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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수 있다" 보안사 협박…'강제징집·프락치 강요 사건' 실태

등록 2022.11.23 17:19:08수정 2022.11.23 19: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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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강제징집 및 프락치 공작 사건'

진실화해위, 51년 만에 개인별 진실규명

손톱 밑에 핀침…얼굴 수건 덮고 물 붓기

진실화해위 "국가가 사과, 회복 조치하라"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이 23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대학생 강제징집 및 프락치 강요 공작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당시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있다. 2022.11.23.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이 23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대학생 강제징집 및 프락치 강요 공작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당시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있다. 2022.11.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전재훈 기자 = 군사 정권 시절 학생들을 불법 징집하고 이념을 바꿔 프락치 활동에 투입한 '대학생 강제징집 및 프락치 공작 사건'이 국가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라고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판단했다.

1년6개월간의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 피해자들이 보안사 분실로 끌려가 고문 및 가혹행위를 당했던 사실이 공식적으로 인정 것이다.

진실화해위는 23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개최된 제45차 전체위원회에서 '강제징집·프락치 강요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학생 강제징집 및 프락치 공작 사건'은 전직 대통령인 고(故) 박정희, 전두환씨 집권 시절 정권을 비판하는 학생운동에 가담한 학생들을 강제 징집하고 그들의 이념을 바꿔 일명 프락치로 활용한 대공 활동이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1971년부터 1987년까지 박정희, 전두환 정권은 시위 전력이 있는 학생이나 사찰 대상자들을 체포·구금한 뒤 제적·휴학 처리하고 강제 입영 조치해 사회와 격리했다.

이후 프락치 활동에 투입된 학생들은 전두환 찬양서적을 읽고 반성문과 서약서를 작성하도록 강요받았다. 아울러 소속 대학에서 교내 서클이나 연계조직의 동향을 파악하는 작업에 투입됐다.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 강제 징집된 피해자 중 상당수가 보안사 분실로 끌려가 고문 및 가혹행위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들은 보통 일주일에서 최대 한 달 동안 조사실에서 군복을 입은 채 조사를 받고, 고문과 협박 및 회유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 황모씨는 "강제징집 전 대공분실에 끌려가 조사를 받을 당시 모른다고 답할 때마다 벽에 있는 핀침을 빼 손톱 밑을 찔렀다"며 핀침을 0.5㎝에서 1㎝가량 넣었다 빼는데 너무 아팠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피가 계속 났는데 나중에는 감각이 없다. 트라우마가 생겨 지금도 손톱과 발톱을 짧게 깎지 못한다. 병원에서 주사를 맞아도 진땀 나고, 바늘만 봐도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1986년 보안사가 만든 '군입영 대상 문제학생 관리지침'. 보안사가 심사과 폐지로 녹화공작을 중단한 뒤에도 '선도업무'로 프락치 강요 공작을 계속했음을 보여준다. 대학이 문교부로 징계결과 보고를 하고, 지원 보안부대에선 사령부에 관심 대상자 발굴보고를 하라는 지침 등이 담겨 있다. (사진=진실화해위) 2022.11.23.

[서울=뉴시스] 1986년 보안사가 만든 '군입영 대상 문제학생 관리지침'. 보안사가 심사과 폐지로 녹화공작을 중단한 뒤에도 '선도업무'로 프락치 강요 공작을 계속했음을 보여준다. 대학이 문교부로 징계결과 보고를 하고, 지원 보안부대에선 사령부에 관심 대상자 발굴보고를 하라는 지침 등이 담겨 있다. (사진=진실화해위) 2022.11.23.


507 보안대에서 조사를 받았다는 피해자 이모씨는 "진술을 빼먹으면 여지없이 몽둥이가 날아오고 고문을 당했다"며 "봉에 매달은 상태에서 얼굴을 덮은 수건이 물을 부었다. 잠을 재우지 않아 낮인지 밤인지도 모르는 상태로 일주일 가량 붙잡혀 있었다"고 전했다.

다른 피해자는 "(당시 보안사 관계자가) '여기 온 걸 아무도 모른다.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포에 떨었고, 전향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피해자 손모씨는 강제로 징집된 후 가혹행위에 시달렸다. 그는 "콘크리트 바닥을 포복으로 기어서 선착순을 시켰다. 늦으면 발로 밟고 때렸다"며 "김밥말이라고 해서 사람과 사람을 포갠 뒤 돗자리 말듯이 계속 구르는 등 수많은 가혹행위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어 "하루는 안기부 수사관이 와서 고문실 같은 지하실로 데려가 몽둥이 찜질을 하고, 협조하지 않으면 죽인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진실화해위는 해당 사건에 대해 2020년 12월13일 최초 진실규명 신청을 받았다. 이어 지난해 5월 조사개시 결정을 내렸으며, 신청이 접수된 225명 중 이번 1차 진실규명 결정 대상은 187명이다. 진실화해위는 진실규명 신청 접수 마감 기한인 12월9일까지 추가 신청을 받은 뒤, 1차 진실규명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추가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진실화해위는 "강제징집 피해자들은 국방의 의무라는 명목으로 개인의 자유를 침해당한 후 다시 사회와 격리되는 중대한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국방부, 행정안전부, 경찰청, 교욱부, 병무청은 피해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경제적·사회적 피해에 대한 회복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이 23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대학생 강제징집 및 프락치 강요 공작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11.23.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이 23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대학생 강제징집 및 프락치 강요 공작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11.23.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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