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뒤범벅 친환경 계란···"국민은 속았다"
정부, 친환경 인증제 대대적 개편 추진
김영록 장관 "친환경 인증농장 너무 많아"
【세종=뉴시스】변해정 기자 = 정부의 산란계(알낳는 닭) 농장 전수검사 결과를 지켜본 국민들은 허탈한 마음을 지우기 어렵다.
특히 시중에 유통 불가한 '부적합 판정' 농장의 절반이 넘는 31곳이 친환경 인증 농장으로 확인되면서 믿었던 '친환경'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좀체 가시지 않는다.
통상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계란을 '친환경'으로 인식해 일반 계란보다 더 비싼 값을 주고 사먹는터라 뒤통수 맞은 셈이다.
정부가 적합 판정된 계란만 유통되고 있어 안심하라고 당부하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아직은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정부의 전수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장은 총 49곳이었다. 이중 친환경 인증 농장이 31곳(63.3%)에 달했다.
검출된 살충제 5종 중 계란에서는 검출돼선 안되는 플루페녹수론을 썼다가 덜미잡힌 2곳 모두 친환경 농장이었다. 비펜트린과 피프로닐이 과다 검출된 곳은 각각 22곳, 7곳이다.
세 가지 살충제 모두 '저독성'으로 알려져 다량 섭취시 급성 독성이 나타날 우려는 크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장기간 신체에 노출됐을 때에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게다가 성인과 달리 어린이는 면역력이 약해 주의가 필요하다.
정부가 살충제가 허용 기준치 이하로 검출된 친환경 농장의 37곳의 계란을 친환경 마크만 떼내어 일반 계란으로 유통하기로 한 점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못미덥다.
4살과 2살짜리 두 아들을 둔 강주연(38·여)씨는 "아이를 생각해 비싼 친환경 계란을 사 먹였는데 아이들에게 못할 짓을 한 것 같다"며 "이젠 친환경 계란 뿐 아니라 친환경 마크가 달린 모든 식품이 의심스럽다. 솔직히 정부도 못 믿겠다"고 말했다.
서울 양재동 대형마트 신선코너를 자주 들른다는 차연주(34·여)씨는 "건강을 생각해 웃돈을 주고 사먹었던 소비자들이 무능한 정부와 양심 불량 농장주에 놀아난 격"이라면서 "먹거리로 장난치는 일이 없도록 제도와 처벌이 한층 높여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친환경 농장의 무더기 살충제 계란 검출로 신뢰성이 바닥으로 추락한 친환경 인증제도를 손보기로 했다.
친환경 농장에서 살충제 계란을 생산·판매하더라도 최장 6개월의 시정 명령에 그치고, 1년 뒤에는 다시 친환경 인증을 받을 수 있는 규정을 바꾼다.
또 살충제 계란 검출이 3번 연속 발생한 농장은 친환경 인증을 받을 수 없도록 한 '삼진아웃제'의 실효성을 높이기로 했다. 민간에 위탁한 친환경 인증기관 업무를 정부가 전담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무엇보다 친환경 인증 농장 수가 700곳에 달하는 점을 큰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국민들의 친환경 인증에 대한 배신감이 크다는 지적에 "정말 심각한 문제로 생각한다. 여러 번 사과 말씀을 드린 점도 살충제 계란을 포함해 친환경 축산에 대해 느끼는 국민의 신뢰감 상실이 대단히 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근본적으로 친환경 인증 농장이 이렇게 많을 수 있느냐는 문제부터 접근해 철저히 정비하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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