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르포]포스코 경영진, 포항제철소 정상 가동 향해 '총력전'

등록 2022.11.24 11: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23일 포항제철소 수해복구 현장 '언론 공개'

제1열연공장 복구 완료…정상 작업 진행 중

제2열연공장은 페인트 벗겨지고 녹슨 흔적까지

[포항=뉴시스] 11월 23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원이 3고로에서 출선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포항=뉴시스] 11월 23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원이 3고로에서 출선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포항=뉴시스] 옥승욱 기자 = 지난 23일 오후 1시 방문한 경북 포항시 포항제철소 제3고로. 포스코가 포항제철소 수해 복구 현장을 언론에 공개한 이날 제3고로는 침수 피해 이전과 마찬가지로 쇳물 생산이 한창이었다.

우주복 같은 방열복을 입은 고로 담당 직원들이 섭씨 1500도의 붉은 쇳물을 빼내는 출선 작업은 침수 피해 사실 자체를 잊게 했다. 이 출선 작업은 제3고로 철강재 전체 생산 과정에서 가장 처음 쇳물을 뽑아내는 핵심 작업이다.

제3고로는 스마트고로로 연간 450만t 규모의 쇳물을 생산한다. 스마트고로라는 명칭답게 AI(인공지능)을 이용해 고로 내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제3고로의 '지휘부'로 불리는 중앙운전실 전면은 고로에 뜨거운 바람을 넣는 송풍 영상과 함께 내부 상황을 빈틈 없이 보여주는 다양한 모니터들로 채워져 있었다. 특히 고로 원료인 철광석과 석탄을 녹이기 위해 1200도에 달하는 열풍을 불어넣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김진보 선강부소장은 "중앙운전실은 고로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하고 고로 내부상황을 체크하는 곳"이라며 "송풍구 온도만 2500도에 달하는데 1200도의 뜨거운 바람이 원료들을 일제히 녹여 쇳물을 생산한다"고 말했다.

김 부소장은 지난 6월9일 포스코 역사상 최악의 사태로 꼽히는 침수 사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1973년 6월8일 한국 최초의 고로가 가동된 지 50년 동안 포항제철소에 수백개의 태풍이 지나갔다"며 "태풍 힌남노가 예고됐을 때도 고로를 멈출 것이라고는 상상을 안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포항제철소 생산현장에서는 고로 가동 일시 중단이 과잉 대응이라는 볼멘소리도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 돌이켜보면 당시 고로 가동 중단은 최악의 상황에서 최고로 잘한 결정이라는 점이 입증됐다. 김 부소장은 "개인적으로 내가 그런 결정을 할 위치였다면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항=뉴시스] 11월 23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1열연공장에서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사진=포스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포항=뉴시스] 11월 23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1열연공장에서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사진=포스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일관제철소는 고로에서 모든 작업이 시작된다. 고로에서 쇳물을 생산해야 반제품인 슬래브를 만들 수 있고, 반제품으로 열연강판도 제조 가능하다. 다시 이 열연강판을 주 소재로 자동차나 전자제품에 쓰이는 냉연강판을 생산할 수 있다.

따라서 고로 가동을 중단하면 이 모든 작업이 연쇄적으로 멈추게 된다. 이와 함께 고로 가동을 통해 생산한 가스는 가스 공장으로 보내지는데 이 가스를 이용해 발전기도 돌린다. 발전기를 돌리지 못하면 다른 공장도 가동이 힘든 구조다.

특히 고로 가동을 멈추지 않은 채 침수 피해를 겪었다면 고로는 '복구 불능' 상태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

김 부소장은 "고로 내부 압력을 조절하려면 계속해서 가동이 돼야만 하는데 갑자기 침수로 전기 공급이 멈췄다면 압력 조절이 안된다"며 "이 경우 고로 내부에 있던 쇳물이 송풍구를 통해 튀어나오게 되고 욕조에서 물이 넘치는 것처럼 피해가 심각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로 쇳물이 송풍구로 튀어나왔다면 그대로 굳게 되고 이 경우엔 고로를 폐쇄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다행히 이날 제3고로에서는 쇳물이 끊이지 않고 쏟아지는 장면이 목격됐다. 고로에 가깝게 다가가니 뜨거운 기운이 그대로 전달됐다. 김 부소장은 "분당 3t의 쇳물이 정상적으로 나오고 있다"며 "그 온도는 1510도에 달한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찾은 제1열연공장도 현재 복구가 완료돼 정상 작업이 한창이었다. 포항제철소는 2개의 열연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1열연공장은 연간 350만t의 열연강판을 생산한다. 9월6일 침수 이후 이 공장도 가동이 중단됐지만 한달 만에 복구를 끝냈다.

제1열연공장에서는 가열된 슬라브가 여러 압연라인을 통과하며 완제품이 되기 위한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공장 내부는 이전에 포항제철소를 방문했을 때와 다를 바 없었다. 침수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방문하면 전혀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말끔히 정리돼 있었다.

포항제철소 허춘열 압연부소장은 "1열연공장은 1972년 10월 3일 준공된 올해로 50년이 된 공장"이라며 "침수 당시에는 지하에 설비들이 흙탕물에 잠겼었다"며 "압연 라인 중에 가장 먼저 이곳을 복구했고, 침수 한달만에 복구를 복구를 마쳤다"고 밝혔다.

[포항=뉴시스] 11월 23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원들이 2열연공장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포항=뉴시스] 11월 23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원들이 2열연공장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마지막으로 방문한 제2열연공장은 현재 복구가 진행 중이었다. 이 공장에서는 연간 500만t 열연강판을 생산한다. 스테인리스 압연과 전기강판 등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제품을 만드는 곳으로 포스코의 대표적인 견학장소이기도 하다.

공장 입구에서부터 제1열연공장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작업복에는 아직도 흙탕물  흔적이 뚜렷했다. 공장 입구에는 침수 높이가 표시돼 있었는데 가슴 정도 높이였다. 실제 포스코가 밝힌 이날 침수 수위는 1.2~1.5미터다.

제2열연공장의 지하실로 내려갔다. 침수 당시 깊이 8미터에 달하는 지하실 전체가 물에 잠긴 바 있다. 이 공장 지하실 물을 빼내는데만 4주가 걸렸다. 공장 내부는 아직도 전원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지 비상발전기가 곳곳에 놓여 있었다.

지하실 2층도 물에 잠긴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각종 파이프들은 페인트가 벗겨져 있었고 녹슨 자국도 뚜렷했다. 흙탕물이 말라 붙은 흔적들도 여기저기 볼 수 있었다. 지하실 1층은 전기실이다. 대부분 전기설비들은 새것으로 교체했다. 전기실 역시 아직 복구가 진행 중이어서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이곳의 복구에는 포스코 명장인 손병락 상무가 힘을 보탰다. 손 명장은 "침수 당시 직원들이 망연자실해 있는 모습들이 아직 잊혀지지 않는다"며 "현장에 와 직원들에게 '공장이 가동중이었냐'고 물었는데 '멈췄다'고 답해 전원만 죽어 있었으면 살려낼 수 있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2열연공장은 포항제철 생산라인 중 가장 규모가 커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압연기용 전동기는 100t이 넘어 뜯어낼 수도 없는데 직원들의 노력으로 최대한 빨리 복구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포스코는 총 18개 압연공장 중 올해 15개를 복구할 예정이다. 현재 1열연, 1냉연 등 7개 공장이 정상가동 중이다. 2열연공장은 12월 내로 복구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나머지 도금 CGL, 스테인리스 1냉연 등은 내년 2월까지 복구 완료해 포항제철소 내 모든 라인을 정상 가동한다는 목표다.

손 명장은 이전에도 앞으로도 복구에 매진할 포스코 후배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하면 된다. 이제 다 왔지 않느냐"며 "나는 우리의 능력을 믿는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