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될 곳만 신중하게"…건설업계 '선별수주'로 위기 돌파
3분기 10대 건설사 도시 정비 누적 수주액 반토막
부동산 경기 악화·공사 원가 상승…사업성 최우선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서울 동대문구 한 주택재건축현장 모습. 2023.03.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건설 경기가 좀 더 나아질 때까지는 수주에 신중할 수밖에 없어요."
지난 9일 건설 경기와 관련한 뉴시스 취재진의 질문에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고금리에 공사비 부담이 커지면서 사업성에 대해 좀 더 꼼꼼하게 따져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무리하게 수주에 나서지 않는다"며 "건설 경기가 좋아질 때까지는 선별 수주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고금리에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건설업계가 몸을 사리고 있다. 건설사들이 수익성 높은 사업장만 선별 수주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고 공사원가가 상승하는 등 수주 환경이 변했기 때문이다.
특히 사업을 수주했더라도 수익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수주를 포기하기는 등 건설사들이 정비사업에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시공사 경쟁입찰 유찰로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선정해야 단지가 늘고 있다.
건설사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재건축·재개발 수주에 사활을 걸었다. 지난해 10대 건설사 가운데 6곳이 창사 이후 정비사업 수주 최대 실적을 달성했을 정도로 치열했다. 하지만 올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경색과 고금리 기조 장기화, 원자잿값 급등 많은 악재가 겹치면서 건설사들이 '선별 수주'로 선회했다. 치열한 수주 경쟁에서 유동성 확보로 무게 중심이 옮겨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설사들의 수주 옥석 가리기가 심화하고 있다. 사업성이 확보된 단지에서 건설사들의 수주 경쟁이 치열하지만, 사업성이 다소 떨어진 단지에는 입찰에 나선 건설사가 없어 사업이 지연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10대 건설사의 도시 정비 누적 수주액은 총 11조770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6조6596억원) 대비 절반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다.
재건축 추진 단지가 많은 강남과 여의도, 목동 등을 중심으로 건설사들이 치열한 수주전을 벌이고 있지만,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시공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단지에서는 경쟁입찰에 건설사 1곳만 입찰하거나, 아예 입찰에 나선 건설사가 없어 2차례 유찰 이후 수의계약을 맺는 단지도 있다.
서울 성동구 응봉1구역 재건축 조합은 지난달 24일 입찰을 진행했지만, 현대건설만 단독으로 입찰해 결국 유찰됐다. 앞서 이 단지는 응봉역 역세권 단지로, 사업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됐지만, 결국 재입찰을 추진 중이다.
공사비를 올리고도 시공사 선정에 실패한 사례도 있다. 서울 중구 신당9구역은 지난 1월 공사비를 3.3㎡(1평)당 742만원에 공고를 내고 입찰에 나섰지만, 유찰됐다. 이후 지난 9월 공사비를 840만원까지 올려 재입찰에 나섰지만, 오히려 1차 입찰 때 나섰던 한양도 입찰하지 않았다.
최근 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 계약으로 시공사를 선정하는 조합도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 시공사를 선정한 전국 도시정비사업장(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120곳 중 88%(105곳)는 업체 단독 응찰에 따른 수의 계약으로 체결됐다.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의 선별 수주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규제 완화로 정비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려는 조합이 늘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와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무리하게 수주 경쟁을 벌이지 않을 것"이라며 "일부 사업성이 뛰어난 단지들도 건설사들이 위험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 보수적인 접근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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