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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 사죄" 허영인 SPC 회장, 재차 '대국민 사과' 나선 배경

등록 2022.10.21 14:41:16수정 2022.10.21 16:4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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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인 회장 "고인과 유가족에 사죄…사고 익일 인근서 작업, 있을 수 없는 일"

17일 사과문이어 21일 직접 공식 석상에…수사 상황 고려, 질의 응답 생략

尹대통령 전날 '경위 파악' 지시도…"발빠른 대응에 성난 여론 가라앉을까"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SPC그룹 허영인(가운데) 회장을 비롯한 계열사 대표자들이 21일 서울 양재동 SPC 본사에서 최근 발생한 계열사 SPL 제빵공장 사망사고와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10.21.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SPC그룹 허영인(가운데) 회장을 비롯한 계열사 대표자들이 21일 서울 양재동 SPC 본사에서 최근 발생한 계열사 SPL 제빵공장 사망사고와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10.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지난 15일 그룹 계열의 경기 평택 소재 제빵 공장(SPL)에서 20대 여성 근로자가 기계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과 관련, 21일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다시 한번 고인과 유가족께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향후 3년간 1000억원을 안전 관리에 투입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발표하며, 안전 경영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재차 보였다.

'은둔의 경영자'로 알려진 허 회장은 이미 지난 17일 본인 명의의 사과문을 냈는데, 이번엔 직접 모습을 드러내 전 국민 앞에서 공개 사과를 했다.

허 회장은 20대 여성 노동자가 사망한 이후 민심이 악화하고 있어 대국민 사과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도 하루 전인 지난 20일 이번 사고에 대해 언급하며 정확한 사고 경위를 지시하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는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의 지시는 곧바로 고용 당국의 강제 수사가 이어졌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부 경기지청은 이날 오후 5시부터 평택에 위치한 SPC그룹 계열사 SPL 본사 사무실에 대해 경찰과 합동으로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다.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허 회장은 공식 석상에 나서지 않을 경우 불매 운동 확산을 비롯해 당국의 수사로 인해 앞으로 그룹 경영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여진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SPC그룹 허영인(가운데) 회장을 비롯한 계열사 대표자들이 21일 서울 양재동 SPC 본사에서 최근 발생한 계열사 SPL 제빵공장 사망사고와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며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2022.10.21.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SPC그룹 허영인(가운데) 회장을 비롯한 계열사 대표자들이 21일 서울 양재동 SPC 본사에서 최근 발생한 계열사 SPL 제빵공장 사망사고와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며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2022.10.21. [email protected]



허영인 "고인과 유가족에 사죄…익일 작업은 있을 수 없는 일"

기자회견장에 선 허 회장은 "지난 15일 저희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 다시 한번 고인과 유가족께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국민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거듭 사과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사고가 발생한 SPL 뿐 만 아니라 저와 저희 회사 구성원들 모두가 이번 사고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으며 국민 여러분의 엄중한 질책과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떨리는 작은 목소리로 "사고 다음날 사고 인근에서 작업이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는 잘못된 일이었다"며 "그 어떤 이유로도 설명될 수 없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고개를 떨궜다.

재발방지대책을 발표하기 위해 연단에 선 황재복 SPC 주식회사 사장은 비교적 차분한 목소리로 "이번 사고에 대한 후속 대책으로 전사적인 안전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향후 3년간 총 1000억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SPC그룹 허영인 회장을 비롯한 계열사 대표자들이 21일 서울 양재동 SPC 본사에서 최근 발생한 계열사 SPL 제빵공장 사망사고와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22.10.21.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SPC그룹 허영인 회장을 비롯한 계열사 대표자들이 21일 서울 양재동 SPC 본사에서 최근 발생한 계열사 SPL 제빵공장 사망사고와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22.10.21. [email protected]



질의응답 시간 생략…경찰·고용부 수사에 국감까지 '첩첩산중'

대국민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하고 허 회장과 황 사장은 자리에 모여있던 기자들에게 질문을 받지 않고 수행원들의 안내에 따라 조용히 퇴장했다.

허 회장이 질의 응답을 받지 않은 것에 대해 일부에선 오는 24일 예정된 국감을 비롯해 관계 당국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행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경찰은 지난 19일 SPL 공장장을 업무상 과실 치사 혐의로 입건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고용부는 산업안전보건법 등 위반 혐의로 SPL 대표이사를 입건했고 SPC그룹 계열사 SPL 본사에 대해 경찰과 합동으로 압수수색을 벌이기도 헀다.

관계 당국과 경찰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SPC그룹은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며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과 후속 조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갈음했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가 21일 허영인 회장을 비롯한 계열사 대표자들의 계열사 SPL 제빵공장 사망사고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이 열린 서울 양재동 SPC그룹 본사 앞에서 산재사고와 관련 노동자들의 안전 보장 허영인 회장의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10.21.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가 21일 허영인 회장을 비롯한 계열사 대표자들의 계열사 SPL 제빵공장 사망사고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이 열린 서울 양재동 SPC그룹 본사 앞에서 산재사고와 관련 노동자들의 안전 보장 허영인 회장의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10.21. [email protected]



이례적으로 발빠른 대응…성난 여론 가라앉을까

허 회장이 대국민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20대 여성 노동자 사망에 분노하던 여론이 가라앉을 수 있을 지 여부도 관심이다.

허 회장은 지난 16일 직원 빈소를 직접 조문해 유가족에게 사과한 뒤 다음날인 17일 본인 명의의 공식 사과문을 내고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분들께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아직 관계 당국의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사건 발생 직후부터 이날 진행한 대국민 사과까지 이례적으로 발빠른 대응을 본격화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의 대응 등은 변수로 꼽힌다. 이들은 SPC 브랜드의 불매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파리바게뜨를 비롯해 배스킨라빈스·던킨 등 SPC 브랜드를 넘어 계열사로부터 빵을 납품 받는 업체들에 대해서도 불매 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불매운동이 확산할 경우 가맹점주 등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는 최근 입장문에서 "한 생명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고 이와 같은 잘못된 기업을 고발하고 개선해 나가고자 하는 언론과 시민 사회의 역할은 충분이 인정하고 공감한다"면서도 "기업과 무관한 우리 자영업자들이 입을 피해를 무시하고 폭력적 언어를 사용해 불매 운동을 조장하는 보도 행태는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수사 결과 발표 전 발빠르게 공식 석상에 나서 고개를 숙인 것은 이번 사태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허 회장의 공식 사과 이후 수사 결과에 따라 여론 향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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