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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가루쌀 빻는 밀가루 공장…쌀 가공산업 바꿀 '게임체인저'

등록 2023.03.24 06:05:00수정 2023.03.24 10: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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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조동아원 당진공장 가루쌀 미분 첫 대량 생산

밀가루 공정라인 그대로 활용해 가공비용 절감

[당진=뉴시스] 사조동아원 당진제분공장 전경.

[당진=뉴시스] 사조동아원 당진제분공장 전경.


[당진=뉴시스] 오종택 기자 = "국내 대형 제분업체에서 밀가루를 만드는 공정 그대로 처음 생산한 가루쌀 미분(쌀가루)입니다."

쌀 소비를 촉진해 과잉 생산 문제를 해소하고, 밀가루를 대체해 식량 자급률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되는 가루쌀의 첫 대량 제분 현장을 찾았다.

지난 22일 충남 당진시에 위치한 사조동아원 당진제분공장. 사조동아원은 CJ제일제당, 대한제분과 함께 국내 3대 제분회사로 꼽힌다. 이날 이곳에서는 미래 쌀 가공산업의 판도를 획기적으로 바꿔 놓을 가루쌀의 첫 대량 제분이 이뤄졌다.

당진제분공장에서는 5개 생산라인을 가동해 박력분, 중력분 등 다양한 종류의 밀가루를 하루 최대 1200t 이상 생산할 수 있다. 수입 밀 외에도 우리밀과 유기농밀, 메밀 등도 제분한다.

보통 밀이나 메밀은 원료곡을 그대로 제분해 가루 형태로 만드는 건식 제분으로 제품화한다. 쌀은 도정해 물에 불린 뒤 분쇄하는 습식 제분 과정을 거친다. 쌀은 전분 구조가 치밀하고 단단해 밀처럼 바로 빻아쓰기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루쌀은 기존 밥쌀과 달리 물에 불리지 않고 원료곡 형태로 분쇄가 가능하다. 전분구조가 밀처럼 둥글고 성글게 배열된 밀의 특성을 닮아 밀가루 제분 공정 그대로 가루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당진=뉴시스] 가루쌀 제분 공정. *재판매 및 DB 금지

[당진=뉴시스] 가루쌀 제분 공정. *재판매 및 DB 금지


사조동아원은 이러한 가루쌀의 특성과 활용 가능성, 상품성 등을 높게 평가해 정부의 가루쌀 제품개발 지원 사업에 필요한 가루쌀 미분 대량 생산에 참여했다.

제분 공정이 이뤄지는 공장 내부에 들어서자 빼곡하게 들어찬 순백의 파이프 라인과 기계들이 눈길을 끌었다. 가루쌀 원료곡을 분쇄해 부서진 입자를 크기와 비중 별로 구분하는 작업이 쉴 새 없이 진행됐다. 흡사 밀가루와 구분하기 힘든 미세한 가루 형태가 됐을 때 포장이 이뤄졌다.

사조동아원은 가루쌀 제분을 위해 평소 유기농·우리밀 전용 생산 라인을 통으로 비웠다. 가루쌀도 밀가루나 메밀과 같은 제분 기계를 활용해 동일한 공정을 거쳐 대량 생산이 가능한지 가늠하기 위해서다.

기존 생산라인에 다른 원료곡을 투입하기 위해서는 모든 분쇄기와 파이프를 반드시 세척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만 약 2700만원이 소요된다. 가루쌀을 연중 계속해서 제분하면 별도 세척 비용이 들지 않지만 아직은 생산량이 소량에 그쳐 이번 공정 전후로 5000만원이 넘는 세척 비용이 투입된다.

최용석 사조동아원 생산본부장은 "지금은 가루쌀을 제분하는데 있어 클리닝 비용이 가장 크지만 가루쌀 생산량이 늘어나고 본격적인 대량 생산체제를 갖추게 되면 생산비용도 훨씬 저렴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뉴시스] 사조동아원 당진공장에서 가루쌀 원료곡을 이용해 제분한 가루쌀 미분과 밀가루 비교.(사진=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세종=뉴시스] 사조동아원 당진공장에서 가루쌀 원료곡을 이용해 제분한 가루쌀 미분과 밀가루 비교.(사진=농림축산식품부 제공)


당진공장에서는 가루쌀 미분에 그치지 않고 농촌진흥청과 함께 미분한 가루쌀의 성분과 특성도 연구한다. 우동면, 국수면, 케이크, 과자 등 용도별 적합한 형태로 가공할 수 있는지 성분표를 만드는 작업도 진행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생산한 가루쌀 중 상당을 기존 쌀 가공식품 원료로 대체하고, 일부는 올해 가루쌀 재배를 위한 종자로 활용한다. 나머지 40t은 당진공장에서 제분해 가루쌀 제품 개발에 참여하는 식품업체에 공급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 가루쌀 1만t을 생산해 본격적인 상품화에 나선다. 이를 위해 신제품 개발에 참여할 식품업체 15곳을 선정했다. 식품업계도 가루쌀을 활용한 제품 개발에 큰 관심을 보였다.

[세종=뉴시스] 가루쌀로 만든 다양한 빵과 과자.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 가루쌀로 만든 다양한 빵과 과자.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달까지 진행한 가루쌀 제품개발지원사업 공모에 총 77개 식품업체(108개 제품)가 신청해 7.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위원회를 거쳐 면류 4종, 빵류 5종, 과자류 7종, 가루류 3종 등 최종 15개 업체, 19개 제품을 선정했다.

농심, 하림, SPC삼립, 삼양, 풀무원 등 식품대기업부터 지역 제과업체, 영농조합법인 등 다양한 업체가 참여한다. 가루쌀을 활용해 농심은 볶음면을, 삼양식품은 짜장라면을 개발한다. 해태제과는 기존 과자류인 오예스에 가루쌀을 첨가하고, 풀무원은 고단백스낵을 만들 계획이다.

지역의 유명 빵집인 대전의 성심당과 군산의 이성당도 빵과 케이크를 만드는 데 가루쌀을 활용하겠다고 나섰다. 이들은 올해 안으로 시제품개발과 소비자평가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가루쌀은 기존 밥쌀로는 넘볼 수 없었던 다양한 식품 원료로 활용이 가능하다. 기존 밀가루 생산 공정을 이용해 대량 제분까지 가능하다는 사실도 확인되면서 무긍무진한 발전이 기대된다.

농식품부는 올해 생산한 가루쌀 전량을 매입해 대량 제분을 거쳐 필요로 하는 업체에 공급할 예정이다. 2026년까지 가루쌀 생산량을 20만t으로 늘리기 위해 재배 농가에 전략작물직불금을 지급하는 등 지원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전한영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가루쌀은 밥쌀의 구조적 생산 과잉 문제를 해결하고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을 높여 식량주권을 강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식품 원료로 식품산업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며 "이번 사입이 식품업계의 가루쌀 원료 활용 확산에 마중물 역할을 하는 동시에, 소비자 수요에 맞는 가루쌀 제품 확산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당진=뉴시스] 사조동아원 당진제분공장에서 가루쌀 원곡을 활용해 처음 대량 생산한 가루쌀 미분. *재판매 및 DB 금지

[당진=뉴시스] 사조동아원 당진제분공장에서 가루쌀 원곡을 활용해 처음 대량 생산한 가루쌀 미분.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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