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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검 부활? 아닌데..." 포털이 '핫 키워드'에 집착하는 이유 [사이다IT]

등록 2023.05.21 10:41:17수정 2023.05.21 11: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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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사 무작위 키워드 추천 서비스 실검 부활 논란 제기

포털 트래픽 늘리려면 '관심사' 서비스 필수…실검 대안 고심

네이버 AI 트렌드 토픽 서비스 예시(사진=네이버) *재판매 및 DB 금지

네이버 AI 트렌드 토픽 서비스 예시(사진=네이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국내 양대 포털 네이버와 카카오가 실시간 검색어(실검) 부활 논란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습니다. 양사의 키워드 추천 서비스가 과거 폐지됐던 실검을 부활시키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을 여당 의원들이 제기하면서 좌초 위기에 놓였는데요.

정작 서비스 이용자들은 “실검을 부활시켜달라”고 요구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뭘 보고 듣는지 알고 싶기 때문입니다. 과거 어뷰징·조작 등 부작용만 없었다면 '실검'은 이런 이용자들의 욕망을 채워주기에 적합한 서비스였을 지 모릅니다.  네이버 '트렌드 토픽'과 카카오 '투데이 버블' 등의 서비스가 기획된 모티브였을 겁니다.

정치권에서 제기한 실검 부활 논란은 앞서 네이버가 지난해 9월부터 모바일 앱에서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키워드 추천 서비스 ‘트렌드 토픽’을 올 하반기 출시하겠다고 알려진 것이 단초가 됐습니다. 이어 카카오가 운영하는 포털 다음도 이와 유사한 ‘투데이 버블’을 지난 10일부터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여당에서는 양대 포털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실검을 부활시키기 위해 다른 서비스인 양 포장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3년 전 폐지된 '실검(실시간 검색어)'과는 다른 서비스인 양 포장했지만 사실상 실검을 부활시키는 꼼수"라며 "정치, 경제 등 시사 뉴스와 관련된 키워드는 제외시킨다고 하지만, 언제 슬그머니 끼워넣을지 아무도 모를 일"이라고 지적했죠.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네이버와 다음이 ‘키워드 추천’을 도입한다고 한다”며 “과거 ‘실검’으로 정치 여론을 좌지우지하고, 이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창출했던 ‘조작주도성장’을 복구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들 서비스가 ‘실검’과는 명확히 다른 서비스라며 해명합니다. 투데이 버블과 트렌드 토픽 모두 이용자들의 관심사를 반영해 특정 주제의 콘텐츠를 키워드로 추천하는 서비스입니다. 단, 순위를 매기지 않고 무작위로 노출된다는 점, 정보의 출처가 검색어 기반이 아니라는 점, AI가 자동 추출한 문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엄연히 실검과 차이점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용자들이 관심있는 키워드를 노출시킨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습니다. 내년 4월 총선을 약 1년 앞두고 있는 바짝 긴장하고 있는 여당 입장에서는 키워드 추천 서비스가 어뷰징이나 여론전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입니다.
2020년 4월 네이버 실검 서비스 잠정 중단 이미지(사진=네이버)

2020년 4월 네이버 실검 서비스 잠정 중단 이미지(사진=네이버)


네이버와 카카오가 이런 논란이 일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키워드 추천 서비스를 도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줄어드는 포털 트래픽이 꼽힙니다. 실검 폐지로 네이버와 다음의 트래픽은 타격을 입었고, 그 사이 해외 빅테크 구글은 검색 엔진 시장에서 다음을 제치고 네이버를 바짝 추격했습니다. 이어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 영상 콘텐츠를 검색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텍스트 검색 위주의 토종 포털 트래픽은 감소세입니다. 게다가 구글, MS 등 빅테크 생성형AI 등장으로 네이버가 지켜온 포털·검색 1위 지위도 위협받고 있습니다.

트래픽 감소를 해결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은 요즘 사람들의 관심사를 이용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에 이용자들의 관심사나 트렌드에 따라 키워드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인 것으로 해석됩니다. 포털 메인에 사람들의 관심사를 보여 이용자들의 방문과 체류시간을 늘리겠다는 것이죠.

어쩌면 다른 사람들이 어떤 주제, 어떤 화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알고 싶어하는 심리, '호기심'은 인간의 본성입니다. 이런 호기심을 가장 빠르게 해소할 수 있는 게 실검 서비스였습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도 실검 부활을 요구하는 이용자들이 상당수입니다. 실제 지난해 카카오 먹통 사태 당시 실검 부재로 서비스 장애 여부를 모르는 경우가 허다했다는 이용자들의 아쉬움이 컸습니다. 지하철 열차 고장으로 운행이 중단되는 돌발 상황으로 곤혹을 치르는 직장인들은 "이럴 땐 실검이 그립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태풍, 지진 등 재난 재해나 사건 사고에 대한 정보도 빠르게 알 수 있다는 장점도 있죠.

그렇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죠. 일부 언론들은 트래픽을 올리기 위해 실검과 연관된 제목이나 내용으로 바꿔가며, 같은 내용을 반복 송고하는 '어뷰징' 기사를 양산했습니다. 정치적 목적으로 실검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구요. 기업들이 상업적 목적으로 인기 검색어를 띄우는 일도 많았습니다. 실검의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포털은 돈만 벌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면서 결국 폐지됐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현재 어떤 일에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서비스에 대한 갈망은 여전히 큽니다. 네이버, 카카오도 이를 잘 아는 듯 관심사 기반 서비스에 적극적입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세번째 탭에 '오픈채팅'을 배치하고, 다음 카페가 베타 테스트 버전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빠르고 쉽게 만날 수 있는 '오픈형 커뮤니티'를 선보였죠. 네이버도 관심사 커뮤니티 서비스 '오픈톡'의 서비스 범위를 스포츠, 연예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에 새로운 트렌드를 사람들이 발견할 수 있도록, 과거 실검 부작용은 예방할 수 있는 형태로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키워드 추천 서비스를 선보이려 했으나 정치권의 견제로 좌초 위기에 놓였습니다.

"실검과 다르다"는 해명에도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자 네이버는 결국 사회적 우려를 고려해 트렌드 토픽 서비스 백지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대중의 '관심사' 서비스 욕구를 충족해줄 실검 대안 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성동규 중앙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가짜뉴스가 늘어나고 아젠다 세팅이 잘 되지 않는 현 시대에서 정보의 중요성을 대중들이 파악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라며 "과거 실검 부작용을 AI 도입으로 예방할 수 있다면 네이버와 카카오의 키워드 추천 서비스가 이런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문철수 한신대 미디어영상광고홍보학부 교수는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아 정치권이 가장 예민할 때이기 때문에 실검 부활이라는 오해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라며 "과거 실검 부작용이 정말로 해소됐는지 등 설득력 있는 메시지를 전달해 빠르게 오해를 불식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조언했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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