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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발식 확장?' 뷰티 등 非식품 다각화…컬리 정체성 어디로

등록 2022.11.15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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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식품 새벽배송 경쟁력으로 수도권서 고속성장 유니콘 대열에

비식품 부문 취급 상품 대폭 늘리고 '뷰티컬리' 론칭...인프라도 확대

"국내 대형마트 온라인 사업부와 다를 게 뭔가" 문어발식 사업 확장 지적도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김슬아 컴업 2020 조직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스타트업 축제 '컴업2020', 아시아를 넘어 세계인의 축제로 도약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11.03.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김슬아 컴업 2020 조직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스타트업 축제 '컴업2020', 아시아를 넘어 세계인의 축제로 도약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11.0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신선식품으로 출발한 마켓컬리가 IPO(기업공개)를 앞두고 뷰티·생활용품 등 '비(非)식품군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

회사 안팎에선 김슬아 컬리 대표의 갑작스러운 비식품 강화 경영 전략에 물음표를 던지는 시각도 많다.

지속적인 적자로 손익분기점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컬리의 과도한 사업 확장이 당장 외형 확대엔 도움이 될 수 있어도 결국 수익성만 더 악화 시킬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최근 화장품 전문 플랫폼 ‘뷰티컬리’를 공식 오픈하며 두 번째 버티컬 서비스(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방식)를 선보였다. 컬리만의 특화된 배송 서비스를 바탕으로 이용자들의 뷰티 쇼핑 경험을 대폭 확장한다는 목표다.

'마켓컬리'와 '뷰티컬리' 투트랙으로 사업을 이원화해 돌파구를 모색하는 형국이다. 마켓컬리는 '친환경 식재료와 맛집 음식, 생활용품까지 큐레이션', 뷰티컬리는 '데일리부터 럭셔리까지 뷰티 브랜드 큐레이션'을 서비스 콘셉트로 하고 있다.

컬리는 뷰티컬리의 첫 번째 모델로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의 제니를 발탁하며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초창기 마켓컬리 모델로 배우 전지현을 고용해 인지도를 끌어올리는데 톡톡한 역할을 한 만큼 이번엔 제니를 앞세워 뷰티컬리를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독보적인 신선식품 MD 경쟁력 잃고 '온라인 코스트코'로?

하지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컬리가 '일반 대형마트 온라인 사업부'와의 차별화가 희석돼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컬리는 '새벽배송'이라는 서비스로 시장에 등장해 신선 식품 카테고리 전문성으로 경쟁력을 키운 회사다.

식품에 강점을 갖고 성장한 컬리가, 지난해부터는 돌연 비식품 비중을 키워 '종합몰' 형태로 탈바꿈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신선식품 1등 기업을 꿈꿨던 컬리의 방향성이 '온라인 속 코스트코'로 바뀐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컬리 한 관계자는 "온라인 공간에 코스트코를 하나 세운다는 느낌으로 비식품군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컬리가 취급하는 상품 수는 3만개 정도다. 이 중 약 65%가 식품, 나머지 35%는 화장품·주방용품 등 비식품 군이다. 그만큼 설립 초기 소비자들에게 인식됐던 컬리만의 정체성이 모호해 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켓컬리 설립 당시 김 대표는 "사과 농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며 "'왜 우리가 정작 먹고 싶은 건강한 먹거리는 이렇게 구하기 힘들까'라는 생각에서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전국 곳곳에 숨어 있는 좋은 먹거리를 찾아 수도권에서 바쁜 일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아침 식탁에 그대로 가져다 주겠다는 의지였다.

2015년 식품 카테고리 하나로 만들어진 마켓컬리는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언택트(비대면) 활성화로 사업이 커지며 불과 7년 만에 연매출 1조원을 훌쩍 넘는 회사로 초고속 성장을 했다.

새벽배송 필두로 배송전쟁 격화되자 인프라 확대 나서

이런 성장세를 지켜본 기존 대형 유통사들도 마켓컬리의 주요 강점을 파고들어 이미 갖춰진 전국 인프라를 활용해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들었다.

기존 유통 대기업들은 소비자에게 더 다양한 상품을 더 빠르게 배송할 수 있는 인프라 여건을 어느정도 갖추고 있다보니 주문 후 1시간내 배송한다는 '퀵커머스'까지 만들어 배송 전쟁 시대를 열었다.

물론 수도권에만 인프라를 갖춘 컬리로선 경쟁력이 약화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올들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으로 향하자 유통 대기업들은 줄줄이 새벽배송 사업을 철수했다. 새벽배송 사업은 주문량이 많아야 '규모의 경제'로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데 비용 부담이 높아져서다.

하지만 김 대표는 대기업들이 새벽배송으로 뛰어들기 시작한 시점에 되레 사업 권역을 넓히기 시작했다. 수도권에서 나아가 지난해 충청권에 진출하더니 대구·부산·울산까지 범위를 넓혔다. 이 역시 투자자들 사이에 지적되는 부분이다. 전국으로 사업권역을 확대하고 인프라를 만드는 데는 막대한 투자 비용이 든다.

컬리의 매출은 2018년 1571억원, 2019년 4259억원, 2020년 9531억원, 2021년 1조5614억원으로 해마다 늘고 있지만 이에 따른 영업적자도 2018년 337억원, 2019년 1013억원, 2020년 1163억원, 2021년 2177억원 등으로 급증하는 모양새다.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컬리는 아직 막대한 적자를 내고 있는 실정이라 꾸준히 투자를 받아야만 사업이 지속할 수 있는 구조다. 지금까지 다수의 외국계 사모펀드 등의 투자자에게 조달한 자금만 9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지속적 자금조달로 낮아진 지분율, IPO만이 살 길

대규모 투자를 계속 받는 사이 김 대표의 컬리 지분율은 2019년 10.7%에서 2020년 6.67%로 낮아졌고, 지난해 말 5.75%로 또 한 단계 하락했다.

현재 컬리 최대주주는 김 대표가 아니라 지분 12%를 보유한 벤처캐피털 세콰이어캐피탈 차이나다. 이외에도 글로벌 사모펀드가 2·3대주주에 올라있다.

컬리가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해 IPO 길을 택했지만 올 들어 각국의 고금리 기조로 증권 투자 시장에 역대급 한파가 몰아치면서 컬리의 기업 가치 고평가 논란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프리IPO(상장 전 투자 유치) 때 4조원을 인정받았던 컬리의 기업가치는 현재 시장에서 절반 이상 하락한 1조~1조5000억원 수준으로 거론되고 있다. 2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상장 심사를 청구했던 7개월 전보다 더 낮아진 수치다.

컬리의 초기 투자사인 한국투자파트너스가 투자 전액(약 138억원)을 엑시트(투자금 회수) 한 점도 눈여겨 볼 일이다.

초기부터 컬리의 성장성에 베팅한 투자자가 발을 빼고 동종업계 다른 기업(오아시스마켓)으로 갈아탔다는 점은 컬리 입장에서도 뼈아픈 부분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한국투자파트너스가 컬리의 성장성에 의문을 갖고 투자금 회수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최근 롯데쇼핑이 영국 온라인 슈퍼마켓 오카도(Ocado)와 손잡고 2030년까지 1조원을 투입해 식료품 주문과 배송에 이르는 통합 솔루션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을 국내 도입키로 한 점도 컬리 사업에 있어 돌발 변수로 꼽힌다.

컬리는 투자 시장에서 상장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잇따르자 지난달 "상장 철회는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컬리는 "일각에서 나오는 '상장 철회' 관련 전망은 극히 주관적인 시각일 뿐"이라며 "올해 8월22일 상장 청구 승인 이후 정해진 기한 안에 상장을 추진하기 위해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한국거래소와 주관사, 투자자 등과 상장 철회에 대한 어떠한 의사 소통도 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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