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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운영하는 한수원, 140t 종이를 파는 사연은?

등록 2023.09.16 07:00:00수정 2023.09.17 10: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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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t트럭 28대 규모, 예정가 650만원

"폐지 재판매 업체서 대체로 낙찰"

원전 운영하는 한수원, 140t 종이를 파는 사연은?


[세종=뉴시스]이승주 기자 = 원자력 발전 공기업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 기자재가 아닌 폐지 무려 140t을 일괄 판다고 나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16일 자산처분시스템 온비드에 따르면 한수원 월성원자력본부 자재부에서는 지난 6일 이곳에서 나온 폐지를 일괄 입찰에 부친다고 공고했다. 12일 오후 6시까지 입찰을 진행, 지난 13일 개찰에 돌입했다.

한수원이 이번에 내놓은 폐지는 무려 140t으로 이는 5t트럭 28대에 가득 담은 양이다. 전량을 일괄 매수하는 것이 조건이며 계약 종료 후 서로 동의하면 2년 내에 인수해야 한다.

 한수원은 이번에 나온 폐지의 예정가격을 부가가치세 포함 t당 4만6500원에 내놨다. 해당 폐지를 모두 매입하는 데 약 651만원을 내야 한다. 온비드에 따르면 현재 입찰에 1개 업체가 참여했으며, 예정가의 134.83%(낙찰가율)인 6만2700원을 제출했다. 낙찰 여부는 개찰로부터 약 10일 뒤 최종 확정된다.

월성3호기(왼쪽 두 번째)

월성3호기(왼쪽 두 번째)


한수원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에너지 공기업 중 하나로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전력의 30.47%를 생산하는 최대 발전회사다. 수력과 태양광 등 다양한 에너지원을 만들기도 하지만 이번 정부의 탈원전 폐기 정책에 중요한 원전 비중이 82.07%에 달할 정도로 높다.

그런 한수원이 원전 기자재 등이 아닌 종이를 대량 매각하는 배경에 주목된다. 한수원에 따르면 해당 폐지는 원전 기자재 등을 포장했던 박스나 종이, 장비의 기름을 닦는데 쓴 종이 등을 모아둔 것이다. 월성 원자력 본부는 중수로와 경수로 노형을 함께 보유한 국내 유일 발전본부로 2,100㎿규모 설비용량의 월성2·3·4호기와 신1·2호기를 보유하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원전 기자재를 담은 박스나 장비를 쌌던 종이 등을 한 데 모아뒀다가 일괄 처리한다"며 "원전 본부가 워낙 크다보니 나오는 폐지 양도 어마어마하다. 그냥 버리기보다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곳에 넘기는데, 한 곳에만 주면 형평성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입찰에 부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방사선에 노출됐을 것으로 예상되거나 중요 정보가 담긴 종이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방사선 노출된 것은 폐기물 처리과정에 따라 처분되며, 사무용 문서는 폐쇄된다.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재판매 및 DB 금지


 한수원에서 폐지를 매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에도 지난 3월 한월 원자력본부 자재부에서 폐지 매각을 추진한 바 있다. 다만 당시엔 이보다 더 많은 390t이었지만 폐지는 물론 공병과 폐캔, 폐플라스틱도 포함된 규모였다.

월성 원전본부에서는 과거에도 폐지만 대규모 입찰을 진행해왔다. 지난 2021년 9월 132t에 달하는 폐지를 약 820만원 예정가에 내놓은 바 있다.

과연 5t트럭 20대가 넘는 종이를 대량 일괄 매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입찰은 최종 낙찰되지 않아 구체적인 배경을 알 수 없지만 과거 입찰 때마다 폐지를 활용하는 기업에 재판매하는 업체에서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 관계자는 "원전 주변에 이 같은 폐캔이나 폐지 등을 취급하는 중개업체들이 많다"며 "원전에서 나오는 종이를 일괄 낙찰받은 뒤 종이를 가공하는 제조기업 등에 재판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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