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균형외교, 성공의 방정식은]'동북아균형자론 2.0' 가동나선 문재인 정부
【다낭(베트남)=뉴시스】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현지시각)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베트남 다낭의 한 호텔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 후 이동하고 있다. 2017.11.11. [email protected]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동북아 균형자론’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북아평화협력구상’에 이르기까지, 역대 좌우 정부가 내건 대외 정책은 국제 무대에서 한국 외교의 외연을 넓히고, 한민족의 명운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기 위한 ‘심모원려(深謀遠慮)’의 산물이었다. 열강 사이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내 독자적 외교 공간을 확보하고 영향력도 키워 가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 성적표는 초라하다. 노무현 정부는 미중 사이에서 균형자의 역할을 하며 아시아 패러독스(역내 경제협력은 활발하지만 역사영토 갈등은 더 깊어지는 현상)의 파고가 높은 동아시아에 평화의 기반을 구축한다는 원대한 비전을 제시했지만, 거센 후폭풍에 휩싸이며 이러한 구상을 접어야 했다. 균형 외교가 열강이 주도하는 냉엄한 국제 정치의 현실을 무시한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여전한 것도 이 때문이다.
보수정부인 박근혜 정부가 내건 동북아평화협력 구상도 길을 잃기는 마찬가지다.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역사 갈등으로 신뢰 위기에 처한 역내국가간 협력과 대화의 습관부터 축적해 장기적으로 평화와 번영을 정착시켜나가겠다는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다. 그 얼개는 동북아균형자론과 대동소이했으나, 남북관계 개선의 방법론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등 말의 성찬에 그쳤다.
좌우정부를 막론하고 균형 외교 구상이 먹히지 않은 데는 냉엄한 국제질서에 뿌리를 둔 현실주의적 방법론이 결여됐기 때문이다. 국내 지지층을 염두에 둔 '레토릭'(수사)에 기울었다는 뜻이다.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하토야마 유키오가 이끄는 일본 민주당은 지난 2009년 집권 후 미국과 거리를 두고 중국,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역내 국가들에 다가서는 대외 정책을 표명했으나, 오키나와 미군 기지 이전 문제에 발목이 잡혀 단명 정권으로 끝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아시아 순방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흔히 '린치핀'에 비유되는 동북아의 양대 동맹인 일본, 한국을 거쳐 중국, 베트남, 필리핀을 순방 중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대선에서 신(新)고립주의를 표방하며 승리한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전매특허인 아시아 회귀 전략을 다시 가동하고 있다는 진단도 내놓는다. 아시아는 상인 출신의 트럼프 시대를 맞아서도 기존의 패자와 떠오르는 강국의 주도권 다툼이 뜨거운 열전의 대륙으로 남아 있다.
뉴시스는 외교안보 전문가인 봉영식 연세대 통일연구원 박사를 인터뷰하고 트럼프 아시아 순방의 의미, 균형외교 성공의 조건 등을 물었다. 봉 박사는 미국의 아메리칸대학교 교수, 아산정책연구원을 거친 국내의 대표적인 외교안보 전문가다. 뉴시스는 아울러 참여정부의 동북아균형자론을 복기해보고, 문재인 정부 한반도 운전자론의 성공조건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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