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징어 눈 닮은 고해상도 카메라 개발…드론·로봇에 활용

지스트 등 국내 공동연구진이 수행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 게재

[광주=뉴시스]수중에서의 갑오징어의 시각적 특성 및 눈 구조

[광주=뉴시스] 배상현 기자 = 지스트(광주과학기술원) 는 국내 공동연구진이 바닷속의 불리한 환경에서도 먹잇감을 잡는 갑오징어의 눈을 모방해 불규칙한 빛 조건에서도 고대비·고해상도 영상을 얻을 수 있는 카메라를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갑오징어는 위쪽 빛은 차단하고 아래쪽 빛은 많이 받아들이기 위해 동공이 W자 모양이 돼 빛 조건을 조절하며, 망막에는 아래쪽 빛이 들어오는 영역에 광(光)수용체들이 밀집되어 있어 먹잇감이 지나다니는 아래쪽으로 고해상도의 시력을 구현한다.

연구진은 갑오징어의 동공을 모사해 구형 렌즈 앞의 조리개를 갑오징어의 동공 모양과 같이 W자형으로 만들어 위쪽에서 강하게 들어오는 빛을 효과적으로 감소시켰고 광다이오드가 과노출되지 않게 했다.

또 갑오징어의 망막처럼 관심 영역이 영상으로 맺히는 영역에 광다이오드 픽셀을 밀집시켜 효율적으로 고해상도 영상을 얻게 했다. 관심 영역만 고해상도로 보게 되면 전력 사용을 줄이고 영상 처리 속도를 높일 수 있게 된다.

기존 카메라 시스템은 불규칙한 빛 조건에서 영상을 얻은 후에 소프트웨어로 개선하는 후처리 방식이었던 것과 달리 이 시스템은 하드웨어 자체에서 빛 조건을 조절해 질 높은 영상을 수집할 수 있어 효율적인 영상 처리가 가능하다.

특히 원통형의 광다이오드 어레이에 유연하게 밀착되는 탄소나노튜브 기반 유연 편광 필름을 제작해 편광 방향에 따라 빛이 흡수·투과되게 하고 명암 대비를 높인 더욱 선명한 영상을 획득할 수 있게 했다.

이번 연구는 불균일한 조도 환경 및 효율적인 고대비 영상 처리 기술을 제안해 시각적으로 변화하는 환경에서 사용해야 하는 자율주행차, 이동형 로봇, 드론 등에서 고품질 영상을 얻기 위한 카메라 시스템으로 활용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에 장착할 경우 대낮에 햇볕이 불규칙하게 내리쬐는 상황에서 주행해도 전방을 잘 볼 수 있게 된다.

이번 연구 결과를 활용하여 큰 면적을 가지는 원형 동공으로 변경이 가능한 가변 동공을 제작할 경우 주간뿐만 아니라 광량이 적은 야간에도 활용이 가능한 고품질 카메라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스트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송영민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갑오징어가 가진 독특한 W자형 동공과 망막 구조를 모사해 고대비·고해상도 카메라 시스템을 개발한 첫 사례”라며 “복잡한 소프트웨어 처리없이 하드웨어에서 자체적으로 불리한 시각 환경을 개선한 영상을 습득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미래소재디스커버리사업의 지원을 받아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김대형 교수, 부산대 전자공학과 이길주 교수가 지도하고 지스트 장세희 연구원, 미국 노스웨스턴대 김민성 박사, 서울대 김민수 연구원이 공동 수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Science Robotics)'에 지난 15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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