯤부터 목이 불편하기 시작하고, 촬영 끝나고도 한참 힘들었다. 관객들을 설득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 내가 몸에 벤 모습이 영화 보는데 방해되지 않아야 했다. 기술시사 때 제일 먼저 물어본 것도 '어색하지 않았느냐' 였다."
[인터뷰]'리멤버' 이성민 "또 친일파 이야기? 우려했지만…"


코로나19로 개봉이 연기, 약 3년만에 관객에게 선보이게 돼 "일기장 보는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 "일제강점기를 겪은 할아버지와 그 시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청년 이야기다. 영화 메시지는 같이 기억하고 가는 것"이라며 "마지막에 조금 울었다. 주혁이가 옆에 있어서 창피하더라. 필주가 독립기념관에서 자신에게 총을 겨누고 인규가 말리지 않느냐. 과거의 필주와 누나 장면으로 넘어갈 때 눈물이 나더라. 그때부터 꼭지가 열렸다"고 설명했다.

"관객들이 '이제 와서 또 그때 이야기냐?'고 할까 봐 조금 우려했다. 아직도 치유가 되지 않고, 논쟁이 되는 지점이 있지 않느냐. 지금 개봉할 때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역사적인 이야기에 큰 의미를 가지고 시작하지는 않았다. 평소 '젊은 세대와 기성 세대간 화합할 수 있는게 없을까?' 생각했다. 이번에 카카오 (먹통) 문제가 터졌는데,  난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카톡도 안 하고, 음식 배달도 못 시킨다. 예약할 때 '나이 든 사람은 어떡하라고···' 짜증나곤 했다. 평소 무의식적으로 생각한 게 영화 선택하는데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들뻘인 남주혁(28)과 소통하는데도 일부러 애쓰지 않았다. "가까워지려고 노력한 적은 없다"며 "이상하게 주혁이는 어리게 느껴지지 않았다. (드라마 '미생'에서 호흡한) (임)시완이가 훨씬 나이가 많더라. 시완이는 지금 봐도 애기 같은데, 주혁이는 그런 느낌이 안 들었다"고 귀띔했다. "손 인사 신도 따로 연습하기 보다 언제든 맞춰봤다"며 "주혁이와 앙상블을 만드는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영화를 보며 '주혁이가 힘들었겠구나' 싶었다. 관객들이 필주를 보고 있지만, 주혁이가 수레를 끌고가는 역할을 했다. 필주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게끔 해줬다. 인규는 필주가 친일파를 처단하는 상황에 동참하는데, 설득력이 떨어지면 안 됐다. 황당한 상황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고 '주혁이가 애를 많이 썼구나. 고생했구나'라고 생각했다. 관객들을 끌고가는 데 큰 몫을 했다."
[인터뷰]'리멤버' 이성민 "또 친일파 이야기? 우려했지만…"


이성민은 다작하는 배우로 유명하다. 26일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형사록' 공개를 앞두고 있고, 다음달 18일부터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로 시청자와 만날 예정이다. 영화 '대외비'(감독 이원태) '핸섬 가이즈'(감독 남동협)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까지 개봉하지 않은 작품도 수두룩하다. "지금은 형사록 시즌2 촬영 중"이라며 "다행히 코로나19에 한 번도 안 걸렸다. 집과 현장만 오가 생활이 단순하다. 얼마 전 딸이 감기에 걸렸는데 '미안하다'고 하고 잽싸게 마스크를 썼다"고 웃었다.

영화 '공작'(감독 윤종빈·2018) 때 깨달은 점이 있다. 한 신이 잘 풀리지 않아 잠을 못 미뤘고, '내가 왜 했을까?' 후회하곤 했다. 다음날 해결책을 찾아 그 신을 마무리한 후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구나'라는 걸 느꼈다. "내가 부족한 부분을 상대 배우나 감독, 촬영감독이 채워줬다"며 "예전엔 마치 내가 그 신을 해결해야 해 테스트 받고 숙제 하는 것 같았다. 바보 같은 생각을 했는데, 나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란 걸 깨닫고 현장이 편해졌다"고 했다.

"배우도 직장인과 똑같다. 직장인은 주말 빼고 일하지 않느냐. 연극할 때도 쉰 적이 없다. 나 아닌 삶으로 산 시간을 계산해보면, 내 인생에서 3분의 1 정도 된다. 촬영장에 출근해 분장하는 순간부터 내 삶이 아니다. 연습하고 준비하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대부분이 나 아는 삶을 산 것 같다. 근데 그게 더 편했다. 20대 때 연극 많이 할 때는 1년에 4편씩 했는데, 후배들이 '쉬면서 비우고 채운다'고 하면 이해가 안 되더라. 난 새로운 캐릭터를 맞이하고 그 옷을 입는게 편했다. 지금도 현장이 편한 것처럼 말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