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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중동 붐' 올까…건설업계 '기대 반, 우려 반'

등록 2023.03.22 06:00:00수정 2023.03.22 07: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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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급등으로 올해 중동 건설시장 14.4% 성장 예상

"발주처 갑질 많아"…'울며 겨자 먹기'로 요구 수용

무리한 출혈경쟁 지양…"수익성 확보 선별 수주해야"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서울 동대문구의 한 주택재개발 신축공사 현장. 2023.03.14.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서울 동대문구의 한 주택재개발 신축공사 현장. 2023.03.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건설사들이 해외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국제 유가가 또다시 급등하자,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이 막대한 규모의 발주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세계 최대의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방한하면서 ‘제2의 중동 붐’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막대한 '오일 머니'를 벌어들인 사우디 등 중동 국가들이 각종 석유·화학 시설 등 대형 프로젝트를 연이어 발주하면서 국내 건설사들이 중동으로 활로를 넓히고 있다.

고금리 기조와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국내와 달리 해외 건설 시장 전망은 낙관적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세계 건설시장이 지난해에 비해 4.0% 높은 약 14조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동의 성장률은 14.4%로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프리카(8.2%)나 중남미(7.4%), 아시아(4.5%), 북미태평양(2.6%) 등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다. 최근 중동 국가들이 탈석유화 등을 앞세워 대규모 경기 부양에 나선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중동지역 건설 수주가 급증했다.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가 이날까지 수주한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51억43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2년 같은 기간 대비 5% 하락한 것이다. 중동지역 수주가 급증했지만, 아시아 지역 수주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중동 지역 해외건설 수주액은 12억39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200% 늘었다.

제2의 중동 붐을 위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 사우디가 추진하는 5000억 달러(약 650조원)짜리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국내 건설사 중 상당수가 참여하고 있다.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사우디 북서부 타북주 약 2만6500㎢ 용지에 미래형 산업·주거·관광특구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네옴 프로젝트 중 하나인 '더라인'(170㎞에 이르는 직선형 도시를 만드는 사업) 프로젝트 일부를 수중해 공사를 진행 중이다.

또 대우건설은 리비아와 이라크 등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입지를 다지고 있다. 대우건설은 이달 리비아 전력청이 발주한 멜리타·미수라타 패스트트랙발전 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리비아 멜리타 및 미수라타 지역에 가스화력 발전소를 건설하는 7억9000만 달러(1조350억원) 규모 공사다.

대우건설은 이라크 재건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라크 정부가 추진 중인 2041년까지 407억달러(53조원)를 투입해 남부 바스라주 알포지역에 위치한 알포항을 세계 12대 허브항만으로 개발하는 ‘알포 신항만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2014년부터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지금까지 총 37억8000만달러(4조9200억원) 수주고를 올렸고, 향후 발주가 예상되는 항만 배후단지 개발 등 추가 수주도 가능하다.

다만 제2의 중동 붐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위험도 크다는 게 건설업계의 전언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중동지역 특성상 발주처의 계약서보다 입김이 더 크게 작용할 때가 많다"며 "건설사마다 계약을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발주처가 추가 공사를 요구하거나, 공사가 끝났는데도 최종 승인을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중동지역 발주처 중 일부는 계약서에도 없는 전기공사부터, 주변 도로 정비, 시설 보수 등에 과도한 요구를 하기도 한다"며 "발주처의 권한과 힘이 워낙 막강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발주처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수익성이 확보된 사업을 중심으로 선별적 수주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유가 상승으로 산유국들이 경제 호황을 맞으면서 중동 지역으로 중심으로 해외 공사 발주가 늘고 있다"며 "공사 발주가 늘어날 수 있지만, 이전 중동 붐과는 시장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에 치밀한 수주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중동에서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계약서에 공사 전 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표기하는 등 분쟁에 대비한 예방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 건설사 간 사업 수주를 위한 무리한 출혈경쟁을 지양하고, 수익성이 확보된 사업을 중심으로 한 선별적 접근 방식이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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