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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가 가른 현실…자산가는 더 받고, 대출자는 더 갚고

등록 2022.11.17 10:18:00수정 2022.11.17 10: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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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상→예금금리 인상→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고액자산가들은 이자소득 늘어, 은행권은 VIP 유치 경쟁

대출 차주들은 이자상환액 불어, 고금리 '부익부 빈익빈' 심화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16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외벽에 대출 관련 상품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전날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0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가 9월(3.40%)보다 0.58%포인트 오른 3.98%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당장 오늘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에 코픽스 금리를 반영한다. KB국민은행은 연 5.18~6.58%에서 5.76~7.16%로, 우리은행은 연 5.74~6.54%에서 6.32~7.12%로 상향 조정하는 등 본격적인 주담대 금리 7% 시대가 시작될 전망이다. 2022.11.16. livertrent@newsis.com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16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외벽에 대출 관련 상품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전날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0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가 9월(3.40%)보다 0.58%포인트 오른 3.98%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당장 오늘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에 코픽스 금리를 반영한다. KB국민은행은 연 5.18~6.58%에서 5.76~7.16%로, 우리은행은 연 5.74~6.54%에서 6.32~7.12%로 상향 조정하는 등 본격적인 주담대 금리 7% 시대가 시작될 전망이다. 2022.11.1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 최근 가파른 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시중은행 고객들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고액자산가는 대규모 예치금에 비례해 큰 이자를 수익으로 거둬들이는 반면, 대출 차주들은 급격히 불어나는 이자 상환 부담에 허덕이는 상황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오는 24일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현재 3%인 기준금리를 3.25~3.5%로 0.25~0.5%포인트 높일 전망이다. 한은은 코로나19 이후 사상최저 수준인 0.5%까지 내려갔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8월부터 높이기 시작해 2.5%포인트 끌어올렸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높이면 시중은행들은 이를 반영해 예·적금 수신상품 금리를 올린다. 이는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면서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자산가는 이자 소득이 늘어나고, 대출자는 이자 상환액이 불어나는 정반대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은행의 저축성예금(정기 예·적금, 기업자유예금, 저축예금) 중 잔액이 10억원을 초과하는 계좌의 총예금 규모는 787조9150억원 규모에 달한다. 1년 전 716조2350억원에서 10%(71조6800억원) 급증한 사상 최대 규모다.

10억원을 초과하는 고액 예금 계좌 수는 지난해 상반기 말 8만4000계좌에서 올해 상반기 말 9만4000계좌로 증가했다. 주식과 코인, 부동산 등 투자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자산가들은 은행으로 돈을 몰아넣는 추세다. 은행들은 이에 발맞춰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고액자산가를 위한 VIP 라운지를 잇달아 개설하며 자금 유치 경쟁에 불을 지피는 모습이다.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연 5%, 저축은행은 6%를 넘어섰다. 이자 5% 적용 시 10억원을 예치하면 세전 5000만원, 세후 4230만원에 달하는 이자가 쌓이는 셈이다. 어지간한 직장인 연봉 수준으로 돈이 돈을 버는 구조다.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10억원 이상, 많게는 100억원 이상 정기예금에 넣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은행들 입장에서는 유동성 관리를 위해 자금을 안정적으로 예치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우대금리를 최대한 적용해 고액자산가 고객을 유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산가들이 VIP 라운지에서 보다 좋은 조건의 금리를 상담하는 사이, 일반 창구에서는 대출 이자를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한 전쟁이 벌어진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하단이 5%를 넘어섰고 상단은 7%대에 이른다. 신용대출은 하단이 6%를 돌파했다.

이에 주담대와 신용대출을 총동원해 집을 산 사람들이나, 청년과 신혼부부 등 주택 마련을 위해 대출이 필요한 실수요층 사이에서는 끝없이 오르는 이자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올해 들어 월급의 절반 이상이 매달 대출 원리금 상환으로 빠져나간다는 차주들도 늘고 있다.

통계청이 조사한 올해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83만1000원이다. 주담대 금리가 7%일 때 서울의 전용 84㎡ 아파트 주담대 월 상환액은 291만원으로 추산된다. 월급의 60% 이상을 대출 상환에 써야 하는 셈이다.

가계대출 금리가 평균 7%에 진입할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70%를 넘어서는 대출자는 19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DSR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유가증권담보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을 의미한다. 1년 동안 갚아야 하는 대출 원리금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70%를 초과할 경우 소득에서 최저생계비를 제외하면 원리금을 온전히 감당하기 어려운 차주로 분류된다.

주담대 4억원을 30년 만기의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으로 갚을 경우 연 5% 금리가 적용될 때 매달 내야 하는 돈은 215만원이다. 매월 104만원의 이자가 포함된다. 금리가 7%로 오르면 월 상환액은 266만원에 이른다. 금리가 8%로 오를 경우 이자는 182만원으로 늘어 매월 원리금 상환액이 294만원에 달하게 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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