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귀사건' 정신감정의 "아들은 어머니 권위에 눌려 범행"
【시흥=뉴시스】이종일 기자= 21일 오후 경기 시흥시 시흥경찰서에서 '애완견에게 씌인 악귀가 딸에게 옮겨갔다'며 딸을 참혹하게 살해한 김모(54·여)씨와 아들(25)이 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씨 등은 지난 19일 오전 6시30분께 자신의 집에서 딸(25·여)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6.08.21 [email protected]
국립법무병원(공주치료감호소) 정신감정 전문의 임모(여)씨는 21일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1부 심리로 열린 어머니 김모(54)씨와 아들 김모(26)씨 등 피고인 2명의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임씨는 지난 9월 국립법무병원에서 아들 김씨에 대한 정신감정을 맡았던 정신과 전문의다.
임씨는 정신감정 결과에 대한 검찰 질문에 "아들 김씨는 범행 7~8시간 전 어머니가 정신병에 걸린 것 같다고 외가에 전화해 알렸고, 어머니가 흉기·둔기를 가져오라고 시켰을 때 한 차례 거절했다"며 "아들은 당시 심신장애나 정신분열이 아닌 형사책임 능력이 건재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또 "아들은 살해 목적이 아니라 엉켜 있는 어머니와 여동생을 떼어놓기 위해 둔기로 여동생의 옆구리를 때렸다고 진술했다"며 "아들이 자유의지에 따라 결정한 것으로 의사결정 능력에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증언했다.
김씨 측 변호인이 어머니에 의해 아들이 세뇌된 것 아니냐고 질문하자 임씨는 "아들의 범행은 의사 입장에서 세뇌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임씨는 "이 사건을 보면 스탠리 밀그램의 연구 결과와 유사한데, 아들은 (여동생에게 악귀가 씌였다는)그럴듯한 상황에서 어머니의 권위(영향력을 끼치는 힘)에 따라 범행한 것으로 이해된다"고 설명했다.
임씨는 또 "어머니는 정신병적 기재에서 (악귀에 대한)망상이 생긴 것으로 추측되는데, 아들은 당시 판단력이 있었고 망상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가 "정상인도 아들과 같은 상황에 놓이면 이런 반응(살해 가담)을 보일 수 있느냐"고 묻자, 임씨는 "그렇다. 아들은 동생에게 악귀가 씌였다고 생각하면서 어머니의 명령에 따라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이면 나라도 그랬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재판부가 어머니에게 "지금도 딸에게 악귀가 씌였다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하자, 어머니는 "그때는 강아지에게 있던 악귀가 딸에게 간 것으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옳지 않았다고 느낀다"고 답변했다.
어머니는 "사실은 나에게 악귀가 씌였던 것인데 그 순간 몰랐다"며 "딸과 강아지에게 그렇게 한 것에 대해 마음이 아프다. 딸에게 미안하다.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증인 신청에 따라 내년 1월16일 오후 2시 어머니 김씨에 대한 정신감정을 맡았던 국립정신건강센터 전문의 이모씨에 대한 증인 신문을 하기로 했다.
김씨 모자는 지난 8월19일 오전 6시께 시흥시 모 아파트 14층 집 화장실에서 딸(25)에게 악귀가 씌였다며 딸을 흉기·둔기로 살해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어머니 김씨는 악귀를 막아야 한다며 딸의 목 부위를 흉기로 훼손한 혐의도 있다.
앞서 지난 9월 정신감정에서 아들은 정상으로 나왔고, 어머니는 심신 상실이 추정된다는 소견이 있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