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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극복, 마음관리도 중요…걱정 많으면 재발 84% 증가

등록 2023.02.21 10: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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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진단 시 고통 극심…재발·사망위험 84% 증가

4기환자, 고통으로 인한 재발·사망위험 153%까지↑

연구팀 “암 치료 고통 진단 때부터 관리해 해소해야"

[서울=뉴시스]삼성서울병원 암병원 대장암센터 김희철∙신정경 대장항문외과 교수, 암교육센터 조주희 교수, 임상역학연구센터 강단비 교수. (사진= 삼성서울병원 제공) 2023.02.2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삼성서울병원 암병원 대장암센터 김희철∙신정경 대장항문외과 교수, 암교육센터 조주희 교수, 임상역학연구센터 강단비 교수. (사진= 삼성서울병원 제공) 2023.02.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같은 대장암 환자라도 진단 당시 시름이 깊으면 재발·사망 위험이 높아져 더욱 치명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대장암센터 김희철∙신정경 대장항문외과 교수, 암교육센터 조주희 교수, 임상역학연구센터 강단비 교수 연구팀은 병원에서 2014년 7월부터 2021년 7월 사이 첫 대장암 진단을 받고, 근치적 수술까지 받은 환자 1362명을 대상으로 암 진단 때 환자의 ‘디스트레스(암과 암 치료로 환자와 가족들이 겪는 신체적·정신적·사회적·영적 고통을 통칭)’가 심하면 재발·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수술 치료가 가능한 대장암 환자에서 진단 시 디스트레스와 재발 및 사망 사이의 연관성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디스트레스는 암 진단 당시 우울, 불안과 함께 매우 흔히 나타난다. 암 환자의 약 40%가 심각한 디스트레스를 경험한다고 알려져 있다. 국제정신종양학회는 디스트레스를 혈압, 맥박, 호흡, 체온, 통증에 이어 6번째 신체 활력 징후로 정의하고, 모든 암 환자에서 진단, 재발, 완화치료를 시작할 때마다 디스트레스를 측정해 관리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연구팀은 미국종합암네트워크(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에서 개발한 디스트레스 온도계와 체크 리스트를 이용해 환자들의 자기평가(PRO)로 디스트레스 점수를 매겼다.

연구팀은 디스트레스 점수에 따라 4점 미만이면 낮은 그룹, 4점부터 7점까지 높은 그룹, 8점 이상부터 매우 높은 그룹으로 나누고, 대장암이 진행하지 않고 생존한 비율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연구 대상자들의 평균 디스트레스 점수는 5.1점으로, 미국종합암네트워크가 주의가 필요하다고 한 4점을 훌쩍 넘어섰다. 전체 환자의 61%가 디스트레스 수준이 ‘높음’에 해당됐고, 15%는 ‘매우 높음’으로 파악됐다. 환자 10명 중 7명(4점 이상 76%)은 암을 진단 받을 때부터 디스트레스 관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암 진단이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가장 당혹스럽고 힘든 경험’ 중 하나라는 사실을 재확인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병의 재발이나 사망 건수를 종합하면 진단 시 디스트레스의 유해성은 더욱 분명했다. 대상자 1000명을 1년간 관찰했다고 가정해 환산하는 '1000인년당 디스트레스'가 낮음 그룹은 재발 및 사망이 50건, 높음 그룹은 67.3건, 매우 높음 그룹은 81.3건이었다. 진단 시 디스트레스 정도에 따라 병의 재발이나 사망 위험도 덩달아 커진 셈이다. 낮음 그룹을 기준 삼아 상대적 위험도를 계산하면 높음 그룹은 28%, 매우 높음 그룹은 84% 더 높았다.

특히 대장암 4기처럼 병세가 깊은 경우 진단 시 디스트레스로 인한 위험도의 증가세도 더욱 가팔랐다. 병의 재발이나 사망 위험이 진단 시 디스트레스가 낮음 그룹 보다 높음 그룹은 26%, 매우 높음 그룹의 경우 153%로 대폭 상승했다.

환자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건 병으로 인한 두려움, 슬픔, 걱정과 같은 감정적 요소 이외에도 보험, 돈, 일, 육아 등 암 치료 후 뒤따라올 사회·경제적 문제들이 주로 꼽혔다. 또 디스트레스가 높을수록 이런 고통도 더욱 가중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 교수는 “암 치료 성적은 점차 향상되고 있지만 여전히 암을 처음으로 진단 받은 환자들은 암에 대한 두려움을 경험하고 이에 따른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크다”면서 “정서적인 문제 뿐 아니라 직장문제, 자녀문제 등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가 많아 치료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단 때부터 병의 진단과 함께 환자들이 치료를 받기 위해 얼마나 준비 됐는지 디스트레스를 평가하고, 이를 치료 전에 해소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암 환자들에게 치료가 시작되기 전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왔지만 시간·공간 등 여러 환경적인 제한으로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부분이 많은 것 같다"면서 "앞으로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암 진단 시 디스트레스를 중재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수술 분야 국제 권위지인 ‘애널스 오브 서저리(Annals of Surgery)’ 최근호에 실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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